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Thomas> 세상을 구하려는 무공해 청년의 고군분투기
원제: Odd Thomas
저자: Dean Koontz (딘 쿤츠)
한국어판 제목: 살인 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첫 번째 이야기
특이사항: <오드 토머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시리즈 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Odd는 ‘이상한, 특이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이 책의 원제가 <Odd Thomas>라서 처음엔 책 제목이 ‘이상한 토마스'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주인공 이름이 Odd였다. 흔치 않은 이름이지만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에게 이보다 더 딱 맞는 이름은 없을 테니까.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무 살 청년 오드 토머스(Odd Thomas)는 이름만큼이나 남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오드는 그들을 볼 수만 있을 뿐 대화는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혼자 추측하고, 추리해야 한다. 때로는 영혼들의 의도가 아주 명확하지만 때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 속에는 ‘바다흐(bodach)'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림자처럼 검고, 죽은 영혼처럼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신기루처럼 실체가 없지만 ‘바다흐’는 그림자도, 영혼도, 신기루도 아니다. 그저 앞으로 엄청난 대재앙이나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려주는 전조일 뿐이다.
사악한 존재들인 ‘바다흐’는 일반적인 인간의 죽음이나 평범한(?) 사고사일 경우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명이 죽는 대형사고나 끔찍하고 흉악한 살인,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는 곳에는 마치 나방이 불에 모여들 듯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귀신같이 알고(귀신은 아니지만...) 모여든다. 해를 끼치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신나는(!) 구경을 하러 모여드는 것이다. 그들은 대학살과 피와 공포를 즐기니까.
그런데 평온하던 주인공의 마을에 어느 날 이 ‘바다흐’가 나타난다. 처음엔 한 마리, 두 마리. 그러더니 곧 수십, 수백 마리로 늘어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댈 수 있는 증거라곤 자기 눈에만 보이는 ‘바다흐’뿐이라서 경찰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주인공 오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그리고 무엇인지도 모르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게 된다.
내용은 마치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듯이 재미있다. 중간에 범죄자의 성향을 설명하는 곳에서 약간 참혹하고 역겨운 부분(사탄 숭배자, 토막 살인)이 있긴 한데,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 부분만 잠깐 참고 넘기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특히 매력적인 부분을 대라면 단연 주인공 오드를 꼽을 수 있다. 대게 이런 류의 책이나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어딘지 껄렁할 것 같고, 싸움도 잘할 것 같고, 능청맞지만 한편으로는 기지도 번득이는 사람일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오드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인물인데, 한 마디로 무공해 순수청년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특이한 능력이 주는 삶의 무게와 타고난 순수함이 묘하게 어우러져 주인공에게 더 애착을 갖게 만드는 듯 싶다.
<Odd Thomas>는 영어로 읽기엔 좀 어려운 책이었다. 단어도 모르는 게 많아서 영어사전을 끼고 살았고, 분명히 아는 단어들인데도 이해가 안 가서 한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했던 적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속 편을 보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다. 영어 독해실력이 상급자인 분, 중급이더라도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현재 이 시리즈는 7권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중간에 단편으로 엮은 <Odd Interlude>라는 책도 나와 있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지금 같아서는 마지막 편까지 다 읽고 싶다.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처럼
무지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말들.
“I don’t care if he’s worse than a Tyrannosaurus rex. I’ve got a life to live - and no time to waste if I’m going to have my own ice-cream shop within four years.”
“Get real. One day off work isn’t going to destroy your chances of fulfilling the dream.”
“Every day I work toward it is the dream. The process, not the final achievement, is what it’s all about.”
“그 사람이 티라노사우루스 공룡보다 더 무시무시하다고 해도 상관없어.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지. 그리고 4년 안에 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내려면 시간 낭비하면 안 돼.”
“정신 차려. 하루쯤 쉰다고 네 꿈을 못 이루는 건 아니잖아.”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바로 그 ‘꿈’이야. 최종 결과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구.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지.”
('바다흐'가 많이 나타나자 불안해진 주인공 오드는 여자친구에게 하루만이라도 일을 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는데.)
나도 글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하지만, 때로는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때 이 말이 내 가슴을 두드렸다.
Every day I work toward it is the dream.
꿈을 향해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바로 그 '꿈'이야.
책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라고 불린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도 열심히, 신명 나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이름이 인쇄된 ‘책’이 아니라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 꿈이라는 걸.
* 여기에 있는 한글 해석은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직접 번역한 것이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