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d days
"아~,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빼빼로 데이도 아니고, 삼겹살 데이도 아니고, salad days라니? 샐러드만 먹는 날인가? 아니면, 다이어트한답시고 푸성귀만 뜯어먹다가, 소스를 너무 많이 뿌려 먹는 바람에 오히려 살이 더 쪄버렸던 그 날들을 뜻하는 건가?
우리말에서도 '푸를 청(靑)'자를 써서 '청춘'이라고 하듯이, 영어에서도 '젊음, 풋내기'를 뜻할 때는 초록색을 쓴다. green이라고 하면 '초록색'이라는 뜻 외에 '활기찬, 젊은, 풋내기의, 경험 없는'이라는 뜻이 있다. Salad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푸릇푸릇 싱싱한 야채가 '젊음, 풋내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alad days라고 하면 푸성귀만 뜯어먹던 나날들이 아니라, '풋내기 시절, 젊고 활기 있는 시기, 전성기'라는 뜻이다.
원래는 셰익스피어의 <Antony and Cleopatra>에서 유래한 말인데, 처음에는 '풋내기 시절, 경험 없던 젊은 시절'을 의미했다. 현대 영어로 넘어와서는 여기에 (나이의 젊고 늙음에 상관없이) '전성기'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Just the other day, I had to retire my favorite shoes, a pair of copper colored wing tips that I purchased 30 years ago to wear at a friend's graduation. … My wife begged me to surrender. But I loved those shoes. They reminded me of me in my salad days.
요 며칠 전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구릿빛 윙팁 구두를 버려야 했는데, 그건 30년 전 친구 졸업식에서 신으려고 샀던 구두였다. … 아내는 제발 구두를 버리라고 애원했지만, 난 그 구두가 좋았다. 젊고 활기차던 시절의 나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 Alan Lightman의 <The accidental universe> 중에서
친구: 해놓은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는데 벌써 서른이라니.
나: 그러게 말이야. 대학 신입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친구: 대학생 때는 장학금도 타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스터디 모임도 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었는데. 아, 나의 salad days여.
나: 서른이지만 아직도 서툴고 어리잖아. 인생의 전성기는 시작도 안 한 거고. 어쩌면 우리의 salad days는 이제부터일지도 몰라.
친구: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시저 샐러드나 먹어볼까?
친구: 빼빼로 사 왔어. 우리 같이 먹자. 오늘 빼빼로 데이잖아.
나: 너는 좀 다른 줄 알았는데, 너까지 왜 이러니? 빼빼로 데이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이니 하는 거 전부 장삿속인 거 몰라?
친구: 그건 알지만, 그냥 재미로 하는 거지. 같이 나눠먹으려고.
나: 나는 온갖 '데이'를 다 싫어하는 사람이야. Salad days만 빼고.
친구: 그게 뭔데? 샐러드 먹는 날도 있었어?
나: 그게 아니라, '풋내기 시절, 젊고 활기 있는 시기, 전성기'라는 뜻이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말고는 잘 모르겠지만, <Antony and Cleopatra>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에서 나온 말이야. 참, 그냥 day가 아니라 days야. 끝에 꼭 s를 붙여줘야 해. 알겠니, 친구?
친구: … (말없이 혼자 빼빼로를 다 먹고 있다)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온갖 '데이'를 안 챙겨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intercontinentalhongkong/7627956390
InterContinental Hong Kong Steak House Sunday Lunch Salad b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