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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Feb 28. 2024

엄마가 스카이면 아이가 공부를 잘할까?

엄마가 스카이 출신이니 아이들도 잘하겠지,

애들이 왠지 비범해보여.


아이들 어릴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엄마가 스카이면 애들이 힘든 법이야.

마음대로 못하는 게 자식농사라고 하잖아.


아이들 크고나서 많이 들은 말이다.




어릴 때, 주변에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 중에 선망하는 대학, 직업이 있다면, 목표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고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아, 저 정도 하면 저 대학 들어가는구나...’

‘저 직업 가지면 저런 삶을 사는구나..’


그래서 나의 학력이나 직장이 아이 학업이나 진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예상과 달리 아이한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엄마는 스카이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잘하죠)

“엄마는 원래부터 잘했잖아요.”

(나와는 달라요.)




처음에는 아이들의 뇌구조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청소년 심리 서적을 찾아 읽다보니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교수 부모를 둔 아이들이 기대에 못미칠까 두려워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좀 권위적이고 바쁜 특성을 지닌다.


또 연구에 몰입하다보면 아무래도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고 이어령 교수님도 연구에 골몰해 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것을 뒤늦게 통회하신 바 있다..)

부모가 책 읽고 공부하기를 즐기면 아이들도 따라서 한다..고 하던데, 꼭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다.ㅠ




스카이 엄마는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아이가 공부를 좀 못해도, 공부머리는 모계 유전이라는 둥 헛소리(?)는 안들으니 그건 좋은 것 같다.


얼마전 맘카페에서 "(엄마가) 예체능 전공이 아니었다면, 아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요?" 라는 글을 읽었다. 피아노 전공 엄마인데 중고딩 아들의 어려운 수학 문제 앞에서 점점 작아진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어려운 문제를 보면 도리어 화를 낸다.

"뭐, 이런 문제가 다있어? 이걸 어떻게 풀라고..."

못풀기는 마찬가지이나, 자격지심은커녕 큰소리 뻥뻥 칠수 있으니 좋은것 같다.ㅎ


또 한가지, 뭔가 새로운 걸 가르쳐주긴 어렵지만, 아이가 이미 한 과제물이나 작문 등에 대해서는 유용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아이가 공부를 좀 하는 경우, 스카이 맘은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시작한 건, 지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학군지에 살면서 가방 메고 학원 오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누구보다 빛나던 아들이었는데... 왜 공부를 손놓고 저리 방황을 하고 있는지, 억울하고 분하고 짜증이 났다. 나 때문은 아닌지 하루에도 몇번씩 자책하고 후회하곤 했다.


스카이 출신 엄마가 아니었더라면...


“라테는 말이야~” 잔소리 덜했겠지.

시대가 바뀌고, 입시 제도도 바뀌고,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의 사고방식, 행태, 언어도 바뀌었는데, 왜 라테처럼만 하면 된다고 잔소리를 했을까?



"와우, 신통방통일세!" 아이를 좀더 대견히 여기지 않았을까?

아이는 나름 노력을 기울인건데, 왜 부족하게만 보였을까? 매번 빨간펜 들고서 수정해주기 바빴다.



그놈의 '엄마표' 욕심도 안냈겠지

학원, 과외 시키려면 돈도 많이 들고, 알아보기도 귀찮은데, 그냥 내가 가르치고 말지~ 웬만한 선생님보다 학벌도 나을텐데...교만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말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줘도 엄마 말은 안듣는게 아이들이다.



이렇게 재밌는 공부를 왜 안해? 크면 다 알아서 해! …이같은 안일한 생각도 안했을 것이다.

스카이맘 중에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육철학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은, 늘 공부를 해야할 때보다 늦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배울지 말지 결정할 권리를 아이들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



“내가 잘해봐서 아는데 꼭 잘할 필요는 없어!” …이런 맥빠지는 소리도 덜 하지 않았을까.

요즘 세상이 어떤가...노오력 해도 안되고, 스카이 입학하고 대기업 취직해도 별볼일 없는 세상이다. 그런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스카이맘인지라 한국 교육과 입시제도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  


‘명문대 나와도 쓸데 없는데 학원비 모아 투자 종자돈을 마련해주는 편이 더 낫지않을까?’


그렇지만, 효율성 중심의 태도는 아이한테 전염이 되고, 인생의 철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회적 성공과 인정의 포기는 무기력을 가져온다.




결론 : 스카이 출신 엄마라고 아이 교육이나 입시에 더 유리한 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불리하지 않으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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