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 살 딸이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이브날,
크리스마스 선물로 ‘과자집 만들기 키트‘를 받아왔다.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 겉면에 그려진
화려한 과자집 예시사진에
딸은 “우와아! 우와!” 하며
신나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우와! 꺼내줘! 꺼내줘!” 하고
애원하는 아이를 보며,
나와 남편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말했다.
“우리, 기다렸다가 내일 다 같이 만들어보자!”
내일은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 가족은 밖에 나가 반짝이고 멋진 장식이
있는 장소에서 수많은 인파와의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대신,
따뜻한 집 안에서 캐롤을 틀어놓고
선물 증정식을 하고
맛있는 파스타를 1인당 거의 2인분씩 해 먹고,
전날 픽업해 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을 계획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면 부부끼리
와인잔을 부딪힐 생각에 신이 났었다.
거창한 포인트 하나 없는 우리 세 가족만의
집콕 크리스마스 데이에
‘과자집 만들기 키트’가 끼어들다니.
예상 밖의 설레는 포인트가 하나 더해진 셈이다.
다음날, 테이블 위에 과자집 키트를 열어
부속품들을 모두 풀어보았다.
정사각형의 커다란 갈색 쿠키가 여러 개 있었고
쿠키 아이싱, 아이싱 위에 뿌릴
예쁘고 알록달록한 별 모양 스프링클,
미니 프레즐, 초코볼 등 귀여운 부속품들이었다.
아이가 자꾸 본인이 한다고 우겨서 잠시 맡겨봤지만
역시 과자집 건축은 우리 몫이었다.
뭐, 얼마나 어렵겠나 싶어서
대충 대강 이것저것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과자집 만들기보다는 다 만든 후
하얀색 아이싱 위에 스프링클을 뿌릴 생각에
아이처럼 신나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과자집 건축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단계는
바로 첫 번째 단계였다.
먼저 정사각형의 쿠키들 사이의 벽면에
하얀색 아이싱을 바른다.
쿠키의 벽면을 이어 붙여서 집의 형태를 만든다.
그 위에 지붕 면에도 쿠키를 이어 붙인다.
그렇게 지붕 덮인 과자집이 만들어진다.
희한하게도 아이싱을 발라 벽면끼리 이어 붙여
지지대를 세우고 집의 뼈대를 구성하는
기초공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고 어려웠다.
아이싱을 바르자마자 바로 이어 붙였더니
금방 쿠키끼리 떨어지고
다 굳기 전에 잘못 건드리니 집이 무너졌다.
집 만들 때 기초공사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작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과자집 만들기 키트를 통해 깨닫고 있었다.
어떻게든 완성된 과자집 위에
아이는 신나서 스프링클을 뿌려 장식하고
마시멜로로 집 대문을 만들었다.
박스 겉면에 있던 과자집 완성 예시사진과는
사뭇 다르게 어설프고 흘러내리는 모양새였지만
어쨌든 완성했음에 안도했다.
과자집 덕분에 크리스마스 추억이
하나 생겨 기분도 좋았다.
완성된 알록달록한 과자집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지붕 위에 꾸며진 형형색색의 별 모양 스프링클,
콕콕 올라간 크고 작은 초코볼 장식들은
사실 가장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예쁘고 알록달록한 장식보다
튼튼하게 이어 붙인 쿠키 벽면이 훨씬 중요했다.
나의 내면 속에 과자집처럼
나만의 집이 한채 있다면,
바닥면과 벽면이 서로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튼튼한 집이라면 좋겠다.
가끔 거센 바람이나 폭풍우가 몰아친대도
창문을 닫으면 고요해지는 집이기를.
바깥세상에 그 어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못된 사람들이 내 집문을 두드려도
잠금장치가 튼튼해서 문단속만 잘하면
아무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안전하고 강한 내 집이기를.
그런 집을 짓는 것은 지금도 늦지 않았음을 안다.
만약 늦었다고 해도
부실한 부분을 공들여 보수하고
고치고 또 고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계속해서 나는 내 내면을 들여다보며
튼튼하게 다져갈 것이다.
그 튼튼한 집 위에
알록달록 내가 좋아하는 색감으로
페인트 칠도하고 지붕도 꾸미고
여유가 된다면 앞마당에 꽃도 심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내 집과 앞마당이
내 마음에 쏙 들게 튼튼하고 아름다워지면
이웃들을 언제든 초대하여
햇살 가득한 창가 아래
따스한 차를 대접하고 싶다.
그러면 정말로 멋진 집이 될 것 같다.
정말로 멋진 어른이 될 것 같다.
과자집 건축은 이렇게나 심오한 일이었다.
나름 공들여 만든 과자집을
작은 두 손으로 들고
와그작 와그작 소리를 내며
과자를 하나하나 먹기 시작한 아이를 보며
우리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어린이집에서 왜 세 살 아이에게
과자집 만들기 키트를 선물로 주셨는지 알겠다.
뭐, 의미는 내가 만들기 나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