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대학간 지 이제 몇 달이 지났을 뿐인데, 보는 사람들마다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좋은 의미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보다 공부 못하던 친구가 같은 대학에 합격한 것을 보고 심한 현타를 느꼈던 아들인데(결국 그 대학 안감)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아들) "운좋게 합격 했어도, 가서 힘들지 않을까?"
요즘들어, 노력만큼이나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지라 이따금 경영학 전공 아들이 걱정이 되어 한소리 하게 된다.
(나) "열심히 공부하는건 알겠는데...헛되지 않으려면, 방향성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가 아니니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늘 생각하면서 공부하길 바래."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들) "저도 다 계획이 있어요, 엄마...지금 학교도, 전공도 만족스러워요. 3년 전 나를 생각해보면, 현재 내 모습이 너무 감사해요."
제법 단단해진 것 같다.
강남으로 갈아탄 뒤 집값이 폭등한 동창 소식을 접하고, 나 혼자만 뒤쳐진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황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아들처럼 멘탈을 관리해보기로 했다.
1.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동창은 갈아타기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5억 이상 대출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 고금리에 대출이자 갚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집값이 한창 떨어질 때는 맨날 부부싸움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 "남의 최고"와 "나의 최악"을 비교하지 말자.
우리는 흔히 남의 최고의 모습과 나의 최악의 모습을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동창이 겉으로는 더 없이 행복해보일지 몰라도, 그 속내가 어떨지, 또 다른 고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지금 갈아타기한 집에 들어가 살지도 못하고 녹물나오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전세 살면서 몸투하고 있다고 하던데, 너도 참 나만큼이나 힘들게 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3.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집값 올라봤자 사이버 머니일 뿐, 양도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또 팔아봐야 더 이상 갈아탈 곳도 없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집도 폭등한 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잠시 기분만 좋았을 뿐이지 세금만 더 냈다. 언젠가 다시 폭등하면 그 때 나도 갈아타기 하면 된다.
4. "내가 가진것을 감사하자."
결혼 후 10킬로 이상 늘었다는 동창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부러워했다.(놀랍게도 내 블로그를 눈팅하고 있었다고 한다...ㄷㄷ)
브런치 작가인 걸 알게 되면 더욱 부러워할테지~
5.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안물안궁'의 태도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성공에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나랑 가깝고 비슷하다고 여기던 사람이 어느 날 나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때에만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서로 생활반경이 달라서 마주칠 일도 별로 없는 동창의 재테크에 빡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갑자기 반가운 척하며 십여년 만에 걸려오는 동창의 전화는 사절이다.
12.3.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했다.
자전거타기 30분, 근력운동 1시간, 수영 30분...
단백질과 샐러드 식단도 필사적으로 챙겨먹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 이틀 지나면 곧 시들해졌을텐데 이번엔 다르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매우 고마운 자극이었을런지 모른다.
재테크 측면에서도 목표를 재정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