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se-step
시험에 안 나오는 영단어. 회화에 잘 써먹지 못하는 영단어. 하지만 "아~,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단어.
오늘 잘난 척할 단어는 Goose-step이다. goose는 ‘거위'이고, step은 ‘발걸음'이니, goose-step이라고 하면 ‘거위걸음'쯤 될 것이다. 기합을 받을 때 오리걸음을 걸었던 적은 있어도 거위걸음이라니,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Goose-step은 군인들의 대규모 열병식에 종종 등장하는데 ‘(특히 군인들이) 무릎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들어 걷는 행진 보조, 혹은 goose-step으로 행진하다'라는 의미이다. 명사와 동사로 다 쓰일 수 있다.
예전 프러시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독일군이 세계 대전 당시 사용하면서 널리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도 여러 나라의 군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행진을 한다.
There followed the march-past of the regiments, a seemingly inexhaustible supply of soldiers goose-stepping along the road.
그 뒤를 이어 연대 행진이 있었다. 무릎을 편 채 행진하는 군인 행렬이 길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졌다.
- Kate Atkinson의 <Life after life> 중에서
친구: 군인들 행진할 때 말이야. 다리를 높이 들고 걷는 거 좀 이상해 보이지 않니?
나: 그래도 각을 딱딱 맞춰서 행진하면 감탄이 나오긴 해.
친구: 무릎을 펴고 걷는 건 너무 부자연스럽잖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나: 그건 그래. 그렇게 걷는 걸 영어로 goose-step이라고 하거든. 한 다리를 펴고 한 다리로만 서 있는 게 거위 같이 보여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거위처럼 좀 뒤뚱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친구: 오~ 그런 말도 알고 있었어? goose-step이라. 딱 맞는 표현이네.

나: 국군의 날이 언제인 줄 아니?
친구: 느닷없이 웬 국군의 날?
나: 네가 마침 국군의 날 얘기를 하니까 군인들이 행진하는 게 떠오르는구나.
친구: 뭐래~. 국군의 날 얘기 꺼낸 건 너잖아.
나: 군인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이렇게, 이~렇게 행진하는 거 영어로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친구: 너 뭐 잘못 먹었냐?
나: 그걸 바로 goose-step이라고 해. 훗. 몰랐지?
친구: ...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오히려 무시해버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사진 출처: http://www.daphoto.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