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엇이든 말해연 Feb 03. 2023

나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감옥

공황장애, 폐쇄공포증과 사는 삶

어렸을 땐 일련의 감각과 생각이 폐쇄공포증과 공황장애인지 몰랐다. 나는 고속버스를 타면 답답해서 의자에 앉아 있지 못하고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붙어 냉기를 찾아 숨을 쉬었다. 그리고 버스라는 공간에 갇힌 것처럼 느껴져서 그것을 잊고자 몸을 웅크려서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20대 초반의 어느 겨울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내려야할 정거장 한참 전에서 뛰어내리듯 내렸다. 겨울철의 히터가 데운 뜨겁고 답답한 공기가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리고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 힘든 마음만큼이나 그 증상이 심해져서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폐쇄공포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구나. 물론 심리학적으로 알게된 것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예전에 비해 정신의학적인 부분들이 세상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알게된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마음이 아픈 것임에 분명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숨이 막히는 일이 자주 생겼고, 영화관에서도 갇힌 것 같은 느낌에 건물 밖으로 나와야만 했고,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터널을 지날 때 숨이 막히다 못해 정신이 흐려지고, 머리 쪽에서 돌던 피가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에 졸도할 것 같았다.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밤에 자려고 누워있다가도 숨이 쉬어지지 않고, 정신이 흐려졌으며, 대낮에 밖을 걷다가 하늘이 어떠한 돔으로 덮혀있어서 갇혀있는 느낌에 답답했고, 지구를 벗어나야 괜찮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각과 생각들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어디에 가는 것이 두려웠고, 집에 있어도 답답함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늘 불안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야했다. 내가 살 수 있는 방법.


처음에 시도한 방법은 원초적인 방법으로 덥거나 폐쇄된 실내를 최대한 피하고, 몸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되도록 만들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 방법들은 확실히 도움이 됐지만 덥거나 폐쇄된 공간을 완벽히 피하기란 어려웠고, 생활패턴이 깨지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었고, 외부적으로 오는 스트레스 상황을 모두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찾은 방법이 '숨 쉬기'이다. 과연 이걸로 해결이 되느냐고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주 큰 효과를 봤다.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면 숨을 잘 쉬지 않게 되고, 숨이 가빠온다. 그때 의식적으로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심장박동을 느리게 만들면 숨 쉬는 것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두려움과 불안도 가라앉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어차피 나가도 답답할 수 있고, 바깥에서도 답답한 적이 있어. 여길 나간다고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야. 나는 내 안에서 편해져야해. 내 안이 나의 가장 편안한 쉴 곳이 되어야 해. 내 안에서 편안해지면 그 어디에서든 편안할 수 있어. 나는 지금 여기 내 안에서 편안해 질 수 있어.'


나는 이 방법들을 통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힐 수 있는 공간에서 다시금 편안해지는 경험을 쌓으면서 공황과 폐쇄공포증 증상의 발현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이 방법들은 나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누군가 이런 증상을겪고 있다면 우선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공황과 폐쇄공포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마음의 아픔이 신체적으로 발현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병원에 가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리게 된다면 공황도 폐쇄공포증도 괜찮아 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잘 보살피고, 자신에게 관대하길. 이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머리를 자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