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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an 30. 2021

위험에 빠진 공주와 그녀를 구하는... 생쥐 기사?

생쥐 기사 데스페로 by 케이트 디카밀로

작디작은 생쥐도 기사가 되어 공주를 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일단 '고전 이야기' 형식을 띄고 있다. '공주'가 나오고, 그녀에게 헌신하며 용감하게 악과 맞서 싸우는 '기사'가 나온다. 이름도 멋진 기사 데스페로는 하지만... 생쥐다. 그것도 다른 쥐들보다 유난히 더 작게 태어난 쪼매난 생쥐. 덩치 큰 사람이 한 발로 밟으면 '찍' 소리도 못하고 죽을 아주 작은 생쥐.


그런데 이 생쥐는 다른 여느 쥐들과는 다르다. 요즘엔 웬만한 사람들도 하지 않을 "사랑, 용서, 헌신, 용기" 등에 대해 고민하는 생쥐. 부엌에서 음식을 훔치기보다는 책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생쥐, 데스페로.



원서 표지. 옆구리에 멋진 칼을 찬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늘이다. 저 작은 바늘 하나로 과연 그는 공주를 구할 수 있을까?

출처: Goodreads


 


공주를 납치하고 왕을 협박해서 왕권을 쥐고 흔들려는 일당,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나와 세상을 지배하려는 시궁쥐들, 그들을 무서워하며 숨죽이고만 있는 생쥐들. 모두들 자신들의 안위와 욕심에 휘둘려 행동할 때 오직 유일한 '기사도 정신'을 지닌 생쥐 데스페로만이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용기를 낸다. 꼬마 생쥐 데스페로를 읽다 보면 용기란 그 사람(혹은 생쥐)의 키나 덩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한국어 번역판. 이 표지는 팝업북 버전이다. 애니메이션 버전의 데스페로를 표지로 썼다.

출처: 교보문고



영화는 못 봤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공주 역 목소리를 엠마 왓슨이 맡았다고 한다.

원서 속 삽화에서는 벌거벗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옷을 다 입고 있다.

애니메이션 포스터. 출처: 다음


 



나를 깨우는 말들


1.

아들 생쥐 데스페로가 위험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아빠를 바라봤다. 아빠가 날 위해 나서 주기를.

하지만 아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아들의 등을 사지로 떠밀었다. 이제 데스페로를 구할 수 있는 건 그 자신밖에 없었다.


He said, “I forgive you, Pa.” And he said those words because he sensed that it was the only way to save his own heart, to stop it from breaking in two. Despereaux, reader, spoke those words to save himself. (p. 207)

 그는 말했어요. "아빠를 용서할게요." 자신의 심장이 두 조각으로 찢어지는 걸 막으려면, 자신의 심장을 살리려면 이 말을 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걸 그는 느꼈지요. 독자 여러분, 데스페로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 말을 한 거예요.


자신을 배신하고,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아빠. 그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까? 아마 용서하기 힘들 거다. 하지만 데스페로는 용서했다. 왜냐하면, 복수심이나 증오, 원망을 품지 않고 용서를 하는 것만이 자신의 망가진 심장을 구할 유일한 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고 마음속에 원망을 품고 산다면 결국 그 원망이 자신을 망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2.

Reader, nothing is sweeter in this sad world than the sound of someone you love calling your name. Nothing. (p. 258) 

독자 여러분, 이 슬픈 세상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이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보다 더 달콤한 소리는 없어요. 그 어느 것도.



3.

"You see, you’re not going into the dungeon because you have to. You’re going because you choose to.” 

"있지, 넌 억지로 지하로 내려가는 게 아니야. 네가 선택해서 가는 거지."


납치된 공주를 구하려면 캄캄한 지하감옥으로 가야 한다. 빛도 없고, 탈출구도 없는 지하의 미로. 자칫 길을 잃으면 죽을 때까지 미로를 헤매다 어느 구석에 해골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주를 구하러 가는 데스페로. 왜냐하면 이건 그가 선택한 일이니까.





제목: 생쥐 기사 데스페로

원서 제목: The Tale of Despereaux

저자: 케이트 디카밀로 (Kate DiCamillo)

옮긴이: 김경미

출판사: 비룡소
특이사항: 훌륭한 아동도서에 수여하는 뉴베리상 수상작. 2008년에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졌음.


*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한글 해석은 김경미 님의 번역이 아니라 제가 원서를 읽고 해석한 것입니다. 한글 출판본과는 번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재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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