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브런치 작가의 자기 소개가 재밌다.
일관되게 끈기가 없음
ㅎㅎㅎ 이런 유쾌함 넘 좋다.
나로 말하자면, "일관되게 뒷북"이다. 내가 관심을 가질 때 쯤이면 이미 끝물이니, 그야말로 '인간 지표'라고 말할 수 있다. 차라리 '일관되게 무관심'하면, 손해라도 보지 않을텐데, 뒷늦게 열을 올리니 그야말로 설겆이 담당이 될 수밖에. 그나마 소심하고 돈도 없어, 잃어봐야 얼마 안되니 다행이다.
올해 초에 읽으려다가 만 책을 얼마 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버젓이 이런 글귀가 있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 자산의 일부를 활용해 테슬라 주식을 사고 비트코인에 투자했습니다...제가 하는 일이 자율주행 및 코인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은 자율주행과 코인으로 가고 있지만 제 전문성은 다른 분야이기에 적어도 내가 노동으로 번 돈 중에 일부는 그쪽으로 보내서 돈이 저 대신 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노동으로 버는 돈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투자에서만큼은 '바벨 전략*'을 떠올리면서 어느 정도 위험자산에 투자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바벨전략 : 양극단에 놓인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조합해 자산을 배분하는 투자 전략
와,,,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이 책을 올해 초, 아니 11월 초에만 읽었어도 내 통장 계좌수익은 많이 달라졌겠다 생각이 들었다.ㅜ
강남 아파트에 대한 관심 또한 지지리 뒷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주위만 해도 눈치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강남으로 일찌감치 건너갔다. 하이인리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5년 전 나는 강북 학군지로 들어갈 때, 주변에서는 이미 강남행 갈아타기의 신호가 많이 보였던 것이다.
* 하이인리법칙 : 1번의 대형사고 발생 시 그 전에 300회의 징후가 감지되었다는 통계적 사례
ㅇ 처음 이사온 나에게 이런저런 코치를 해주던 동네 언니는 그 해 연말 주복을 팔고 대치동으로 갔다.
ㅇ 역시 그 주복에 살던(그 동네에서 젤 비쌌다..) 나의 블로그 이웃도 이듬해봄 대치동으로 갈아탔다.
ㅇ 해외 주재원 살던 내 고등학교 동창은 귀국해 강남 도곡동에 자리잡았다.
ㅇ 강남 반포동에 사는 전문직 친구는 자기네 동네에서 서울대 동문들을 죄다 만났다고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임장다니며 방황하던 나는, 강남 갈아타기에 성공한 동창과의 조우를 계기로 방향성을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이제 오를대로 오른 강남으로 수십억 더 주고 갈아타기는 너무 속이 쓰리고, 어쨌든 그쪽 동네로 투자라도 해놓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10여년은 더 일을 할꺼고, 지내다보면 기회는 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 계속된 집값 상승기 속에서도, 짧게 지나가긴 했지만 기회가 없진 않았다. 내가 놓쳤을 뿐.
앞으로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일은 다음과 같다.
ㅇ 관심있는 단지를 몇군데 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ㅇ 틈틈히 그 동네에 가서 차도 마시고 부동산도 들러 본다.
ㅇ 예전 가격 생각하지 말고, 물가를 반영한 현시세 기준으로 판단한다.
ㅇ 기회가 오면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인다.
이번엔 남편도 내 뜻을 따르기로 약속했다. 나는 2주택자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