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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써린 Dec 07. 2022

더운데 추운 적도의 도시

나의 두 번째 도시 자카르타 첫인상

뙤약볕이 한창인 한여름에 입성하였다. 한국에서 한껏 더위를 느낄 시기에, 더운 나라로 왔으니 적응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비행기를 탈 때나, 내릴 때나 섭씨 30도에 육박하긴 마찬가지였던 7월 말의 날씨. 그런데도 이곳이 더 더웠다. 긴장과 설렘으로 열이 올라 그런 걸까. 현지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사우나에 있는 느낌이었다.



먼저 입성한 남편이 데리러 왔으니 나는 공항만 빠져나가면 되었다. 아직은 코로나의 여파인지 양국 공항이 모두 한산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도 짐을 기다리는 내내 땀이 삐질삐질 나고 있었다. 실내외가 잘 구분되지 않는 장소에서 짐을 찾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더운 나라라 그런지 여기에는 지붕은 있으나 창문은 없거나 비를 막는 정도인, 밖도 안도 아닌 그런 장소가 참 많다.)



남편을 만나자마자 “, 더워. 더워서 어떻게 살지?”라고 외쳤다. 밤이라고 믿을  없을 만큼 지열이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뉴스에서 연신 외쳐대는 단어인 ‘열대야라는 표현을 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열기가 느껴지는 땅이다. 나는 태양이 가득한 적도의 땅에 들어온 것이.



'7말 8초' 한국에서도 가장 더워 일을 하기 힘들 정도라 회사에서도 휴가 러시가 일어나고, 1 내내 운영을 목표로 하는 학원이나 어린이집도 유일하게 줄줄이 쉬는  시기. 같은 태양을 받고 있기에 타국인 여기에서도 개중 가장 더운 시기인 것을. 위도가 다른 나라인데 날씨가 비슷할 것이라고 여긴 나의 막연한 생각에 혀를 차게 된다. 아무렇게나  상상은 역시 절반 정도의 정답률이다.




이렇듯 동남아 도시의 첫인상은 '아무튼, 더워'였다. 한국의 한여름의 가볍디 가벼운 옷차림으로 손선풍기를 들고 다녔다. 한국에서도 사무실에서 일할 때나,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할 땐 에어컨 바람에 추울 수 있으니 늘 여벌의 옷을 들고 다녔다. 하늘하늘하고 얇은 긴팔 옷들이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에어컨의 한기는 적절하게 막아주었기에 센스 있는 소지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서도 늘 가방에 곱게 접어 넣고 다녔다.



적도의 더위에 야외활동이 만무하기에 쇼핑몰을 도장깨기 하듯 돌아다녔다. 한국의 쇼핑몰보다도 규모가  몰들이 많기에 체류 시간이 길어지니 슬슬 한기가 느껴졌다. 센스 있게 준비한 카디건이면 되겠지? 하고 주섬주섬 입어봤는데, 아뿔싸  얇은 카디건으로는 세디  열대의 에어컨 바람을 막아주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히잡에 가려져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현지인들의 옷차림이 보였다.  두꺼운,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겨울까지도 커버가 가능한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가끔 마주치는 한국인들의 옷차림도 나처럼 얇지 않았다. 긴팔을 기본으로 입는 경우가 절반은 되어 보였다. 아마도  날씨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니  덥게 느껴지나 싶다.



입성 이후, 첫인상은 아주 덥다는 것이었지만, 사실 살아보니 실내에 있을 일이 더 많다. 집처럼 에어컨을 내가 조절할 수 있지 않다면 대체적으로 춥다.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더워서 어떻게 살지? 하며 불평을 늘어놓던 나는 이제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호기롭게 여행 갈 때나 꺼낼 거라며 봄가을 옷을 테이프까지 동여매 손도 닿지 않은 곳에 올려놨는데 다시 주섬주섬 꺼내야 했다.



물론 아직도 집에서는 덥게 느껴질 때가 많다. 에어컨을 24시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잠시만 꺼놔도 적도의 뜨거운 태양이 집을 달군다. 건물 밖을 걸어 다니다 보면  땀이 주룩 흐르며 진이  빠질 만큼 덥기도 하다. 하지만 '더워서 못살겠다'하는 불평불만은  들어갔다. 덥긴 한데,  못 살 만큼은 아니고, 추울 만큼 덜덜 떠는 것도 자주 느낄  있는 그런 곳이라 사계절이 없지만 나름 변화무쌍하다.



한국 뉴스를 볼 때 한파라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다. 롱 패딩을 입을 만큼 추운 그 날씨가 은근히 그립다. 여름이 시작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여름인 나의 자카르타에서의 첫겨울, 가장 최신식의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이키며  덜덜 떠는 겨울놀이를 하고, 추우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덮고 들어가는 기분을 느껴라도 볼까 싶다.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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