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신은 여린 양을 만드시고, 그 양을 잡아먹는 호랑이도 만드셨을까
원제: Forever Odd
저자: Dean Koontz (딘 쿤츠)
한국어판 제목: 살인 예언자 2: 오드 토머스와 죽음의 여신
특이사항: 미스터리 소설. <Odd Thomas> 시리즈 중 2편.
영어소설 난이도: 중
이 책은 앞서 읽었던 <Odd Thomas>의 후속 편이다. 1편의 독후감은 아래 링크에 있다.
<살인을 막아라. 누군가는 죽는다. 단서는 그것 뿐이다>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이 세상은 선한가, 악한가. 악한 자들을 모두 물리치면 저절로 선한 세상이 되는가? 그들은 죽어 마땅한가? 이 세상에는 왜 선과 악이 같이 있는가. 어찌하여 신은 순수하고 여린 양을 만드시고, 그 양을 잡아먹는 호랑이도 만드셨을까.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주인공 '오드(Odd)'의 모험은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 그에게는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 외에도 'psychic magnetism(영적인 자석)'이라는 신기한 힘도 있다. 머리 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자석처럼 내가 그쪽으로 이끌려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건데, 이번 책에서는 그의 이런 능력이 십분 발휘된다.
어느 날 오드가 잠에서 일어나 보니 친한 친구의 아빠가 자기 방에 서 있다. 물론 연락도 없이 꼭두새벽부터, 그것도 잠겨져 있는 문을 억지로 열고 침실까지 들어올 만큼 친구의 아빠가 예의가 없는 분은 아니었다. 그렇다, 친구의 아빠는 혼령이 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친구네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강도? 절도? 아빠와 단 둘이서만 살고 있는 친구는 작은 충격에도 몸의 뼈가 쉽게 부러져버리고 마는 병을 앓고 있다. 마음은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몸은 여리디 여린 이 친구는 이제 집에 혼자 남겨진 거다. 자신의 아빠를 죽인 범인과 함께. 주인공 오드는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친구의 아빠를 방에 둔 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친구의 집으로 향한다.
이번 책 내용은 신나는 모험이라고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중간중간 우정과 인간의 선악 등에 대해 깊게 사색하게 만드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건 순전히 작가의 힘인 거 같다. 통속 소설이건, 미스터리 소설이건 상관없이 그 책을 순간 철학서로 만드는 작가의 힘.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사악한 사람이라면 죽여도 무방한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질문에 Yes를 외칠 것이다. 그가 또 다른 악행을 저지르기 전에 어서 그를 제거하라고. 정의의 이름으로 그를 처단하고,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라고.
헌데 주인공 오드는 그 질문 앞에 망설인다. 그리고 망설이는 그를 보면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나의 반응이 과연 온당한 것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책이나 영화 속 인물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악당을 죽이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제 아무리 사악한 악당이라 하더라도 그 역시 사람일진대, 본인의 손으로 살아 숨 쉬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좋은 책은 내게 해결 방안과 해답을 제시한다. 훌륭한 책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내게 질문을 던져 주었다. 이제 내가 그 답을 찾을 차례다.
지난번에 읽은 첫 번째 책 <Odd Thomas>는 영어로 읽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 이번엔 같은 시리즈라서 그런지, 아님 같은 작가라서 그런지 영어로 읽는 게 더 편해졌다. 단어들도 그때랑 겹치는 게 많아서 처음 읽었을 때처럼 많이 힘들지 않았다. 물론 어려운 단어나 문장은 여전히 있었다.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난이도를 정한다면 ‘중’ 혹은 ‘중상’ 정도가 맞는 것 같다.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처럼
무지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말들.
1.
"What’s wrong with nature, with its poison plants, predatory animals, earthquakes, and flood?"
"자연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독초며 육식동물, 지진에다가 홍수까지 말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은 마냥 뛰어놀 수 있는 천국이 아니다. 거기엔 독초도 있고,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육식동물과 온갖 천재지변이 있다.
대학시절 교양강의 시간에 William Blake의 시 <The Tiger>를 배운 적이 있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When the stars threw down their spears,
And water'd heaven with their tears,
Did He smile His work to see?
Did He who made the lamb make thee?
별들이 창을 내던지고
눈물로 천국이 흘러 넘칠 때
신은 자신의 창조물을 보고 미소 지었을까.
양을 만든 신이 호랑이를 만들었을까.
조물주는 독초를 왜 만드셨을까? 사람과 동물을 죽일 수도 있는, 해롭기만 한 독초를 왜 만드셨을까. 인간과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시고, 왜 그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는 지진과 홍수를 주신 걸까. 어찌하여 신은 순수하고 여린 양을 만드시고, 그 양을 잡아먹는 호랑이도 만드셨을까. 왜?
2.
"Those three questions," he said, "have the same answer."
"I'm listening."
"It's no good if I just give it to you. You'll resist it – and waste years of your life looking for an answer that pleases you more. When you arrive at it on your own, however, you'll be convinced by it." (p. 101, 102)
"그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똑같아." 그가 말했다.
"말해봐."
"내가 그냥 말해줘도 소용없어. 틀렸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러고는 당신이 만족할만한 답을 찾느라 몇 년을 허비하겠지. 하지만 당신이 스스로 그 답을 찾게 되면, 그 답에 만족하게 될 거야."
맞다.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다. 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
3.
The greatest gift we were given is our free will, and we keep misusing it. (p. 436)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자유의지야. 우린 그걸 계속 잘못 사용하고 있지만.
4.
"What sucks the worst is... this world was a gift to us, and we broke it, and part of the deal is that if we want things right, we have to fix it ourselves. But we can't. We try, but we can't."
...
"Son," said Chief Porter, "it's not your job alone, you know." (p. 438)
"제일 엿 같은 게 뭐냐면요. 이 세상은 우리가 받은 선물인데, 우리가 망가뜨려버렸다는 거예요. 망가진 세상을 고치는 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받은 선물이죠. 그렇지만 우린 못해요. 노력은 하고있지만, 우린 못해요.
…
"얘야." 경찰서장 포터가 말했다. "너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야. 알지?"
It's not your job alone. 당신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 여기에 있는 한글 해석은 직접 번역한 것이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