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알고리즘에서 제외된) 블로그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종종 이웃님들로부터 "첫째 아들과 좀 터울진 둘째를 낳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마도 내가 6세 터울 아들 둘 맘이기 때문.
고민만 하다가 해가 바뀌어 첫째와의 터울이 더 벌어져도 이웃님들의 둘째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외동맘에게 둘째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하다가 만 숙제'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불과 몇년 전 둘째가 아직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저함 없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시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다.
아이 둘 낳고 키우며 직장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ㅜ라테만해도 출산과 육아에 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였기에, 둘째 낳고 회사다니기가 좀 힘들었다. 사실 두 형제가 6살이나 터울이 나게 된 것도, 슬프지만 나의 '계약직' 신분 때문이었다.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줄까봐 임신을 미루다가 늦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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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둘째를 비추하는 이유는 많았다.
1. 터울 많은 형제 = 외동 2명
- 두 아이 키울 때의 시너지 효과, 경제적 절감 효과는 1도 없이, 그냥 2배 힘들고 2배 돈 든다.
2. 둘이 서로 절대 안친함.
- 그냥 외동끼리 친구 만들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3. 늦둥이 신경쓰느라고 첫째 방치하다가 둘다 망함
- 나를 포함, 주변에서 다수 목격했다.
4. 육체적, 경제적 피로도 폭증
- 아들 둘 하루 4끼는 기본, 어마어마한 식비는 덤.
5. 자기주도 안될 경우, 사교육비로 등골 브레이크 당함.
- 재력이 되거나 둘째가 딸이라면 모를까...하나 낳아 잘 키우기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6. 하나만 낳아 잘 키웠으면, 진작 자유의 몸인데..
- 둘째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냥...이제 40대 후반을 향해 가는데 그간 아이들 둘 키우느라 늘 허덕이며 살아온 느낌이었다. 이모님 비용, 사교육비 등으로 맞벌이했어도 남은 게 없는 데다가 요즘은 자녀들의 독립 시기도 점차 늦어지는 추세니 +-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7. 아이가 2명이니 걱정도 2배
가끔은 내가 전래동화 속 엄마 같기도 하다. 비 오면 부채장수 아들 걱정, 더우면 우산장수 아들 걱정...
얼마 전에는 <나는솔로> 모태솔로 편을 보다가 문득, 두 아들 장가를 못보내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ㅜ 요즘 세상이 아들들에게 좀 불리하고 좀 가혹한가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둘째가 훌쩍 자라서 그런지, 상황이 급변했다.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니 확실히 둘인 게 관심이 분산되어 정신 건강에 좋다. 두 아들은 잦은 이사와 전학, 큰애 사춘기와 입시 등 험한 일을 겪으며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돈독해졌고, 요즘은 서로를 챙기고 같이 게임도 하는 등 친하게 지낸다.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더 열심히 살야겠다는 동력도 되니 단순히 수치만으로 계산할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연로한 부모님 병원 모시고 다니다보니, 그래도 함께 대소사를 걱정하고 의논할 형제가 있는 게 의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게 되는 큰 애와 달리, 둘째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흐뭇하고 대견하여 “둘째 안 낳았으면 어쩔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첫째 키울 때 미처 느끼지 못한 자녀 양육의 뿌듯함, 기특함 등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있다고나 할까.
첫째는 7세 때 이미 다 큰 아이처럼 보였는데, 둘째는 중학생이 된 지금도 애기 같이 귀여우니 신기할 노릇이다. 첫째 때에는 90점 받아오면 왜 100점 못받았냐고 다그쳤는데, 둘째는 이 말도 안되는 입시 제도 속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지못미ㅠ
첫째가 첫사랑의 떨림과 감격을 맛보게 해주었다면, 둘째를 키우며 비로소 "조건 없는 사랑" "존재 자체가 주는 기쁨" 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누구를 덜 사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성격이 다른 사랑일 뿐.
...그래서 결론을 말하자면,
1. 둘째는‘사랑’이다.
2. 둘째를 계획한다면, 숙제는 웬만하면 3년 터울 이내에 마치도록 하자!
남녀가 결혼하면 혼자 살던 때 누렸던
자유나 물질적 여유, 자기 시간 등을 잃게돼.
하지만 그 대신에 황금잔 하나가
굴러 들어오는 거야.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말이야.
자기들을 똑닮은 아이도 생기지.
도둑 맞은 시간과 자유의 자리에는
황금잔이 계속 증식하며 번쩍이고있는거야.
잃었다고 생각한 빈자리에 값진 선물이
놓이게 되는 것, 결혼이란
바로 그런 것이란다.
- 출처 : 이어령,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키스
사진 출처: Unsplash의Hu 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