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이삭금 Jun 11. 2016

영어 듣기 실력을 쌓는 법 - 받아쓰기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 3편


영어가 왜 안 들리는지 그 이유도 알아봤고, 단어 하나하나가 아니라 문장으로 발음될 때는 어떻게 발음이 변하는지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 영어 듣기 실력을 본격적으로 쌓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영어가 잘 들릴까? 일단은 우리가 접하는 영어의 절대량이 많아야 한다. 발음이 판이하게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듣기’를 하지 않고 글로만 배운다면 듣기 실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무작정 듣기만 한다고 영어가 잘 들리는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오 솔레미오’를 원어 그대로 외워서 부르는 시험을 봤었다. 뜻도 모르면서 어찌나 달달 외웠는지 그 가사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케벨라 코자 나유르 나타에 솔레~ 나리아세레나돕 포나템 페스타~


하지만 이 노래를 수십 번 듣고 외웠다고 해서 내가 이탈리아 말(나폴리 말)을 잘 알아듣는 건 아니다. 이 노래를 수천 번, 수만 번 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 솔레 미오’가 ‘오, 나의 태양’이라는 뜻이니 태양에 대한 노래라는 건 알겠는데, 이 노래를 하루 종일 듣고 있어도 노래 가사가 “태양이 싫어~ 태양이 싫어~”라는 말인지, “둥근 해가 떴습니다~”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들은 내용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건 듣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꽂고 영어를 들어봤자 귀에 이명만 들릴 뿐이다. 1편에서 말했듯이 영어를 하루 종일 들었더니 갑자기 듣는 귀가 트였다, 하는 분들은 이미 영어 공부를 많이 해서 안에 쌓인 실력이 상당한 사람 혹은 영어를 듣지 않는 다른 시간에도 영어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즉, '듣기'와 '공부'를 동시간에 병행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듣기'와 '공부'가 연결되는 사람들 얘기라는 거다.


이렇게 하루종일 헤드폰만 끼고 있다고 해서 듣기 실력이 확 늘지는 않는다. 들은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들은 내용을 공부한다’는건 무슨 뜻일까? 어떻게 들어야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일 수 있을까? 나는 ‘받아쓰기’를 하면서 듣기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받아쓰기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자.



받아쓰기 준 비 물


받아 적을 내용: 뉴스, 영화, 팝송, 드라마, 뭐든 상관없다. 동영상이건 오디오건 상관없다.

대본: 나중에 정답을 확인하고 내용을 공부해야 하므로 반드시 스크립트가 필요하다. 대본, 자막, 노래 가사 등을 미리 확보해 놓자.

플레이어: 핸드폰, 유튜브, CD. 뭐가 됐건 상관없다. 무한 반복 청취가 가능한 플레이어만 있으면 된다.

펜 혹은 컴퓨터: 펜으로 종이에 적어도 좋고, 컴퓨터를 켜고 타이핑을 해도 좋다.




그저 듣고 받아 적기만 하면 되니까 특별한 방법 같은 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에서는 내가 공부했던 받아쓰기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짧은 분량으로 시작한다.


뉴스여도 좋고, 영화나 팝송이어도 좋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1분 내외의 짤막한 분량으로 시작하자. 1분이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싶겠지만, 1분 안에도 사람이 하는 말의 양은 생각보다 많다. (더군다나 영화나 드라마라면 서로 손을 잡는다던가, 눈을 바라본다던가 하면서 말을 안 하고 쉬는 장면이 나오는데, 뉴스는 1분 동안 아나운서/기자가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해댈 것이다)


물론 더 긴 분량으로 해도 좋지만,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공부하려면 자기를 너무 괴롭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괜히 공부한답시고 긴 분량을 받아쓰면서 끙끙대고, 짜증 내고, 포기하고, 에잇, 이 따위 영어! 하고 펜을 놓으면 안 되지 않는가. 그리고 받아쓰기하는 분량은 1분 일지 몰라도 그 내용을 받아쓰기하는 시간 즉, 공부하는 시간은 30분도 더 걸릴 것이다. 나중에 받아쓰기가 익숙해지면 듣는 점차 시간을 늘려서 5분, 10분 분량으로 공부를 해도 좋다. 하지만 처음에는 1분으로도 충분하다.



2.    본격적인 받아쓰기 시작


받아쓰려는 분량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쓰기는 힘드니까 가능하다면 문장 단위로 끊어서 반복 청취한다. 그리고 들리는 대로 받아써 본다. 당연히 문장이 다 들리지는 않는다. 여기저기 끊어진 상태로 단어만 간간이 들릴 것이다. 그거라도 받아쓴다. 자기가 듣고 받아 적는 말이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해석되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다. 일단은 들리는 대로 반복 청취하면서 받아 적는다. 어떤 단어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들리는 발음대로 우리말로 적어도 된다.


