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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l 02. 2016

아무도 내 발음을 못 알아듣는다면

영어 발음 하수에서 벗어나기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에서 영어 발음에 대해서도 간략히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영어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듣기도 그렇지만, 영어 발음은 글로 배우기 힘든 분야이다. 그래도 앞으로 하는 얘기들이 여러분의 발음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영어 발음에 민감하다. 웬만큼 영어 실력이 좋아도 발음이 한국식이면 은근히 무시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전반적인 영어 실력까지 깎아내리기도 한다. 반면에 영어 발음이 굉장히 좋으면 말하는 내용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 아니꼽더라도 상황이 이러니, 모두들 영어 발음을 좋게 하려고 애를 쓴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조금이라도 어릴 때 어학연수를 떠나고, 원어민 강사에게 수업을 받으려 한다.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지도 못했고, 한국에서 태어나 이십 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영어 발음에 관한 한 “이번 생은 틀렸어”라며 눈물을 훔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상심하진 마시길. 지금부터 당신의 발음을 조금 더 좋게 만들어줄 몇 가지 팁을 알려주고자 한다. 1편에서는 영어 발음 하수에서 벗어나 중수로 갈 수 있는 방법, 2편에서는 영어 발음을 좋게 만들어줄 사소한 팁을 공개할 것이다. 당장 여기에서 읽은 한 두 편의 글로 영어 발음이 원어민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신경 쓰고 노력하다 보면 구수한 된장 발음도 분명 더 좋아질 것이다. 



영어 발음 하수에서 벗어나기


1)   기본 알파벳 발음을 철저히 익히자 – R, F, V, th발음 연습하기


영어 발음이 아주 안 좋은 사람들은 일단 기본적인 알파벳 발음을 철저히 익히는 게 좋다. 특히 우리말에 없는 발음인 R, F, V, th 등을 많이 연습해야 한다. 기본적인 발음마저 안 되면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R을 L로 발음한다거나 f를 p로 발음하게 되면 아예 다른 단어가 되어버려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 Room을 ‘룸’이라고 말하면 원어민은 ‘베틀(loom)’이라고 생각할 테고, wife를 ‘와이프’라고 하면 ‘물티슈(wipe)’를 떠올릴 것이며, WI-FI를 ‘와이파이’라고 하면 “왜 파이냐고? (Why pie?)”라며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니 유창한 원어민 발음은 아니더라도, 말이 통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발음들은 확실하게 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사용하는 혀와 입도 모두 근육이다. 평생 운동 한번 안 했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면 온몸이 다 쑤시고 뻐근한 것처럼, 우리말 발음에만 익숙해진 혀와 입으로 영어 발음을 하려면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하다. R발음을 할 때 혀가 입천장에 닿지 않게 구부리는 것도 힘들고, 잘 되지도 않는 th발음이나 f, v 발음을 하려다 보면 입에 경련이라도 일어날 지경이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발음을 연습해야 한다. 속으로만 조용조용하는 게 아니라, 크게 소리 내어 말해야 한다. 아령을 들어 올려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단련시키듯이 영어 발음을 계속 연습해서 우리 입과 혀가 그 발음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영어 발음이 안 좋은 사람들은 발음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걸 꺼려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걸 알게 되면 더욱 주눅이 들고, 입을 굳게 다물고 만다. 하지만 발음을 연습하지 않으면 영어 발음 근육을 키울 수 없다. 남들처럼 발음이 자연스럽게 나오지도 않고, 자기 입모양이 신경 쓰이더라도 계속 소리 내어 발음 연습을 해야 한다. (이때 조금 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거울을 보거나, 자기 발음을 녹음기로 녹음했다가 들어 보는 것도 좋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길을 다니면서도 항상 영어를 중얼중얼 말하고 다녔다. 문장을 말하고 다닌 게 아니라(나중에 대학 시절에는 문장도 말하고 다녔지만..), 발음을 연습하고 다녔던 거다. F나 v발음을 할 때 아랫입술을 어느 정도 깨물어야(?) 하는지, th발음을 할 때 혀는 이 밖으로 얼마큼이나 나오는지, 아무리 해도 어색했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지려고 수시로 단어를 발음하면서 다녔다.


그때는 지금처럼 원어민의 영어를 듣거나 영상을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발음 공부를 하고 싶은데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어 사전 앞에 실려 있는 사람 얼굴 단면도가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림을 들여다보고 설명을 읽어봐도 혀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친구한테 어렵게 빌린 ‘뉴키즈 온 더 블록’의 인터뷰 영상 비디오테이프가 내게는 구세주였다. 멤버들의 인터뷰 영상을 볼 때 그들의 입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th발음을 할 때 혀가 어느 정도나 밖에서 보이는지, f나 v발음을 할 때 아랫입술은 어느 정도 깨무는지 면밀히 관찰하면서 수시로 따라 했다. 완벽한 교재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중얼중얼 연습하면서 다녔던 게 혀와 입 근육이 영어 발음에 익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사전 앞에 실려 있었던 그림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글로 발음 공부하기가 어렵다지만, 그림으로 발음 공부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웠다. ㅠ.ㅠ)


다행히 요즘은 영어 발음을 연습할 책이나 영상, 강의 등이 많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무한 반복, 연습해 보자. 아래는 유튜브에서 찾은 것으로, f와 p 발음에 대한 짧은 동영상이다. 


