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이 한창인 한여름에 입성하였다. 한국에서 한껏 더위를 느낄 시기에, 더운 나라로 왔으니 적응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비행기를 탈 때나, 내릴 때나 섭씨 30도에 육박하긴 마찬가지였던 7월 말의 날씨. 그런데도 이곳이 더 더웠다. 긴장과 설렘으로 열이 올라 그런 걸까. 현지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는 시간은 마치 사우나에 있는 느낌이었다.
먼저 입성한 남편이 데리러 왔으니 나는 공항만 빠져나가면 되었다. 아직은 코로나의 여파인지 양국 공항이 모두 한산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도 짐을 기다리는 내내 땀이 삐질삐질 나고 있었다. 실내외가 잘 구분되지 않는 장소에서 짐을 찾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더운 나라라 그런지 여기에는 지붕은 있으나 창문은 없거나 비를 막는 정도인, 밖도 안도 아닌 그런 장소가 참 많다.)
남편을만나자마자 “와, 더워. 더워서어떻게살지?”라고외쳤다. 밤이라고믿을수없을만큼지열이느껴졌다. 한국에서는뉴스에서연신외쳐대는단어인 ‘열대야’라는표현을몸으로실감하는순간이었다. 열기가느껴지는땅이다. 나는 태양이가득한적도의땅에들어온것이었다.
'7말 8초'한국에서도가장더워일을 하기 힘들 정도라회사에서도휴가러시가일어나고, 1년내내운영을목표로하는학원이나어린이집도유일하게줄줄이쉬는그시기. 같은태양을받고있기에타국인여기에서도개중가장더운시기인것을. 위도가다른나라인데날씨가비슷할것이라고여긴나의막연한생각에혀를차게된다. 아무렇게나한상상은역시절반 정도의정답률이다.
이렇듯 동남아 도시의 첫인상은 '아무튼, 더워'였다. 한국의 한여름의 가볍디 가벼운 옷차림으로 손선풍기를 들고 다녔다. 한국에서도 사무실에서 일할 때나,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할 땐 에어컨 바람에 추울 수 있으니 늘 여벌의 옷을 들고 다녔다. 하늘하늘하고 얇은 긴팔 옷들이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에어컨의 한기는 적절하게 막아주었기에 센스 있는 소지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기서도 늘 가방에 곱게 접어 넣고 다녔다.
한국 뉴스를 볼 때 한파라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다. 롱 패딩을 입을 만큼 추운 그 날씨가 은근히 그립다. 여름이 시작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여름인 나의 자카르타에서의 첫겨울, 가장 최신식의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이키며 덜덜 떠는 겨울놀이를 하고, 추우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덮고 들어가는 기분을 느껴라도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