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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y 28. 2017

전화영어 울렁증을 위한 사소한 팁 1

굉장히 유용하지만, 무척이나 사소한 팁

우리말로 전화를 할 때도 긴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영어로 하게 되면 그 긴장의 정도가 몇 배는 더 강해진다. 그런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경험에서 우러난 사소한 팁을 여기에서 알려드리고자 한다.




<< 굉장히 유용하지만, 무척이나 사소한 전화영어 팁 1 >>


1.    본인의 정보를 미리 준비해 놓자. 


공공기관이나 병원, 우체국 등과 통화를 할 때는 내 주소, 전화번호, claim/case 번호, 예약한 날짜, 예약자 이름 등을 불러줘야 하는 일이 많다. 상대방이 물어볼 때 당황하지 말고 바로 말해주려면, 필요한 본인의 정보들은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다.



2.    할 말 리스트 작성 - 통화 대본을 만들어 놓는다.


전화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는다. 이때 대충 ‘호텔 예약 확인하기, 조식 포함인지 물어보기’ 식으로 우리말로 간단하게 적어 놓는 건 큰 도움이 안 된다. 할 말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영어로, 보고 바로 읽을 수 있게끔 완성된 문장으로 적어 놓는다. 미리 영어문장을 만들려면 머리에 쥐가 나겠지만, 전화통화를 하면서 순간순간 머릿속으로 영어문장을 만들려면 온몸에 쥐가 날지도 모른다.


I’d like to confirm my reservation. 예약을 확인하고 싶은데요.
Is breakfast included (in the room rate)? 가격에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나요?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면 상대방 대답에 따라 내가 할 말도 미리 정해 놓는 ‘통화 대본’을 적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상대방이 늘 내 대본대로 대답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느 정도 대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대본이 꽤 도움이 된다.


1)   바로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경우

A: I’d like to make an appointment on Monday. 월요일로 약속을 잡고 싶은데요.

B: Okay, what time would you like to come? 네, 몇 시에 오실 건가요?

A: Are you available at nine in the morning? 아침 9시에 가능한가요?


2)   약속이 불가능해서 2차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

A: I’d like to make an appointment on Monday. 월요일로 약속을 잡고 싶은데요. 

B: Sorry, Monday is not available. 죄송합니다만, 월요일은 안 됩니다.

A: How about Thursday morning? 그럼 목요일 아침은요?

B: We open at noon on Thursdays. 목요일은 정오에 문을 엽니다.

A: Then what time are you available on this Friday? 그럼 이번 주 금요일은 몇 시에 가능한가요?


공공기관이나 병원, 사무실 등에 전화를 걸다 보면 반드시 사람이 전화를 받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자동응답기가 전화를 받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람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오면 당황해서 그냥 전화를 끊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한 대본도 미리 마련해 놓으면 좋다. 간단히 자신의 이름, 전화를 건 목적(누구와 통화하고 싶었던 건지, 혹은 예약이나 취소 등의 이유가 있었던 건지 등), 자신이 다시 걸겠다는 말 혹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며 전화를 해달라는 말을 하면 된다.


응답기: Hi, I’m not available at the moment. Please leave your message after the beep.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메시지를 녹음해 주세요.)

준비한 대본: Hi, this is 불이. I’d like to reschedule my appointment. Can you call me back please? My number is 000-111-222. Thank you. Bye. (안녕하세요, 불이라고 합니다. 약속을 다시 잡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저한테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제 번호는 000-111-222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3.    상대방에 대한 사전 정보 입수 – 웹사이트를 찾아본다.


할 말을 영어로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좋고, 통화 대본을 만들어 놓는 것도 다 좋은데 도대체 영작을 어떻게 하냐고? 내가 할 말은 대본을 만들어놓으면 된다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을 내가 다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법. 왕초보가 병원이나 사무실 등에 전화를 걸 일이 있다면 미리 그곳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자. 웬만한 정보는 모두 여기에서 얻을 수 있다. 그곳의 주소, 찾아가는 길, 운영시간, 담당자 이름, FAQ(자주 묻는 질문) 등이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내용은 다 알아낼 수가 있다. 웹사이트에 적힌 단어와 문장들을 활용해서 본인의 통화 대본을 만들 수도 있고, 웹사이트를 한번 읽어보고 나면 전화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하는 말도 훨씬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어느 병원 홈페이지. 웹사이트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walk-in, sick visit, checkup 등의 영어표현을 알 수 있고,  그 표현을 전화통화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어느 병원의 홈페이지다. 여기에 있는 글만 읽고 해석해 봐도 병원이 요일마다 몇 시에 문을 열고 닫는지 정보를 알 수 있다. 굳이 전화로 몇 시에 문을 여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예약 없이 바로 방문할 때는 walk-in이라고 한다거나, 정기검진이 아니라 아파서 병원에 방문할 때는 sick visit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점,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을 checkup이라고 한다는 것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표현들을 응용해서 통화 대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A: I'd like to make an appointment for my child. (우리 아이 예약을 잡고 싶은데요.)

B: Is this a regular checkup or is your child sick? (정기검진인가요, 아니면 아이가 아픈가요?)

A: It's a regular checkup. (정기검진이에요.)


A: I didn't make an appointment, but can I come to the office now? (미리 예약하지 못했는데요, 혹시 지금 병원 사무실로 가도 되나요?) 

B: Walk-in hour is only for sick visits. Is your child sick? (예약 없이 방문하는 건 아픈 경우에만 해당되는데요. 아이가 아픈가요?)

A: Yes, he's vomiting now. (네, 지금 토하고 있어요.)


