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도서관에 오지 마 (2)

도서관 이용자가 너무 없을 때 사서에게 생기는 일

by 전소유

녀석은 살아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움찔, 했으면 부리나케 도망가는 게 조그만 생명들의 본능적 행동일 텐데 움찔 만 하고 그대로 있었다. 살아있는데도 며칠을 같은 자리에 붙박이로 있었던 이유가 이거였을까. 아님, 내가 알지 못하는 이 생명체만의 특별한 습성 같은 게 있는 것인지. 하긴 물도 없고 먹이도 없는 이곳에서 기운차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힘이 남아 있을 턱이 있나.


기운차게 비명을 질러댄 건 나였다. 너무 놀랐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어서 놀랐고, 미약하게나마 살아 있는 이 존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황망해서 비명이 터졌다. 물도 먹이도 없는 도서관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다. 종이컵으로 녀석의 몸을 덮고 바닥 부분에 휴지를 살살 밀어 넣어 입구를 감싸 이동을 쉽게 했다. 가까이에 있는 창문 바깥으로 제법 넓게 창턱이 나 있어 그 위로 녀석이 든 종이컵을 옮겼다. 그리고 녀석이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도록 근처 바닥에 물을 좀 뿌려두고, 마침 귤이 있어서 아기에게 까주듯 완전히 껍질을 벗긴 귤 한 조각을 한 편에 두었다. 가을 초입인데 겨울처럼 찬바람이 불길래 혹시 추울까 봐 녀석의 몸 위에 귤껍질을 살포시 덮어주고는 퇴근을 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급하게 조치를 취했던 탓에 자꾸 불안 요소가 떠올랐다. 도마뱀은 파충류라 변온동물인데! 집에 거북 두 마리를 십 년 넘게 키우면서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찬 바람 속에 내놓다니,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있던 녀석을 내가 기어코 죽음으로 내몰았으면 어쩌지. 햇살이 잘 드는 반대쪽 창가에 내놓을걸..... 뒤늦게 검색해 보니 먹이도 귀뚜라미 같은 곤충류를 먹는단다. 그거야 당장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귤은 탈수를 일으킬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단다. 내일 녀석과 마주칠 일이 걱정이었다. 차라리 물만 먹고도 기운차려 자연으로 돌아갔기를, 사라졌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튿날 출근하자마자 창문부터 열어보았다. 감사하게도 녀석은 귤껍질 모포를 걷어차고 한 뼘 정도 떨어진 위치에 가 있었다. 그 정도라도 움직일 기운이 생긴 거라 믿고 싶었다. 어쨌든 녀석은 살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움직임이 거의 없는 녀석을 다시 종이컵으로 덮고 휴지로 입구를 감싼 채 햇살이 따스한 반대편 창가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근데 이쪽 창은 방충망이 고정되어 있어 열리지가 않았다. 아마 안전상의 이유이리라. 어쩔 수 없이 방충방 아래 창틀 사이에 녀석을 내려놓았다. 다행히 안쪽 구석에 빗물이 빠지는 구멍이 나있었다. 아주 작은 녀석이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로 보였다. 마찬가지로 녀석 주변에 물을 좀 뿌려두고 마침 주변에 빠짝 마른 거미 사체가 있어 혹시나 해서 슬그머니 옆에 두었다. 착각해서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올까 봐 안쪽 창을 꽉 닫았다.


다음날 창틀에 녀석은 없었다. 부디 이곳에서 잘 빠져나갔기를. 익숙한 세상에서 물도 마시고 먹이도 잡아먹어 기운 차렸기를. 그래서 주변에 또다시 도서관드림을 품고 길을 나선 친구들에게 본인이 겪은 혹독한 현실을 똑똑히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끄적이다 보니 나는 왜 지극히 나 중심적인 서사의 물색없는 상상을 하고 앉았는 걸까 뒤늦게 의문이 피어오른다. 그건 아마 도서관을 찾는 사람 이용자가 너무 적어서이리라. 그래서 어떤 이유로건 찾아온 손님이 반가웠기 때문이리라. 더는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손님일지라도.


그러면서 한편으로 흥부전의 다리 고친 제비를 떠올린다. 혹시 이 녀석이 따뜻한 봄날 제비처럼 박씨를 물고 이 도서관에 찾아오지는 않을까, 끝까지 맥락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히죽거린다. 물론 내년 봄에는 이 도서관에 내가 없겠지만 말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