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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간지 Apr 12. 2022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에세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6711616




오랜만에 책을 가져왔다.


서점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한 책.


왠지 모르게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사랑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연애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에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찾기 위한 작가들의 처절한 사유와 고뇌가 담겨있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모호한 관념들이 구체화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가 된다는 건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사랑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작가는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넨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됐던, 


또 좋았던 구절들, 


그 부분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나의 생각을 적어보았다.



에필로그


에필로그부터 한마디 한마디가 와닿았다.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사랑의 시작과 이별의 경험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감정들이 우리에게 다음번엔 보다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니 끝을 생각하며 걱정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연애를 하는게 중요하다.



남을 사랑하는 방식 역시 꽃게를 먹던 날들의
그 달큰함과 풍요, 부드러움, 따뜻함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이 나를, 사랑만이 나를

온갖 마음 부침으로부터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반복해도 미련하지 않은 그것.
그것이 사랑임을 나는 믿는다.

반복해도 미련하지 않은 어떤 것 중


사랑은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이 주는 특별한 감정과 순간들. 연애 초반의 그 설렘과 달콤함, 상대방과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느끼는 평온함이라는 감정, 상대방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그리고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나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그런 예쁘고 따뜻한 마음들. 그 마음들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가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단단히 똬리를 틀고 앉은 네가
언제고 훌쩍 떠나고 나면
그 공허는 끝내 메우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가
불쑥불쑥 나를 덮쳤다.
무서워서 도리질을 쳤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네게 상처를 줬다.
해결하지 못한 내 안의 상처가 네게 옮아가도록 방치해두었다.

미안해.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그 시절 너에게.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 시절 나에게.
너에게 상처 주던 밤



성숙하지 못함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진심은 아니다. 그런 후회와 미안함의 순간들은 잊혀지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 깊게 박혀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분노하고 원망하지 말자. 그 사람도 상처받은 사람이라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 있음을 기억할 것. 그 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집착이
조갈 나는 마음의 착각임을 안다.
무관심의 이면에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음을 안다.
사랑을 거듭하며 알게 되는 것들.
상대방이 해줬으면 하는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 것.

그런 태도가 사랑이라는 것.

사랑을 거듭하며 알게 되는 것들



연애라는 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이다. 그렇기에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상대방을 동등한 존재로 대해주는 것. 그리고, 나의 세계가 소중한 만큼, 상대의 세계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결국 집착도, 무관심도 상대방과 내가 동등한 인격체임을 인정하지 않기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니 집착과 무관심을 사랑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하지 말 것.



착각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착각.
사랑의 힘이 그렇게 세다는 착각.
그럼에도 나는 어쭙잖은 경험으로
사랑이 충만한 내가
그를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만이었지.
그리고 그는 이별의 말로
내 착각과 오랜 오만을 벌했다.



사랑이 모든걸 해결해 줄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의 문제들은 그 사람의 몫이었다. 결국 나도 그 누구도 아닌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그 사람만의 숙제였다.


내가 해야 했던건 그 사람을 바꾸는게 아니라, 그저 옆에서 묵묵히 그 사람 곁을 지켜주는 것.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었다.


그게 사랑임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네가 대단해서 그렇게 뜨거운 거라고.
네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오래 좋아하는 것은
미련한 게 아니라 대단한 거라고.
비극이 아니라 기쁨이라고.

일찍 쇠한 게 슬픈 거지.
오래 뜨거운 게 슬픈 게 아니라고.
그러니 그냥 울라고.

그래서 그 밤, 오래오래 울었다.

그 밤, 오래 울었다.


이별의 다른 말은 용기이며
또 다른 사랑이더라고.
매정했던 당신에게 고마워


이별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서로의 마음이 다 한 걸 직감한 순간, 덜 나쁜 사람이 되기 위한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기 위한, 두 사람 간에 끝내자는 말을 미루는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연애의 시작은 무(無)에서의 출발이지만, 연애의 끝은 그동안의 쌓아온 둘의 많은 추억들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그래서 사귀자는 고백보다 끝내자는 고백을 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한다.


끝은 시작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니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했다고
기억할 수 있기를.
이별은 아팠지만 
사랑은 참 좋았다고.

