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인에게도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
몇 년 전부터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내가 어떤 유형인지, 내 주변의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나는 MBTI 검사를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내향성에 비해 외향성이 큰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이다. 어릴적부터 사교적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고, 인간관계에 마음을 많이 쏟았다. 그런 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사람들과 있는 것이 에너지를 빼앗아간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꼭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해졌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잃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생각과 가치관이 쉽게 무너졌고, 금세 상대방에게 동의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나는 나와 타인이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 생각도 맞고, 타인의 생각도 맞다는 사고 방식이었다. 그러면 나 자신도 지키고, 타인도 존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고 방식이 무너지게끔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만이 옳다고 여기고 상대가 자신과 같이 생각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생각이면 자신을 설득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내 생각과 가치관은 많은 경우 감정과 연결되어 있어서 논리로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펼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위와 같은 사람들을 대할 때 나는 내 생각을 꺾거나 상대방에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생각을 형언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런 사람들과 계속해서 부딪히다보니 어쩌면 나도 나만의 생각과 가치관이 있는데 사람을 좋아하기에 세상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수용하려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정말로 내 생각이 무엇인지 어떤 사물이나 사건 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때부터 여전히 사람은 좋아했지만 혼자 있기를 자처했다. 혼자 있으면서 나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그 누구의 생각이나 감상을 들어보지 않은 채 책에 대한 내 생각과 감상을 써내려갔다. 그러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을 중시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아직 그 과정 중에 있다. 아마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평생에 걸쳐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감정을 존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 이전에 나의 것을 알고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안의 것들이 온전히 바로 서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과 가치관이 남의 말 한마디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는 정말 건강하게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나를 알아가고 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매일같이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