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미쳤다. '미쳤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오늘 뉴스에는 순댓국집에서 순대 정식을 추가했다가 양이 적어 놀랐다는 손님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5천원에 순대 6개, 편육 3점이었다.
재료값만 해도 5천원어치 맞는데?
작은 사과 한 개가 3천원, 손바닥 반만한 소금빵 하나가 3-4천원인 요즘이다. 그러니 순대 6개, 편육 3점이면 충분히 5천원이 되지 않겠는가?! 댓글을 보니 과연 나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요즘 물가가 너무 어이없다보니, 우리집 식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1. 장봐서 해먹는 게 더 비싸게 느껴져 외식/반찬가게 이용이 늘었다.
2. 포장 음식을 1-2인분만 사와 재료를 추가한 후 온가족(4인)이 먹는다.
3. 외식은 희망자에 한해 나가서 먹고 온다.
특히 요즘 외식할 때 나 빼고 남편과 두 아들만 나가서 먹고 오는 경우가 많다. 원래 매끼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기보다는 그냥 있는 반찬에 간단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스탈인 데다가, 아들 둘과 함께 먹다보면 이게 먹는 건지 마는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아들 둘 포함한 네 식구가 외식을 하면 5-6인분은 시켜야 좀 먹은 기분이 드는데, 그마저 아이들 먹이다보면 나는 메인 요리보다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다보니 반찬이 엄청 조금 나오고, 더 달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비싼 돈 들여 외식해봐야 만족스러운 느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맛있는 거 간절히 먹고 싶은 사람들(남편과 아이들)끼리 나가서 배불리 먹고 오라고 한다.
집에서는 가족들 챙기느라 대충 먹게 되는만큼, 회사에서는 한끼라도 맛있게 잘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예전에는 일하느라고 점심을 대충 때우기도 하고, 식욕이 없으면 한끼 스킵하기도 하고 그랬지만, 요즘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무리 바빠도 점시시간은 반드시 사수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팀 점심 회식이 있었다. 마침 평소 가고 싶었던 분위기 좋은 식당이었다. 뭘 먹을까, 메뉴판 보며 신나게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가 다양한 음식을 시켜 다같이 쉐어 하자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음식을 다 주문하는 것이다. 우리것까지!
샐러드를 추가해 N+2개의 요리를 시켰으나, 다 먹은 뒤에도 포만감은 들지 않았다. 계속 음식 덜어 먹느라, 접시를 돌려가며 먹느라 몹시 피곤할 뿐이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상사들에게 간곡히 말하고 싶다.
회식만큼은....1인 1메뉴 안되나요?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