그 좋은 날들에 넘쳐흘렀던 감정의 풍요를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
이날들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모든 관계의 끝은 슬프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시간들, 소중했던 추억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별의 슬픔으로 인해 아프고 힘든건 그만큼 그 사람과의 시간들이 행복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고 진열했던 당신과
오랜 시간을 두고 비로소 알게 된 당신은 달랐다.

나 역시 그랬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애정받고 싶어 진열해 두었던 나는 본래의 내가 아닌 까닭에
내밀한 관계가 되면 서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밝은 곳에 억지로 자신을 진열하지 말기를.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속이며 애정을 요하지 않기를.

변질한 향수 이야기를 들으며
손이 가지 않는 향수를 보며
입맛이 썼다.

변질된 향수 같은 관계



꾸며진, 거짓된 모습은 금방 들통나기 마련이다.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서로 존중받고 존중하는 사랑을 하기를.


그런데 아름다움을 다한 꽃잎이
초라해지는 건 순리와 같아.
햇살을 담뿍 받고 뜨거운 한때를 살아냈다는 반증 같은 것.
어쩌면 지고 나서도 향과 색을 잃지 않는 꽃잎들보다
훨씬 제대로 된 마지막이 아닐까.

그런 깨달음이 찾아올 때쯤
나의 이별도 별것 아닌 일이 되어 있었어.

그러니 오래 아파하지 말길.
먼저 끝낸 그보다 좀 더 뜨겁고.
좀 더 오래 사랑했음을 자책하지 마라.

생의 순리대로라면
찬 바람 지나고 다시 꽃을 틔우지 않겠니.
봄 이슬 머금고 환하게 반짝이는 목련처럼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지 않겠니.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너의 사랑이 졌다고 끝이 아님을.
언제고 다시 피어나리란 것을.

그 순리를 믿어라.
그러니, 괜찮다.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많은 것을 바란게 아니었다.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 그리고 서로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을 바라는게 상대방에게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게 내 욕심임을 깨달았을 때, 사소한 것도 못해주는 상대방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상대방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미안함만 쌓여갔다. 싸우고 싶지 않아 서로의 감정을 숨겼고, 서로간의 줄어든 대화는 더 큰 오해를 불러왔다.


그렇게 둘은 지쳐갔다.


오랜 연애가 끝나는건 한순간이었다.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많았다. 그 이유들이 변명으로만 들렸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로만 들렸다. 그런 서운한 마음 뿐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역시 똑같은 결말이구나. 기대한 내가 바보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더 큰 상처로 남았다. 내 마음의 크기만큼 상대방의 마음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밀려오는 비참함, 억울함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원망스러움.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한 순간 물 밀듯이 밀려왔다.


그러나,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냥 상황때문에, 각자의 입장차이 때문에, 그렇게 된 것 뿐이었다. 그냥 서로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게 당연한 것이다. 그냥 순리대로 끝이 난 것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이별을 받아들이는건 쉽지 않았다. 이별의 순간은 아프고 힘들다. 이별로 세상이 다 끝난 것만 같다. 다시는 이런 사랑을 못 할 것 같고, 지금 일어난 일이 엄청나게 큰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 보면, 그런 걱정들이 생각보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에도 적응하고 슬픔의 감정도 무뎌진다. 그렇게 마음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한 날들이 돌아온다. 꽃이 지고 다시 피는 것처럼.


그러니 슬픔은 슬픔대로 흘려 보내자.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통이 줄어든다는 말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이 주는 경험들과 정신적 성숙이 상처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모든 인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을 만난 것에도, 그 사람이 나를 떠난 데도 다 이유가 있다. 연애의 끝에는 항상 배움이 남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왔다 간 것은 나에게 어떤 배움을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지고,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귀한 배움의 기회와 경험을 선물해 준 그 사람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그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빌어주자.


사랑 때문에 너무 애쓰며 고통스러워 하지 말자. 아무리 애써도 안 될 인연은 안되고, 별로 애쓰지 않아도 될 인연은 어떻게든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그냥 내게 오는 인연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운 순리에 삶을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낼 때가 되면 잘 마무리해서 보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 귀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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