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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Sep 19. 2016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Do you know 강남 스타일?"은 이제 그만.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여기에서는 영어 말하기를 공부하는 마음가짐, 영어회화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이런 걸 왜 알아야 할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말하기’가 다른 영역과는 달리 혼자서는 절대 공부할 수 없는 분야라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영어회화란, 우리가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만 다를 뿐 중요한 건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영어회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


1)   영어는 습관이다


우리는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무조건 좋은 문장과 표현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걸 써먹지 못하면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흔히 ‘토익 만점자가 영어 한 마디도 못한다’는 문장으로 표현되듯이,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그 순간 입을 열어서 내뱉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단어나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말을 더듬다가 집에 가서야 그 표현이 떠올라 이불 킥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영어로 말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학시절, 재미교포 친구의 서울 투어를 도와준 일이 있었다. 내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다행히 교포 친구가 우리말을 아주 잘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었다. 첫날은 실컷 우리말로 얘기하며 대학로와 인사동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두 번째 날, 만나자마자 그 친구가 느닷없이 내게 영어로 “How are you?”하고 인사를 했다. 당연히 우리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놀라서 발연기하는 아이돌처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내가 간단한 인사말에도 아무런 대꾸를 못하자 실망한 친구는 이내 다시 우리말을 썼다. “영어 공부 좀 해.”라고 충고까지 하면서. 


How are you에 대한 대표적인 답은 당연히 “I’m fine, thank you. And you?”다. 아무리 내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다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교포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영어 표현을 몰라서 대답을 못한 게 아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아주 간단한 질문에도 영어로 말하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쉬운 영어부터, 일단 입 밖에 내어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머리로 아는 것도 입 밖에 내어 말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소한 단어라도 말하는 습관이 배어 있으면 순식간에 영어회화 고수가 된다. 영어 말하기는 습관이다.



2)   말하기와 토론을 즐겨라. 상대방의 의견이 나와 다를지라도 성내거나 슬퍼하지 말라.


영어회화 학원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연습시킨다. 토론 주제를 정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영어회화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토론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대학 수업에서 찬반을 나눠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토론이지만, 친구와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가 이길지 얘기하는 것도 토론이다. 주제가 무엇이 됐건,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설명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는 게 토론이다.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이렇게 토론하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한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우리말로도 말하기 귀찮아하고, 토론하는 걸 버거워하는 사람이 영어로 한다고 잘하게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나와 다른 의견이 나오더라도 받아들이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저 인터넷 댓글 달듯이 “헐. 뭐래. 님 미쳤음? 레알 빡치네.”식의 짧은 반응만 보이지 말고, 자신의 의견을 아귀가 맞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와는 다른 의견도 존중해 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과 내 의견이 다른 걸 못 견뎌하고, 기어코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려는 사람은 우리말 토론이건, 영어 토론이건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영어회화는 ‘영어로 다른 사람과 말을 하고 듣는 것’이다. 말하는 것과 토론 자체를 즐기지 못한다면 영어회화 시간이 더 힘들 수도 있다.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세상사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3)   세상/사람/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소개팅을 했을 때, 긴 기차 여행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동승했을 때, 결혼식 하객으로 갔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을 때. 굉장히 멋쩍고 민망해서 땅만 바라보고 있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호구조사를 하는 것도 끝나고, 가장 만만한 날씨 얘기까지 하고 나면 그다음엔 서로 말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할 때도 이런데, 영어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면 더 하다. 


영어회화 수업시간에 가끔 free talking 시간을 가지면 모두들 멋쩍게 웃으며 제대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한다. 이건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어떤 주제로 얘기를 이끌어 나가야 할지 알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꺼낸 얘기에 첨언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회화를 잘하려면 기본적으로 말하는 걸 즐겨야 한다고 했는데, 말하는 걸 즐기려면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시사, 경제, 사람, 문화 전반에 걸쳐 대강이라도 아는 게 있어야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영어로 얘기하는 것도 똑같다. 우리가 영어회화를 배우는 목적은 ‘외국인과 얘기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은 당연히 우리와 국적과 인종이 다르다. 또한 많은 경우 나이와 종교도 다를 수 있고, 가치관, 윤리관, 심지어는 성 정체성까지 다를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은 필수다. 



4)   나보다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라. 상대방을 궁금해하라.


외국인을 만나면 으레 “Do you know 김치/김연아/BTS/강남 스타일?”을 묻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물건이나 사람이 외국인도 알만큼 유명해졌다면 신기하기도 하고, 자꾸 물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이런 질문은 피하는 게 좋다. 굳이~~ 하고 싶다면, 관련된 얘기가 대화 주제로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묻는 게 좋다.


저 질문을 하지 말라는 이유는 그 외국인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을 테니 지겨워할까 봐 걱정되서가 아니다. 저 질문들이 별로 좋지 않은 이유는 질문의 초점이 상대방이 아닌 “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저 질문들은 마치 상대에게 “너 나(한국)에 대해서 잘 아니? 내가(한국이) 이렇게 유명한 거 아니? 그것도 몰라? 나(한국)에 대해서 뭘 모르는구나?”하고 다그치는 것처럼 들린다. 주위 사람들과 우리말로 대화할 때를 떠올려보라. 상대방의 말은 듣지도 않고, “너 이거 아니? 아니, 그런 것도 몰라? 이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건 내가 잘 아는데. 내 말 들어봐.”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당장 그 자리를 뜨고 싶고, 그 사람과는 잠시도 말을 섞고 싶지 않을 것이다.


"Do you know 강남 스타일?"은 이제 그만하자.


대화에서는 말하는 것도 좋지만, 듣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앞서 3번에서 세상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세상사를 잘 몰라도 된다. 모든 분야에 걸쳐 박학다식하기가 쉽지는 않으니까. 더군다나 낯선 나라와 문화에 대해 얘기할 때는 모르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상대방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기만 하면 된다. 내가 잘 모르는 얘기를 하면, “나 그거 잘 몰랐어. 좀 더 설명해 줄래? 몰랐는데 재미있구나. 네 덕분에 새로운 걸 알게 됐어.”라고 얘기해 보자.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대화가 술술 풀릴 것이다.


외국인에게 “김치 아니? 김연아 아니? 피겨 여왕이잖아. 싸이 알지? 강남 스타일 몰라? 말춤이 유명한데.”하며 우리나라 얘기만 하지 말고, “너는 외국 나가면 생각나는 고국 음식이 있니? 너네 나라는 온 국민이 열광하는 스포츠가 뭐야? 팝송을 좋아하니, 클래식을 좋아하니?”라고 그 사람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자.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면, 대화를 더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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