한 문장을 받아 적는 데도 아마 손가락이 아프도록, 재생 버튼이 마르고 닳도록 누르며 구간반복을 해야 할 것이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한 문장을 30번 넘게 들어도 어떤 부분은 죽어라 들리지 않는 곳도 있고, 같은 부분이 처음엔 이렇게 들렸다가 나중에는 다르게 들리기도 할 것이다. 괜찮다. 모두 거치는 과정이니까.


문장 단위로 끊어서 듣는 게 힘들면 (사실 처음엔 잘 들리지도 않으니까, 어디에서 문장이 끝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외워서 적을 수 있는 한계까지, 대략 5~7개 단어 정도의 분량으로 끊어서 반복 청취해도 좋다. 나는 가끔 진짜로 안 들리는 부분은 딱 한 단어만 무한 반복 청취를 했던 적도 있다. 아무튼 너무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처음 정했던 분량은 다 끝마치도록 하자.



3.    대본 확인


군데군데 빠진 곳이 많겠지만, 자신이 받아 적은 (또는 거의 받아 적지 못한) 내용과 대본을 비교하며 확인하는 단계다. 대본을 읽어보면 무지하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혹은, 읽으면 다 아는 건데 하나도 안 들려서. 아마 처음에는 욕이 방언처럼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이게 어떻게 이렇게 발음이 돼? 이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듣냐?” 마치 그 원어민이 큰 잘못이라도 한 양 타박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그다음에는 난 왜 이리 영어를 못 할까, 왜 이렇게 안 들릴까, 공부한다고 늘기는 할까, 하며 자괴감과 자포자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경험담이다. ㅠ.ㅠ)



4.    대본 공부


이제 자아비판의 시간이다. 대본을 보며 내가 왜 받아 적지 못했는지 원인 파악을 해야 한다. 단어 자체를 몰라서 못 적었을 수도 있고, 아는 단어인데 발음을 못 알아들은 것일 수도 있다. 전자라면 사전에서 단어 뜻(과 강세와 발음)을 찾아보고, 후자라면 그 단어의 원어민 발음에 익숙해지도록 한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반드시 입으로 소리 내어 발음해 보자.


뿐만 아니라 대본을 해석해 보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읽어서 이해를 못 할 내용이라면 들어도 이해를 못 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아는 만큼만 들린다.



5.    다시 들으며 직청직해 연습하기


대본을 공부해서 모르는 단어도 없고, 그 내용도 완전히 이해했다면 이제 다시 들어본다. 이번에는 아주 잘 들릴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까. 이 단계에서는 영어를 들으면서 동시에 그 뜻을 머리에 떠올리는 직청직해(直聽直解) 연습을 한다.


물론 처음에는 아는 내용을 듣더라도, 심지어는 눈으로 대본을 보며 듣더라도, 들으며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기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맨 처음 받아쓰기를 했을 때는 문장을 듣고 바로 알아듣기는커녕 단어 하나하나 듣기에 집중하는 것도 벅찼을 텐데, 이제 들으면서 뜻을 떠올리는 연습을 하다니 감개무량하지 아니한가.


여기에서 들으면서 ‘해석/번역’한다고 하지 않고, ‘뜻을 떠올린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긴 문장의 영어를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우리말로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 완벽하고 매끄러운 문장으로 ‘해석/번역’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런 일은 동시통역사에게 맡겨두자. 우리가 여기에서 연습하는 건 들으면서 우리말 문장으로 ‘해석/번역’을 하는 게 아니라, 그 뜻을 떠올리고 인지하는 것이다.


"I love you"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사랑한다, 너를, 이니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뜻이구나’라고 해석하지 않고 바로 그 의미를 아는 것처럼, 긴 문장을 들으면서도 그 뜻을 바로 떠올릴 수 있게 직청직해(直聽直解)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받아쓰기한 내용을 다 공부해서 이해했기 때문에 이 연습이 가능하다. '받아쓰기'라는 사전 작업/공부 없이 바로 직청직해 연습을 하는 건 영어 고수들이나 가능할 것이다)



6.    따라 말하기(shadowing)


사실 보통의 받아쓰기는 4번이나 5번에서 다 끝난다. 하지만 뭔가 좀 아쉽다고 생각하는 공붓벌레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더 전해주자면, 자기가 받아쓰기한 내용을 따라 말해보라고 하고 싶다. ‘따라 말하기’는 원어민의 말을 들으면서 바로 그대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기법이다. 원어민이 말하는 어감, 어조, 억양 등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로 똑같이 말을 하는 것이다.


말하는 걸 듣고 한참 있다가 따라 말하면 당연히 그 속도와 억양을 흉내내기 어렵다. 쉐도잉(shadowing)은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따라붙듯이, 원어민이 한 문장을 끝낸 후 바로 따라 해야 한다. 일시정지 버튼으로 한 문장씩 끊어서 듣고 바로바로 따라 말하면 좋다. (원문을 끊지 않고 계속 틀어놓은 상태에서 따라 말하기 연습을 하는 법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들으면서 동시에 따라 말하는 게 헷갈릴 수 있으니, 잠깐 멈춰 놓고 따라 말하는 것도 좋다.)


