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도서관에 오지 마 (1)

아메리칸드림 아닌 도서관드림

by 전소유

처음 만난 것은 이곳에 오고 이틀째 날이었다. 만났다, 기보다 발견했다고 해야겠지. 눈에 띄는 핑크색의 소파 틈새에 끼인 진회색 무언가는 지나칠래도 지나치기 힘든 존재감으로 내 시선을 끌었다. 진회색이라는 색깔이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미지(未知)'라는 불안의 아우라를 마구마구 뿜어냈다.


나는 잡아본다던지, 찔러본다던지, 건드려본다던지 하는 적극적인 탐색법 대신 인내심을 갖고 내일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내일 그대로 있다면 무생물로 판단하고 손가락 내지 도구를 사용해 처리하자.

근데 만약 사라졌다면?


다음날. 핑크색 소파의 틈새는 비어 있다. 내가 발견한 그 진회색의 웅크린 등판(?)은 작은 도마뱀 내지 도마뱀 새끼로 추정되는 무엇의 등판이다. 오늘도 그대로 있었다면 장난기 많은 학생 누군가가 도마뱀 모양 하리보 젤리를 끼워 둔 거라 여겼을 텐데. 나의 헛된 희망은 빗나갔으나 당장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곧 잊었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청소시간. 하리보 젤리 같던 그 녀석이 도서관 후문 서가 구석에서 말라비틀어지고 납작 눌러진 채로 다시 발견되었다. 먹이는커녕 물도 없는 이 팍팍한 도서관에서 지금까지 견딘 것도 용하다 싶으면서도 죽음을 목격한 마음은 영 좋지 않았다. 휴지로 감싸 휴지통에 버리려다가 내 맘 조금 편하자고 수풀이 있는 창 밖으로 던져 보내줬다(휴지는 빼고).


이 지역은 평지가 적고 산이 많다. 그래서 특히 학교나 도서관 건물은 산을 깎아 지은 곳이 많다. 여기도 마찬가지라 주변에 전문대학 두 개, 고등학교도 몇 개 나 있지만 언젠가는 산이었던 곳이다. 점점 터전이 사라지니 길을 잃고 이곳까지 들어왔던 것일까. 뭐가 있을지도 모르고 높은 건물 벽면을 타고 4층까지 기어올라왔을 이 조그만 녀석의 여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또 몇 주의 시간이 흐르고.

내 책상 옆, 컴퓨터며 프린터기, 인터넷 선 등 복잡한 전선들이 마구 뒤엉킨 바닥 구석에서 또 한 녀석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작디작은 도마뱀이 이번에도 말라비틀어지고 납작 눌러진 채로 발견되었다. 이 근처 도마뱀들 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이 아닌, 도서관드림 붐이라도 일었나. 왜 자꾸 도서관으로 기어들어오는 걸까. 드림은커녕 자꾸 악몽 같은 일만 발생하는데. 나는 어쩌란 말인가.


녀석을 처리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썩 맘이 내키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음날, 또 다음날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녀석. 흐린 눈을 하고 봐도 하리보 젤리는 결코 아니니 어찌 되었건 이 손으로 처리해야 하리라. 오며 가며 눈에 계속 밟히는 것도 못할 짓이라 끝내 휴지를 뽑아 들었다. 아무리 마른 멸치 같은 대상이라도 손가락으로 집기는 꺼려져 한 번 접은 휴지로 살살 녀석의 몸을 감싸려는 그때,


움찔.


아아악.


녀석은 살아 있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