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지 Dec 14. 2024

강남 간 친구, 나랑 뭐가 달랐나?

요즘 언론에서는 경기침체 때문에 난리인데, 강남 집값은 신고가에, SNS에서는 다들 수익인증 하느라 바쁘다. 출장차 공항에 간 남편은 "공항에 사람 겁나 많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진짜 불경기 맞아?


의문이 들 때가 많지만, 양극화 시대의 단면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균등하게 퍼지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니 '역대급 불경기'인 동시에 '나빼고 다 부자'인 상황이 공존하게 된 것이다.




12월 3일은 국가적으로 대재앙이었지만, 개인적으로도 핵폭탄을 맞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한테 강남으로 갈아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게 그토록 큰 충격이 될 줄이야.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10년 전, 나와 그는 비강남 비슷한 가격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2) (연락이 끊겼던) 5년 전, 그는 몇 억을 보태 강남으로 갈아탔다.

3) 지금 그의 아파트는 가격이 급등하여 우리 아파트의 2배가 되었다.

4) 2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내가 더 자산이 많았다.




지난 1주일 간 마음을 추스리기가 힘들었다. 본래 멘탈이 단단하지 못한 데다가, 이번에 빡침이 꽤 컸는지 뼈아픈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매일 퇴근 후에 2-3시간 동안 운동을 하며, 지난 20년을 되돌아 보았다.


내가 뭘 잘못했지?


불과 5년 전만해도, 40대 초중반 나이에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새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자산에 큰 변동이 없으니 퇴보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50대는 곧 은퇴를 앞둔 만큼 공격적인 투자 대신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

나이도 거의 50 가까이 되었는데

10억 대출을 받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재테크 관련 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해본 적도 없는데,

이제부터는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라고?

대출을 제대로 이용해본 적도 없는데

이제 영끌 대출은 자제할 나이라고?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지난 20년간 나는 그와 뭐가 달랐나?

운동을 하며 복기해보았다.

 

1. 소득 격차

- 나도 맞벌이를 했지만 둘다 박봉이었던 데다가, 휴직, 경력 단절 등으로 외벌이 기간이 7년 이상 되었다.

- 반면 그는 지독하게 휴직도 거의 하지 않고 고소득 맞벌이를 유지했다.

 

2. 대출을 이용한 갈아타기

- 20년간 나는  딱 한번 3억 빚내 갈아탔을 뿐, 계속 대출을 갚는 데 열중했다. 5억 빚은 감히 생각도 못했다.

- 반면 그는 매번 수억을 빌려 총 4번을 갈아탔고, 마지막 강남 갈아타기는 5억 이상 대출을 꼈다고 한다.


 3. (가장 중요) 방향성

-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강남 출신이면서도 '내가 어떻게 강남 아파트를...'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강남 집값 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강북 우리집이 더 좋아질거라는 이유를 찾기에 바빴다. 이제야 뒤늦게 깨닫는다. 강남은 불패라는 사실을...격차는 날로 커져갈 거라는 사실을...

- 반면, 비강남 출신인 그는 하루 빨리 강남으로 떠야겠다는 촉이 왔고, 과감히 실행에 옮겼다.




이렇듯 '양극화'라는 시대적 조류와 '강남으로 간 동창'과의 조우로 인해 나는 격동의 50대를 맞게 되었다.


이미 실기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따금 밀려오는 씁쓸한 감정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낙담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보다는 지금부터라도 latecomer의 성공기록을 써내려가는 편이 낫지 않지 않을까?


지구가 멸망하기를 바라는 수험생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