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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간지 Apr 09. 2022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시인

사랑과 자연을 위한 노래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1356273


깜짝 놀랐어.


어?

밤 길을 걷다 우연히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새까만 하늘에  홀로 밝게 빛나는 달의 모습은


캄캄한 절망 속 한줄기 희망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힘들 때 달을 많이 봤던거 같다.


달을 보면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기도 한다.




밝게 빛나는 둥근 달을 보니,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가 생각나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 펼쳐 보았다.




김용택 시인의 시에 담긴


적막하고 고요한 자연에 대한 묘사,


그리고 소박하지만 


울림이 있는 언어들은 


항상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는,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들을 깨닫게 해준다.




순간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김용택 시인의 시구들은


사랑이 주는 찬란했던 감정들과


뼈아픈 아픔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시인이 책 서두에 썼던


'가슴 저리게 아름다웠던 날들'


이라는 말처럼.



시인의 말 中
그 누군들 사랑과 이별의 아픔과 괴로움이, 
그것이 가슴 저리게 아름다웠던 날들이 어찌 없었겠는가. 
사랑은 늘 새로 태어나는 말이고 
그 말이 날개를 다는 일이다. 
그러니까 그리하여 그리고  
나의 한 시절 그 노래들은 '모두 우리처럼' 되었다.

알아요

강이 있는

작은 들판을

다 가진 듯해요

푸르른 날의

모두가

우리처럼

- 나의 시, 「모두 우리처럼」 전문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마음산책





그때 나는 외로움이 싫었어
눈을 뜨고
깜짝 놀랐어.
어?
방이 너무 환한 거야.
달이야, 달
창밖에 달이야.
달이 떠 있었어.
정말 달이 밝았어.
밖으로 나갔어.
앞산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거야.
달은 서산에 있었어.
그때였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누가
마당에 서서 달을 보고 있는 거야.

그가 나였어.
내가 잘 아는 내가
거기 서 있었던 거야.
지금의 내가 그때 나에게 말했어.

달이, 
오래전
달이 머무는
그때 나는 외로움이 싫었어.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마음산책



다른 꽃들은 날 좋은 봄에 


꽃을 피우지만


동백꽃은 추운 겨울 


홀로 외롭게 꽃을 피운다.




달을 좋아하는 이유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서라 했다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이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잠들지 못하는 자신과 같다고




홀로 달을 보며 


슬픈 감정들을 삭이던


그 적막한 시간들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달을 보며 


두손 꼭 맞잡고 소원을 빌었던 


그날 밤의 간절함을


달은 외면했지만,


앞날은 밝고 눈부신 달빛으로 비춰주기를...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림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마음산책


봄밤
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이 있는 줄 이제 알겠습니다.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으로
내 가슴은 봄빛처럼 야위어가고
말을 잃어버린 그리움으로
내 입술은 바람처럼 메말라갑니다.
이제 내 피는 
그대를 향해
까맣게 다 탔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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