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돕여’를 꿈꾸며
생경했던 어떤 마음에 대해 적고 싶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어디서든 제일 뛰어나고 싶고, 잘나고 싶어했다. 그리고 특히 동성에게 그런 마음을 자주 느꼈다. 그런 내가 외국어 수업을 수강하게 되어 첫 수업에 간 날 나와 같은 반에 매력적인 한 여성을 보았다. 40-50대가 주를 이루는 곳에서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밝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보였다. 수업을 시작한 영어 선생님은 모든 학생에게 돌아가며 근황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차례가 되었을때 나도 모르게 귀를 좀 더 쫑긋하게 됐다. 그녀는 단단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주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에게 경쟁심을 느꼈을 것이다. 내 눈에 매력적이어 보이는 그녀보다 매력적이기위해 나를 뽐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사람 참 멋지다.’
그리고 그 마음이 생경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더니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사람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혹여 그녀가 나보다 잘났고, 내가 못났다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일까. 어떠한 목적인지도 모르는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과 관계하고 싶다.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동성을 대하고 싶다. 이기고 지는 마음이 이제는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생겨 나를 좀 먹던 ‘여적여’에 대해 생각한다. 여자는 나의 적인가? 아니다. 여자는 오히려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혹은 나를 더 많이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성별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떤 삶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진심으로 아니다. 사람을 한 명 더, 하나의 세상을 하나 더 알아가는 것. 그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