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Kill a Mockingbird/ 앵무새 죽이기>
원제: To Kill a Mockingbird
저자: Harper Lee(하퍼 리)
한국어판 제목: 앵무새 죽이기
특이사항: 퓰리처 상 수상작.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혔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작년 후속 편 격인 <파수꾼>이 발간됐다.
영어소설 난이도: 중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말 한 마디에도 마음이 동요된다. 모두가 (혹은 권력을 잡은 자들이) 당신이 잘못한 거라고, 당신이 틀린 거라고 말한다면 “정말 그런가?”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 ‘나’를 믿는 것이 가능한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옳다면, 세상 사람들 앞에서 내 주장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그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가? 세류에 휩쓸리지 않는 믿음이란 가능한가? 이 책은 말한다. 양심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예전에는 막연히 이 책에 대해 어려울 것 같다거나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다. 퓰리처 상을 받았다는 점과 ‘앵무새 죽이기’라는 낯선 우리말 제목도 내 편견을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왜 이 책을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생각과 그래도 지금 읽었으니 이나마 라도 내가 이해했겠지 싶은 생각이 교차한다.
아직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기 남부의 어느 작은 마을. 그곳에 사는 8살 백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변호사인데, 확실한 물증 없이 백인 여자를 강간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 흑인을 변호하게 된다. 인종차별이 심하던 당시 분위기상 이건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범죄가 사실이라 여겼고, 사사로이 그를 단죄하려 했으며, 그 와중에 그를 변호하는 소녀의 아버지 애티커스와 대립을 하게 된다.
주인공 소녀 스카우트 눈에는 모든 것이 부조리하게만 보인다. 이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고,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제대로 스카우트를 이끌어 주는 사람은 현명한 아버지 애티커스뿐이다.
이 책의 플롯만 들었을 때는 인종차별에 대한 슬프고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헌데, 막상 읽어보니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보석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변호사인 소녀의 아버지가 상당히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상적인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그게 원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영어로 읽기 전에는 잔뜩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군데군데 흑인/남부 사투리 표현이 좀 섞여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괜찮다. 그래도 영어로 읽는 건 영어소설을 5권~10권 이상은 읽어본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 저자 하퍼 리는 2016년 2월 19일 별세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준 저자에게 때늦은 감사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고맙습니다. 저 세상에서도 평안하십시오.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처럼
무지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말들.
1.
“You are too young to understand it,” she said, “but sometimes the Bible in the hand of one man is worse than a whiskey bottle in the hand of – oh, of your father.”
I was shocked. “Atticus doesn’t drink whiskey,” I said. “He never drunk a drop in his life – nome, yes he did. He said he drank some one time and didn’t like it.”
Miss Maudie laughed. “Wasn’t talking about your father,” she said. “What I meant was, if Atticus Finch drank until he was drunk he wouldn’t be as hard as some men are at their best. There are just some kind of men who – who’re so busy worrying about the next world they’ve never learned to live in this one, and you can look down the street and see the results.” (p. 50)
“넌 아직 너무 어려서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녀가 말했다. “가끔은 한 손에 성경책을 든 사람이 한 손에 위스키를 든, 말하자면 네 아빠 같은 사람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단다.”
난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우리 아빠는 위스키 안 마셔요.” 내가 말했다. “아빠는 살면서 단 한 방울도 마신 적 없어요. 아니다, 마신 적 있었구나. 아빠가 전에 한번 마셔봤는데 별로였다고 말했었어요.”
모디 아줌마가 웃었다. “진짜 네 아빠가 그랬다는 게 아니야.” 아줌마가 말했다. “내 말은, 만일 네 아빠가 술을 진탕 마셨다고 해도, 선하다고 하는 어떤 사람들보다 꽉 막히지 않았을 거라는 거야.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거든. 내세에 대해 걱정하느라 바빠서, 이번 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 주위를 한번 둘러봐.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해 놨는지.”
2.
“Atticus, you must be wrong...”
“How’s that?”
“Well, most folks seem to think they’re right and you’re wrong...”
“They’re certainly entitled to think that, and they’re entitled to full respect for their opinions,” said Atticus, “but before I can live with other folks I’ve got to live with myself. The one thing that doesn’t abide by majority rule is a person’s conscience.” (p. 120)
“아빠가 틀린 것 같아요.”
“어째서?”
“그니까, 사람들이 전부 자기들이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서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지. 그리고 그 생각을 존중받을 권리도 있고.” 아빠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의견보다 먼저 나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여야 해. 사람의 양심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단다.”
3.
“Baby, it’s never an insult to be called what somebody thinks is a bad name. It just shows you how poor that person is, it doesn’t hurt you.” (p. 124)
“얘야, 누군가가 너를 욕해도, 그건 절대 모욕이 될 수 없단다. 그건 그저 그 사람이 얼마나 불쌍한지 보여줄 뿐이야. 널 상처 주지는 못해.”
4.
“I wanted you to see what real courage is, instead of getting the idea that courage is a man with a gun in his hand. It’s when you know you’re licked before you begin but you begin anyway and you see it through no matter what.” (p. 128)
“난 네가 진정한 용기가 뭔지 알았으면 좋겠어. 용기란 손에 총을 든 사람이 아니야. 용기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깨질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쨌건 시작하는 거,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해내는 거야.”
5.
Atticus was right. One time he said you never really know a man until you stand in his shoes and walk around in them. (p. 321)
아빠가 옳았다. 그 사람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절대로 알 수 없다고 했었다.
6.
“Atticus, he was real nice...”
His hands were under my chin, pulling up the cover, tucking it around me.
“Most people are, Scout, when you finally see them.” (p. 323)
“아빠, 그 아저씨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아빠는 이불을 턱밑까지 당겨 잘 덮어주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이야, 스카우트. 네가 그들을 제대로 보게 되면 말이지.”
* 여기에 있는 한글 해석은 직접 번역한 것이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