"웹사이트를 읽어 봐도 모르겠다, 이걸 읽고 해석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라고 항변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앞선 글에서도 누누이 밝혔지만, 읽어서 이해를 못 할 내용이라면 들어도 못 알아듣는다. 전화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정보와 FAQ를 읽고 해석할 실력이 전혀 안 된다면 해당 기관이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영어로 통화하는 건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우체국에 우편물 수령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해내고 싶다면,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반드시 영어로 전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미국에서 새로 전화나 전기를 놓아야 한다던가, 우편물을 수령해야 한다던가, 병원에 예약하고 가야 한다던가 등등), 미리 웹사이트를 읽어서 해석해 보고 그 내용을 토대로 통화 대본을 만들어 보는 정도의 노력과 성의는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영어 실력도 늘고, 전화 통화하는 것도 덜 두려울 테니까.



4.    종이와 펜은 필수! – 통화하면서 바로바로 적어놓는다.


우리말로 통화를 할 때도 그렇지만, 영어로 전화통화를 할 경우는 종이와 펜이 필수다. 내가 미리 준비한 정보와 대본을 보고 읽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하는 말도 받아 적어 놔야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시간과 날짜, 주소, 담당자 이름 등등 모두 영어로만 되어 있는 정보를 한번 듣고 다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숫자다.


통화를 하는 도중에 전화번호나 사건 번호(case number), 배송 조회 숫자(tracking number) 등을 상대방이 불러줄 수 있는데, 이 번호들을 머리로만 다 기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보자.


상대방이 013-3435-889라는 전화번호를 불러줬다고 치자. 

공일삼 삼사삼오 팔팔구.


한번 소리 내어 따라 읽어 보시라. 우리말로 하면 굉장히 쉽다. 굳이 종이와 펜이 없어도 단번에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번호를 영어로 불러줬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영어로 한번 읽어보자.


Zero one three, three four three five, eight eight nine.
제로 원 쓰리, 쓰리 포 쓰리 파이브, 에이트 에이트 나인.


영어로 숫자를 말하게 되면 우리말로 읽을 때보다 길이가 훨씬 길어진다. 그러니 가능하면 종이에 써 가며 확인하는 게 좋다. (머리가 비상하신 분이라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왕 숫자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만 더 얘기하고 넘어가자. 우리말에서도 숫자 0을 '영'이나 '공'으로 읽는 것처럼, 영어에서 0은 zero라고 읽기도 하지만 'oh'라고 읽기도 한다. 알파벳 O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사람은 'oh'를 들으면 무의식 중에 5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이를 조심해야 한다.


다음 영어를 읽고 머릿속으로 숫자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원 포 오, 식스 오 투


위 숫자는 one four oh, six oh  two이다. 숫자로 써보자면 140 602가 되는 것이다.

절대로 145 652가 아니다.



5.    마법의 단어 1 – representative


전기나 가스회사 등에 전화를 걸게 되면 대개 녹음된 안내 멘트가 나온다. 뭐는 1번, 뭐는 2번, 뭐는 3번을 누르라고 메뉴를 줄줄이 읊으면서. 이런 때는 참 고역이다.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 가며 들어 봐도 안내에서 흘러나오는 메뉴들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겠고, 내가 통화하고자 하는 내용이 그중 몇 번 메뉴를 눌러야 하는지도 헷갈리니까.


한번 번호를 잘못 누르면 엉뚱한 하위 메뉴가 나오고, 다시 처음 메뉴로 돌아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전화를 끊고 처음부터 다시 걸고… 이것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녹음된 목소리가 아닌 사람 목소리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또 녹음된 안내 멘트다. 도대체 언제쯤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 거지?


요새는 많은 곳에서 음성인식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화 안내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동네 가스회사도 몇 년 전부터는 음성인식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전화를 걸면 녹음된 목소리가 "음성인식 시스템이므로 번호를 누를 필요 없이 말로 하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영어 사용자면 yes라고 답하세요.” “전화를 건 목적을 한두 단어로 설명해 주세요.”하면서 말이다. 


이런 음성인식 시스템에는 장단점이 있다. 일단은 내가 하려는 말을 길게 문장으로 하지 않아도 주요한 단어만 말해도 해당 부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스 회사의 경우 gas leak(가스 누수), gas bill (가스 요금), meter reading (계량기 검침) 등의 단어만 말해도 해당 부서나 해당 담당자에게 전화를 연결해 준다. 


음성인식 시스템의 단점은, 아마도 내비게이션이나 핸드폰 앱 등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써보신 분들은 이미 충분히 알고 계시겠지만, 내 발음을 잘 못 알아듣는다는 점이다. 나는 충분히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잘 굴려서 발음을 했건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미안. 다시 한번 말해줄래?”라는 말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달라는 녹음된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이때도 역시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이렇게 내가 전화를 건 목적이 도대체 몇 번 메뉴인지 몰라 이 번호 저 번호 누르며 헤맬 때, 음성인식 시스템이 내 발음을 못 알아 들어서 계속 “다시”를 외칠 때, 사람과 바로 통화할 수 있는 치트키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마법의 단어 representative, ‘상담원’이다. Representative는 흔히 ‘대표, 국회의원’ 등의 뜻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representative는 ‘전화 상담원’을 뜻한다.


메뉴의 번호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If you want to talk to a representative (상담원과 통화를 원하시면)”이라는 메뉴가 나오는지 잘 귀 기울여 들었다가 해당 번호를 누르면 된다. 대개 상담원과 통화하는 번호는 0번이지만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음성인식 시스템일 경우 무조건 representative (레프리젠터티브)라고 말하면 (그리고 음성인식 시스템이 내 발음을 알아들으면) 바로 상담원과 연결을 해준다. 


물론 상담원과 연결이 돼도 영어로 긴 대화를 이어 나가려면 산 넘어 또 산이겠지만, 그래도 한참을 녹음된 목소리와 씨름하다 보면 사람 목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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