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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Aug 08. 2024

몬스터 콜스

더 이상 어린이가 어리지 않을 때

제목: 몬스터 콜스 (A Monster Calls)

저자: 패트릭 네스 (Patrick Ness), 시본 도우드 (Siobhan Dowd)

구상: 시본 도우드 (Siobhan Dowd).

출판사: 웅진주니어



출처: 교보문고


바통을 이어받아 쓴 책


책 표지에 보면 저자는 패트릭 네스, 구상 시본 도우드라고 적혀 있다. 영어로는 Inspired by an idea from Siobhan Dowd라고 되어 있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하고 저자의 말을 읽어 보니, 책을 구상하고 집필을 하던 중 시본 도우드가 사망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패트릭 네스가 기본 뼈대를 가지고 이어서 집필을 했다고.


다른 사람이 구상하고 쓰던 글을 누군가가 이어받아서 쓰기란 무척 어렵다. 쓰다 보면 자기만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때문. 원저자의 의도를 살리는 것과 자신의 생각대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 사이에서 필히 갈등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거절하고 싶었음에도) 이 글을 이어받아 집필하게 된 건 순전히 글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저자. 누군가가 이어 쓰지 않으면 (원저자 죽었으니) 이 원고도 그냥 사라지게 될 테니까.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궁금해졌다. 어떤 내용이기에 다른 사람의 것을 이어서 집필하고 책을 낸 것일까.



줄거리


열세 살 코너 오말리는 매일 밤 악몽을 꾼다.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면 시간은 항상 12시 7분. 그리고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몬스터가 소년을 찾아온다.


몬스터는 소년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면 네 번째 이야기는 소년이 직접 몬스터에게 들려줘야 한다며.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걸까?


코너 오말리의 삶은 이미 충분히 엉망이다. 엄마는 병에 걸려 나날이 쇠약해져 가고, 재혼해서 미국으로 떠난 아빠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혀 할머니답지 않은 외할머니는 집에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거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하나뿐인 친구는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걸 여기저기 소문내 버렸다. 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을 괴롭히는 깊은 악몽은 코너의 삶을 점점 힘들게 만드는데.


저 몬스터는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는 걸까?

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라는 걸까?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그 악몽을.

그걸 입밖에 꺼낸다고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한다는 건가?



어린이가 성장할 때


청소년 도서이긴 하지만 햇살 가득한 디즈니 동화는 아니다. 몬스터, 괴물,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악몽이 나온다. 슬프고 아프더라도 용기 내어 그 두려움을 직면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는 성장 동화다.


이 책의 주요 테마는 죄책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죽음을 앞둔 엄마를 보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상은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는 중장년층도 (정도는 다를지언정) 겪을 수 있는 문제다. 꼭 죽음과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죄책감이란 묘한 감정이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후회하거나, 자신이 잘못했다고 스스로를 직시할 수 있을 때만 느끼는 감정이니까.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어린이가 성장해 간다는 뜻 아닐까.



다만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 제목이다. 영어 제목 A Monster Calls를 그대로 가져왔다. 한글 제목만 보면 '몬스터 이름이 콜스라는 건가?' 싶을 정도다. 내용 유추도 안 되고 이해도 안 가는 제목을 왜 단 것일까. 책 내용과 분위기를 감안해서 조금 더 좋은 제목을 고민해서 지을 순 없었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내가 사랑한 문장들


1.

Stories are the wildest things of all, the monster rumbled. Stories chase and bite and hunt. (p. 31)
이야기처럼 거친 것도 없지. 몬스터가 으르렁거렸다. 이야기는 뒤쫓고, 물어뜯고, 사냥하거든.


Stories are wild creatures, the monster said. When you let them loose, who knows what havoc they might wreak? (p. 42).
이야기는 거친 생물체야. 몬스터가 말했다.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어떤 난장을 피울지 누가 알겠어.


Stories were wild, wild animals and went off in directions you couldn’t expect. (p. 103).
이야기는 거칠고 날뛰는 동물이나 다름없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가 버리지.


2.

There is not always a good guy. Nor is there always a bad one. Most people are somewhere inbetween. (p. 52)
항상 좋기만 한 사람은 없어. 항상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중간 어디쯤에 해당돼.


3.

엄마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화가 난 코너. 병실 침상에 힘들게 앉아 있는 엄마에게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인사를 하기가 힘든데. 그때 엄마가 울면서 이런 말을 해 준다.


“And if, one day,” she said, really crying now, “you look back and you feel bad for being so angry, if you feel bad for being so angry at me that you couldn’t even speak to me, then you have to know, Conor, you have to know that it was okay. It was okay. That I knew. I know, okay? I know everything you need to tell me without you having to say it out loud. All right?” (p. 127).


엄마가 엉엉 울면서 말했다. "만약에 말이야. 언젠가 이때를 회상했을 때 네가 이렇게 화를 낸 게 후회가 된다면, 네가 너무 화가 나서 엄마한테 말도 못 할 정도였다는 게 후회가 된다면, 그때는 이 말을 꼭 명심하렴. 코너, 이 말 꼭 기억해야 해. 괜찮아. 괜찮다고. 엄마도 다 알고 있어. 내가 다 알고 있어, 알겠니? 네가 입밖에 꺼내어 말하지 않아도 네가 할 말이 뭔지 전부 다 알고 있어. 알겠니?"


혹시나 아들이 나중에 울면서 후회할까 봐. 그때 화를 내는 게 아니었는데. 엄마 가시는 마지막 길에 그러지 말걸. 사랑한다고 말할걸. 나중에 아들이 슬퍼할까 봐. 미리 말해주는 엄마. 괜찮다고. 네가 말 안 해도 네 마음 다 안다고. 나중에라도 슬퍼하거나 후회할 필요 없다고.

이 부분 읽으면서도 울었는데, 이 글 쓰면서도 또 눈물이 난다.


4.

You do not write your life with words, the monster said. You write it with actions. What you think is not important. It is only important what you do. (p. 145)
인생은 말로 쓰는 게 아니야. 몬스터가 말했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지. 네가 생각한 건 중요하지 않아. 오직 네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5.

If you speak the truth, the monster whispered in his ear, you will be able to face whatever comes. (p. 152)
몬스터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진실을 말한다면 그 어떤 일도 다 감당해 낼 수 있어.


6.

He knew there really was no going back. That it was going to happen, whatever he wanted, whatever he felt.

And he also knew he was going to get through it.

It would be terrible. It would be beyond terrible.

But he’d survive. (p. 153)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가 바라는 것과 상관없이 그가 뭘 느끼든 상관없이, 결국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 거라는 걸.
하지만 자신이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도 알았다.
끔찍할 거다. 끔찍한 것 이상일 거다.
그래도 그는 살아남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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