(f와 p 발음을 알려주는 동영상. 이 외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동영상에 유튜브에 있다. 찾아서 공부하자! ^^)



2)   “으”를 없애자. Book은 ‘부크’가 아니라 ‘붘’이다


우리말에는 자음만 발음하거나, 초성에서 자음이 연속으로 오는 일이 없다. 자음을 발음하려면 항상 모음이 따라와야 한다. 반면 영어 단어에는 자음만 연이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우리말에서는 그 자음을 발음해 주기 위해 종종 “으”라는 모음을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strike라는 영어 단어는 s, t, r이라는 세 개의 자음이 나란히 나온다.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이것을 ‘ㅅㅌ라이크’라고 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으”를 집어넣어서 ‘스트라이크’라고 쓴다.


영어 단어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하고 사용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영어 회화를 할 때도 원어민 발음 대신 우리말로 표기된 ‘스트라이크’라는 발음을 사용한다는 거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더위가 피크에 다다랐다’고 할 때의 Peak는 ‘픽’ 혹은 ‘피익’이라고 하지 않고 ‘피크’라고 하며, fork도 ‘퐄’이라고 하지 않고 ‘포크’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의 영어 발음에서 “으”만 빼 줘도 발음 하수는 어렵지 않게 벗어날 수 있다.


“으” 발음을 빼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맨 끝에 오는 자음을 받침으로 발음하는 거다. Book을 ‘부크’가 아닌 ‘북’이라고 하거나(이것도 제대로 발음하려면 ‘부ㅋ’가 되어야 하지만, 일단 발음 하수를 벗어나는 단계에서는 ‘북’이라고만 해도 된다.), peak을 ‘피익’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긴장을 하고 있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 단어를 말할 때 자꾸 “으” 발음을 넣게 된다. “으”발음을 빼고 자음만 발음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데, 이것도 연습만 하면 괜찮다. 


자음이 연속되어 나올 때는 거기에 굳이 “으”라는 모음을 붙여서 발음하지 말고, 해당 자음만 발음해 주자. 친구와 카톡을 할 때 ‘ㅋㅋ’를 읽듯이, 목과 몸에 힘을 빼고 해당하는 자음 소리를 작고 가볍게 발음해 주면 된다. 처음에는 자음만 발음한다는 게 어색하겠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Peak [피크] -> [피이ㅋ]

Fork [포크] -> [포ㅋ]

Help [헬프] -> [헤얼ㅍ]

Mind [마인드] -> [마인ㄷ]

Contents [컨텐츠]-> [컨텐ㅊ]

Start [스타트] -> [스타ㅌ]


("으" 발음을 빼는 걸 알려주는 유튜브 동영상. 사실 '유튜브'도 [유투웁]이 되어야 하지만.. ^^;;)



3)   단어 강세와 연음에 신경 써서 발음하자


영어에서는 단어 하나에도 강세가 중요하다. 강세가 있는 부분은 힘줘서 크게 읽고, 강세가 없는 부분은 작고 약하게 읽는다. 문장에서도 주어나 동사처럼 중요한 부분은 크게 읽고, 전치사처럼 비중이 작은 곳은 흘려서 발음하게 된다. 단어를 발음할 때 강세에 신경만 써줘도 발음이 한결 좋게 들린다.


또한 발음 하수에서 벗어나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연음을 잘해 주는 것이다. I want to go to school을 [아이 원트 투 고 투 스쿨]이라고 하는 것보다 [아 워너 고루 스쿨]이라고 하면 발음이 더 좋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단어 강세나 연음 부분에 대해서는 <영어는 왜 이리 안 들릴까>와 <영어 듣기 실전에 적용하기>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이 글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린아이들이나 외국인은 젓가락질을 무척 어려워한다. 우리에게는 젓가락으로 콩 한 접시를 다 옮기는 것도 너무나 쉬운 일인데, 그들은 고기 한 점을 집는 것도 힘겨워한다.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잔뜩 주고 고기를 이리저리 밀고만 다니다가 곧 포기하고 포크를 찾기 일쑤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하기만 하면 그들도 곧 젓가락질의 고수가 될 수 있다. 물론 에디슨 젓가락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영어 발음도 마찬가지다. 평생 우리말만 써왔던 사람이 우리말에 없는 발음을 하는 건 평생 포크만 써왔던 사람이 젓가락질을 배우는 것과 같다. 안 쓰던 근육이라 어색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많이 듣고, 크게 소리 내어 자꾸자꾸 말을 해 봐야 한다. 내 입과 혀가 영어 발음에 익숙해질 때까지.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영어 문장을 크게 소리 내어 읽어 보자. 원어민의 발음을 듣고 따라 한다면 더 좋다.


막무가내로 읽지 말고, 단어의 강세와 발음, 연음이 되는 걸 생각하며 따라 읽자. <영어 듣기 실력을 쌓는 법 – 받아쓰기>에서 알려준 ‘따라 말하기(shadowing)’방법만 따로 떼어내어 연습해도 좋다. 몸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수영이나 운전을 배우건, 젓가락질을 배우건. 여러 번 반복 연습을 하면 우리 몸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발음도 예외는 아니다. 혀와 입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또 반복하자. 원어민 발음처럼 되긴 힘들지 몰라도, 영어 발음 하수에서는 확실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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