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기 영식 청담자이 산다고?

by 팬지


(나) 수요일이네? 아, 벌써부터 살짝 흥분되네.

(남편) 왜?

(나) <나는 솔로> 하거든..


여태까지 한 10번쯤 말한 것 같은데 무심한 남편은 여전히 이유를 묻는다.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냐는 듯.


(나) 오늘 맘카페 난리났어

(남편) 왜?

(나) 17기 영식이 청담자이 산다고...

아, 나도 청담자이 살고 싶다..

(남편) 와……진짜....잉여력 쩐다.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은 매주 목요일 넷플릭스에 업데이트 되는 <나는 솔로>를 보는 것이다. 목요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나는 솔로> 덕분에, 한 주를 마무리하고 주말을 맞이하는 나의 기쁨은 극대화된다.


예전에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월요일에도, 요즘은 이제 3일만 지나면…하면서 힘을 얻곤 하니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소중한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다 보지 않고, 아침 눈 뜨자마자 출근 준비하면서 힐끔힐끔, 지하철 퇴근길에 과몰입해서, 또 저녁에 설겆이 하면서 멀티태스킹으로, 조금씩 나눠 본다.




이외에도 <돌싱글즈>, <솔로지옥>, <환승연애> 등 온갖 데이팅 프로그램은 다 섭렵하고 있는데, 그 시작은 <하트시그널>이었다.


미국 사는 언니에게 볼만한 프로그램 좀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원래 해외사는 교포들이 재밌는 프로그램은 더 훤히 꿰고 있는 법이다…!), 나이 먹을수록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챙겨봐야 한다며 <하트시그널> 추천해준 것이다.


그 이후 우연히 시작된 <나는 솔로>의 기나긴 여정.


본편을 보기 전에 간단한 기사 검색을 통해 기대감을 충천하고, 본편을 본 뒤에는 네이버 카페 검색을 통해 여론 동향을 파악한다. 종종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인물 분석 글도 챙겨보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얼마 전 퇴근 길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어서, 누군가 했더니 나솔에 나온 한 남자출연자였다.


왜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하마터면, 인사할 뻔했다.

12기 영식 보고 인사할 뻔…!



가끔은 남편에게도, 나솔식 화법을 사용하곤 한다.


(나) 여보, 아까 점심 때 설겆이 해줘서 호감도가 조금 올라갔어. 좀더 알아가보고 싶어졌어.

(남편) ……!




나는 <나는 솔로>를 왜 보는가?


첫째, ‘인간의 본능’을 확인할 수 있다.


첫인상 선택 때에는 아무래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 보다보면, 웃는 인상(‘웃상’)이나 편안한 분위기도, 외모만큼이나 중요함를 알 수 있다. 예뻐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분위기거나, 잘생겨도 바람둥이 같은 이미지라면 고독 정식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요즘 ‘배우자 선택 기준’을 파악할 수 있다.


자기 소개 후 확 바뀌는 선호도를 보며, 요즘 의사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또는 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파악알 수 있다. 자기 소개 때 본인 명의 아파트 소유 여부, 부모님이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지 여부 등을 빼놓지 않고 말하는 것을 보며 다시금 재테크 결의를 다지거나 노후대비 필요성 등을 절감하기도 한다.


셋째, '감정이입'을 통해 '멘탈을 강화'할 수 있다.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혼자 고독정식 먹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라면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꿋꿋이 견디어내고 웃으며 인터뷰까지 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다시 한번 멘탈을 다잡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꽤나 진심이다. 지금 쓰는 이 브런치 글처럼...만사가 시큰둥해져 차마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다 못보는 내 삶에 큰 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