이런 ‘따라 말하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받아쓰기를 하면서 내용도 공부했고, 이미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 봤기 때문에, 그 내용을 또 한 번 ‘따라 말하기’하면 효과가 더 좋다. ‘따라 말하기’는 말하기, 듣기에 모두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다.


듣고 쓰고, 듣고 쓰고. 대본 공부하고. 다시 또 듣고. 따라 말해보고.




사실 받아쓰기란 별 게 아니다. 자기가 들은 내용을 적어보면서 얼마나 제대로 들었는지, 내용을 맞게 이해했는지, 놓친 건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들은 내용을 직접 받아써 보면 자기가 어떤 걸 못 듣고 놓치는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더 공부가 된다. 하지만, 받아쓰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디고 어렵다. 받아쓰는 게 너무 힘들다면 받아쓰는 건 빼고, 그냥 영어를 들은 다음 대본을 보며 공부해도 좋다. 즉, 위에 적은 방법을 그대로 전부 다 따라 해도 좋고, 이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도 좋다는 뜻이다. 받아쓰기는 빼고 4, 5번만 해도 좋고, 4, 5, 6번만 해도 좋다. 중요한 건 꾸준히 공부하는 거니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받아쓰기를 하는 자신만의 패턴이 생길 것이다.


그럼 어떤 내용을 받아쓰기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에 제일 좋은 건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재미있어하는 걸 받아쓰기하는 것이다. 앞서 읽어 봤으니 알겠지만, 받아쓰기를 하려면 같은 장면을 수십 번 돌려봐야 하고, 안 들리는 부분은 이어폰을 귓속 내이까지, 고막까지 닿도록 밀어 넣은 채 수십 번 들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내용을 그렇게 반복해서 듣는 건 정말 지루하고 지겨운 일이다. 그러니 가급적 보고 봐도 또 보고 싶은 걸 공부할 자료로 선택하는 게 좋다. 일단 여기에서는 뉴스, 영화, 드라마 등에 대해서 받아쓰기를 할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간략히 보고 넘어가자.



1.    뉴스


장점: 패턴이 일정하기 때문에 단어만 알면 듣기가 쉽다. 사건/사고, 정치, 경제 등 뉴스에 나오는 내용은 사실 거기에서 거기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만 알면 오히려 받아쓰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세상 물정과 시사에 밝아진다는 점과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대개 발음이 아주 좋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 패턴이 일정하다는 건 지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맨날 어디에 사고가 나고, 뭐가 폭발했고, 어디엔 전쟁이 났고, 그런 얘기니까. 수십 번 반복해 가며 듣기에는 좀 지겨울지도 모른다.



2.    영화/만화/드라마


장점: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만화/드라마를 고를 경우 수십 번 반복해서 보더라도 질리지 않는다. 실생활 회화를 배울 수 있고, 미국의 문화를 익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 말이 빠르다. 뉴스는 정보 전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으로 비교적 또박또박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데, 일상 회화는 말이 빠른 편이다. 게다가 배경 잡음이 있다. 영화는 뉴스처럼 조용한 스튜디오에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집, 거리, 카페, 회사 등등 장소에 따라 다양한 잡음이 들려서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에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미국식/영국식/호주식 영어뿐만 아니라 백인, 흑인, 인도계, 남미계, 아시아계 등 여러 사람의 발음을 접할 수 있다. 한 가지 발음에만 익숙해지기도 바쁜데 온갖 억양과 발음이 난무하면 알아듣기가 더 힘들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나운서 발음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만 만날 건 아니니까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3.    팝송


장점: 받아쓰기한 예문을 (노래 가사를) 외우기가 쉽다. 노래를 외워서 부르면 되니까.


단점: 말과 달리 음이 이어지기 때문에, 원래 말할 때는 연음이 안 되는 곳이 이어진다거나, 이어질 곳에서 떨어진다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 잘 안 들리고, 발음이 안 좋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음이 특히 안 좋아서 놀림을 받는 몇몇 가수들이 있는데, 팝송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생각 외로 잘못된 발음으로 노래하는 경우, 특이한 발음으로 랩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확한 발음을 배우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의 마지막 편인 받아쓰기에 대해 알아봤다. 받아쓰기로 공부를 하면 듣기 실력이 확실히 향상되기는 하지만, 이게 그리 쉽지는 않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로 공부를 한다 하더라도 받아쓰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라 쉬이 지치기도 한다. 한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듣기 실력이 생각만큼 빨리 늘지 않아서 속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조바심을 내거나 실망하지 말자.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당신은 영어의 곳간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는 중이니까. 지치지 말고 꾸준히 공부를 하면 분명 듣기 실력이 향상되어 있을 것이다.

이전 05화 영어 듣기 실전에 적용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