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bomb
"아~,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영화나 드라마에는 '씬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게 있다. 주연이 아닌데도 잠깐의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는 이를 뜻한다. 그런데 이런 씬 스틸러가 영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도 주인공을 불쌍하게 내팽개치고 모두의 시선을 강탈해가는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이것을 영어에서는 photobomb이라 부른다.
'사진(photo)'과 '폭탄(bomb)'이 합해진 photobomb은 '(특히 일부러, 장난칠 목적으로) 사진 프레임 안에 들어와서 사진 찍는 걸 방해하다, 혹은 그런 행위'를 뜻한다. 흔히 사진 찍는 친구 머리 뒤에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뿔을 만들거나, 분위기 잡고 사진 찍는 사람 옆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혓바닥을 메롱 하며 산통을 깨는 것 등이 모두 photobomb에 해당한다. 오스카 시상식이나 영화제에서 멋진 양복과 드레스를 빼입은 배우들이 포토존에서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을 때, 어떤 배우들은 가끔 다른 배우들 뒤에서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기자들의 시선을 빼앗기도 하는데 이것도 대표적인 photobomb이다.
Emphasis on fun with another photobomb and none other than Meryl Streep this time! Were any words exchanged later on? Ha. I await your finest photobomb at the Oscars 2015 this year.
남들 사진 찍는데 재미있게 끼어들었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메릴 스트립이라니요! 나중에 둘이 무슨 얘기라도 나눴나요? 하. 이번 2015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멋진 '사진 끼어들기' 기다릴게요.
- Mila Hasan <My Continuing Letter to Benedict Cumberbatch> 중에서
친구: 야, 이것 좀 봐! 나 송혜교랑 사진 찍었어!! 이게 웬 대박이냐.
나: 진짜야? 요 근처에서 드라마 찍는다고 하더니. (사진을 본다) 그런데 송혜교가 어디 있어?
친구: 어, 이 남자 뒤에 가렸어. 하필 그 순간에 앞을 지나가서. 그래도 여기 머리카락 보이지? 원피스 끝자락도 보이고. 손도 보이잖아.
나: 야~ 이거 완전 사진 테러당한 거네. 말 그대로 photobomb 당했구나. 이걸 보고 누가 송혜교라고 알아보겠니?
친구: 괜찮아. 나만 알면 되지. 내가 바로 그 옆에 서 있었다니,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려.

나: 무슨 노래 들어?
친구: 빅뱅의 <뱅뱅뱅> 듣고 있어. 아, 노래방 가고 싶다. 우리 노래방 갈래?
나: 근데, 뱅뱅뱅이 총 쏘는 소리니, 아니면 폭탄 터지는 소리니?
친구: 당연히 총 쏘는 소리지. 폭탄이 어떻게 뱅뱅뱅 하냐?
나: 폭탄 얘기하니까 떠오른 건데, photobomb이라는 단어 아니?
친구: 왜 얘기가 거기로 튀는 거얏!!!
나: 일부러 사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들어와서 사진 찍는 걸 방해하는 장난을 photobomb이라고 해. 어? 야, 어디 가? 같이 가!!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노래방에 갈 때 빼놓고 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christianhaugen/3491798558 copy right: Christian Hau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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