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엇이든 말해연 Feb 02. 2023

내가 머리를 자른 이유

강박탈출 넘버원

정말로 오랜만에 단발로 머리를 잘랐다. 단발머리가 새로울 일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어쩐지 큰 일처럼 느껴졌다.


20살이 되기 전 '단발머리'는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나는 지방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내가 학생일 당시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두발 단속이 존재하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다수의 친구들이 머리를 기르고 싶어했다. 아마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단발이 좋았다. 고3이 됐을 때도 머리를 매일같이 감고 학교를 다니던 나로써 단발머리는 아주 편리했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에 시간이 적게 들었고, 미적으로도 마음에 들었다. 수고스러움이 있다면 긴머리보다는 자주 미용실에 가야한다는 점이 그러했지만,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를 때마다 무언가 시원하고, 상쾌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그랬던 내가 대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머리를 길러봤다.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사람들이 긴 머리를 하면 더 예쁠 것 같다고 해서 기른 것도 있었다. 머리를 기르니 확실히 주변 반응이 좋긴 좋았지만, 주기적으로 단발로 자르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사람들에게 외적으로 마음에 들고 싶었다. 그리고 타인을 향한 기준은 외적인 부분을 속박하게 만들었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은 사회적인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면, 그 조건이 사라졌을 때 그 사랑은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단발머리로 드디어 머리를 잘랐다. 그저 외적인 변화일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나의 내면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어떠한 '해방감'을 느꼈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남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나로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후련한 일이구나!

나를 얽매고 있는 다른 강박과 같은 것들은 뭐가 있을까? 하루하루 살다가 또 찾으면 강박탈출 넘버투도 써야겠다. 남의 기준을 하나하나 벗어던지는 경험이 쌓이면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그때의 나는 나다울지 궁금하다. 강박탈출 넘버투 커밍쑨?!


작가의 이전글 '외향'적인 사람이지만 '혼자' 있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