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크게 자극받은 일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동창이 내가 갈아타고 싶은 바로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하던 중 굳이, "아직도 예전에 살던 그 동네 사니?"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아니, 나 벌써 몇년 전에 ㅇㅇ동으로 갈아탔어. ㅇㅇ 아파트
생각치도 못했던 대답에 그만 푼수처럼 "진짜? 대박...와, 좋겠다, 거기 임장갔었는데..."라고 말하고 말았다. "혹시, 얼마에 샀어?"라는 속물적인 질문도 내뱉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ㅠㅠㅠ 그녀의 성공적인 재테크가 짜증나기보다는, 그런 반응을 보인 내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너도 가진 것 많잖아. 앞으로 더 잘될거고.
그렇게 자존감 낮아서 어쩌려고.
오기가 생겼다. 나도 독해지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아주 열심히 살진 않은 것 같다. 늘 적당히, 이 정도면 됐지, 만족해온 삶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는 좀 독하게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단지 재테크 뿐 아니라 나에 대한 투자까지도.
첫째, 건강한 몸 만들기. 내 나이쯤 되면 돈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다. 대충 말고 진지하게 운동을 하고, 진지하게 식단을 챙겨 먹기로 했다. 샐러드와 살코기, 사과, 견과류 등을 미리 준비해서 먹고, 저녁 때 2시간씩 유산소+근력 운동을 한다.
둘째, 책읽기. 옥스퍼드 사전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최근 SNS나 의미 없는 숏폼 콘텐츠 등 사소하고 하찮은 자료를 과잉 소비한 결과 한 인간의 정신적, 지적 상태가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퇴근 후 넷플릭스나 인터넷 대신 전자책, 강연, 외국어 등으로 시간을 채운다면 인생이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셋째, 돈모으기. 가급적 집밥(건강식)으로 때우고 외식은 1만원 이하로 한다. 커피는 네스프레소에 우유를 타먹는다. 매일 저녁 가계부를 쓴다. 매달 최대치를 저축해 종자돈을 모은다.
왜 다들 나에게 자랑질을 못해 안달이야?
오랜만에, 구태여 나를 찾는 이들이 왜 다들 자랑질인지 모르겠다.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아마도 그동안 나를 질투해오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소시적부터 학벌에, 미모에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던 나 아닌가?! 그랬던 내가, 이제 자기보다 못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 나 이제 늙고 머리도 잘 안돌거든...
나좀 제발 내버려둬!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 내 업보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남들에게 상처준 나의 자랑질이 다시 돌아온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 아파트 그 때 너한테 자극받아서 산거잖아~
언젠가 이렇게 말해줘야지
*이미지(아파트)는 글 내용과 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