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갈등하는 번역
지은이: 윤영삼
출판사: 크레센도
출처: 교보문고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번역을 할 때 주의할 점, 신경 써야 하는 점, 더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점 등을 잘 정리해서 보여 준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나 초보 번역가뿐 아니라, 실력을 더 높이고 싶은 중견 번역가, 원문을 보지 않고도 좋은 번역문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고 싶은 편집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책에는 번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싣고 있어서 스스로 번역해 보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게 해 놨다. 어느 정도 기본기를 닦은 사람이라면 혼자 번역 공부를 하기에 아주 적격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맘에 안 들었던 건 표지였다. 여러 색이 섞여 있고, 글자도 일부 가려 있어서 제목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번역은 눈에 도드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표지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첫인상은 이거 생태계에 대한 책인가, 했을 정도니.
갈등하는 번역
번역가는 항상 갈등하고 번민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수많은 단어 중에 어떤 단어를 고를지, 어떤 문장을 적을지.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지, 독자는 이 글을 어떻게 읽을지.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고민하고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갈등하는' 번역이라는 제목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갈등이란 번역가의 기본 자질이라고나 할까. 만약 누군가가 번역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나는 아무런 '갈등 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주옥같은 조언들
책 곳곳에 번역에 관한 주옥같은 조언들이 가득 차 있다. 물론 저자도 '글쓰기나 번역하기에 원칙 같은 것은 없다'라고 했지만, 그래도 번역을 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들이 들어 있다. 그 모든 조언을 여기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 적어 보자면.
한국어의 문법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만, 이것을 충족한다면 나머지 영역에서는 저자/번역자가 선택할 몫이다.
=> 실력 좋은 번역가의 역량이 가장 크게 빛을 발하는 부분일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번역문을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의 눈으로 읽어낼 줄 아는 능력을 익히길 바란다.
=> 영화를 보는 건 관객이고, 책을 읽는 건 독자다. 번역에 매몰되어 독자를 잊으면 안 된다.
내가 사랑한 문장
1.
번역의 핵심은 메시지다. (p. 72)
2.
원문의 단어와 문장에 매몰되어 번역할 경우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 149)
나한테 꼭 필요했던 조언
3.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는 것(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어디서 배워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p. 167)
4.
단어 대 단어 번역을 해서는 '원문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단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한국어에서는, 한국사람이라면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p. 378)
이것도 도움이 많이 됐던 조언이다.
5.
훌륭한 번역가는 단 한 번에 완벽한 번역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고민하고 의심하고 탐구하며 될 때까지 고치는 사람이다. (p. 778)
6.
번역가는 독자의 자리에서 저자의 의도를 이해한 후에 그것을 다른 문화에 속한 다른 목표독자를 위해 텍스트 전체를 다시 창조해야 한다.
...
번역은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목표독자를 바꾸는 작업이다. (p. 825)
7.
'번역은 명백하게 가장 전형적인 다시 쓰기이며...' (p.857)
* 전자책으로 읽었기 때문에 종이판본과 페이지 수가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