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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r 01. 2017

넘버 쓰리는 없다.

You’re still my number 1. Or number 2?

내  영 어  콧 대 를  세 워 주 는  오 늘 의  한  마 디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거의 20년 전에 나왔던 한국 영화 중에 <넘버 3>라는 게 있다. 한석규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였는데, 그 보다는 당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송강호가 출연한 장면들이 많이 회자되곤 했다. '무대뽀 정신'과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황소를 맨 손으로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요즘도 연예인들이 단골로 성대모사에 도전하는 장면이다. 아, 그런데 여기에서 영화 얘기는 왜 하냐고? 오늘 잘난 척할 단어가 바로 number one, number two이기 때문이다. 사실 number three는 없다.


Number one은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유아들이 사용하는 말로 “쉬야, 오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number two는? 센스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유아들이 쓰는 말로 “똥, 응가”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번 chamber pot에 이어 연달아 화장실 관련 단어로 잘난 척하게 됐다.


비록 아이들이 쉽게 쓰기 위한 말이라지만, 사람들이 더러워하고 함부로 언급하기 싫어하는 대소변에 number one, number two를 붙였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보아의 노래가 머리에 맴돈다. You’re still my number one~!


인터넷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화장실 안내판. 남자는 왼쪽으로. 왜냐하면 여자는 항상 옳으니까!





책 에 서  사 용 된  예

So, okay, I’m going number two, and I’m sitting on the toilet, and I’m concentrating. I’m in my Zen mode, trying to make this whole thing a spiritual experience. I read once that Gandhi was way into his own number two. I don’t know if he told fortunes or anything. But I guess he thought the condition and quality of his number two revealed the condition and quality of his life.

Yeah, I know, I probably read too many books.

And probably WAY too many books about number two.

그래서, 어쨌건, 나는 똥을 누고 있었어. 변기 위에 앉아서 집중을 하고 있었지. 명상 모드에 돌입해서, 이 똥 싸는 일 자체를 영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고 애쓰면서 말이야. 예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간디도 자기 똥에 엄청 집착했다고 하더라고. 똥 모양을 보고 점괘를 읽었는지, 뭐 그런 건 모르겠어. 하지만 내 생각엔, 자기 똥의 컨디션과 질이 자기 삶의 컨디션과 질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간디는 생각했던 거 같아. 

그래, 하긴, 아마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봐.

그리고 아마도 특히 똥에 대한 책을 너무 많이 읽었나 봐.

-  짝퉁 인디언의 생짜 일기 (The Absolutely True Diary of a Part-time India) by셔먼 알렉시 (Sherman Alexie)


단 어  활 용 의  적 절 한  예

나: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니? 전철역에서 가깝다며?

친구: 아까 다른 출구로 잘못 나와서 그래. 거의 다 왔어. 그런데 너 얼굴색이 별로 안 좋다? 왜 그래?

나: 화장실이 급해서.

친구: 작은 거야, 큰 거야? 넘버 원, 아니면 넘버 투?

나: 작은 거야. 넘버 원! 넘버 원! 넘버원~~~!!

친구: 짜식, 급했군. 여기 햄버거 가게 있네. 일단 여기 들어가 보자. 


밑 도  끝 도  없 이  잘 난  척  하 는  예

친구: 독서 토론을 하기 전에 우리 모임에 대해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시작하자.

나: 우리 사이에 무슨 규칙이야? 그냥 책 읽고 토론하면 되는 거지.

친구: 그래서 규칙을 정하는 거야. 우리가 너무 친하니까. 한두 번 마감 어기고, 책 안 읽고 오고, 그러다 보면 서로 의만 상하고 독서 토론 모임이 완전 없어진다니까.

나: 알았어. 어떤 규칙인데?

친구: 넘버 원. 일단 마감기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책을 다 읽어올 것. 

나: 킥킥킥. 히히히.

친구: 왜 웃어? 이거 웃긴 일 아니거든.

나: 미안.

친구: 넘버 투. 읽을 책은 서로 추천을 받아서 하고.. 야! 왜 자꾸 웃는 거야?

나: 하하하. 네가 자꾸 넘버 원, 넘버 투 하니까 똥오줌이 생각나서. 큭큭큭. 넘버 원이 오줌이고, 넘버 투가 똥인 거 알고 있었니? 큭큭큭.

친구: …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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