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를 알면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 글에서는 단어 하나의 발음에 대해서 알아봤다면, 오늘은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문장을 말할 때 들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번 글에서도 역시 발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떻게 발음되는지 알아야 잘 들리기 때문이다.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그리고 문장 내에서의 발음에 대한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네 가지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내가 어렸을 때는 영어 선행학습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기껏해야 dog, cat 등의 쉬운 단어들만 배웠을 뿐이다. 중학교에 가서 ‘아이 러브 유(I love you)’라는 문장을 배웠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내가 무식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_-;;)
나는 그때까지 ‘사랑한다’는 뜻의 ‘알러뷰’라는 단어가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게 단어 하나가 아니라 I love you(아이 러브 유)라는 문장을 빨리 발음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다. 어린 내게는 [아이 러브 유]와 [알러뷰]는 다른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어로 말할 때 (우리말도 마찬가지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발음하는 게 아니라, 빨리 촤르륵~ 말한다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렇듯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는 발음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실생활 대화에 자주 쓰이는 문구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발음들에 익숙해져야 영어 듣기가 잘 된다. 이건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가게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활기차게 “어서옵쇼~”라고 하거나, “어소세요~”라고 인사한다. 어느 누구도 로봇처럼 “어. 서. 오. 십. 시. 오.”라거나 “어. 서. 오. 세. 요.”라고 인사하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서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말도 알게 모르게 줄여서 발음되는 일이 많다.
1) 영어에서 발음하기 쉽게 줄여서 말하는 건 t와 관련된 것이 많다. T 발음을 흘리거나, 생략하는 방식으로 발음이 줄어든다.
I want to [아이 원트 투]=> I wanna [아 워너]
I’m going to [아임 고잉 투] => I’m gonna [암 고너]
2) 발음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발음을 한 번만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d와 t가 연이어 나오면 둘 다 발음하는 게 아니라, 앞에 나온 발음은 생략하고 바로 뒤에 나오는 발음만 해준다.
I need to [아이 니드 투]=> [아 니-투]
I decide to [아이 디싸이드 투] => [아 디싸이 투]
3) 단어 끝이 자음으로 끝나는데 바로 뒤에 또 자음이(특히 s) 나올 경우, 앞 단어의 끝 자음을 발음하지 않고 바로 뒷 단어의 자음만 발음해주기도 한다.
I found some great place. [아이 파운드 썸 그레이트 플레이스] => [아 파운 썸 그레잍 플레이스]
I want some cookies. [아이 원트 썸 쿠키스] => [아 원 썸 쿠키스]
옛날 영화 <보디가드>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I will always love you’는 ‘웬 다이아’로 많은 개그맨들에게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가사에 나오는 And I를 [앤드 아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이어 붙여서 [앤다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연음이라고 한다.
1) t와 y가 만나 [ㅊ]이 되는 경우
I want you. [아이 원트 유] => [아 원츄]
I hate you. [아이 헤이트 유] => [아 헤이츄]
I got you something. [아이 갓 유 썸씽] => [아 가츄 썸띵]
2) d와 y가 만나 [ㅈ]이 되는 경우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우드유 라이크 썸씽 투 드링크?] => [우쥬 라잌 썸띵 투 드링ㅋ?]
I need you. [아이 니드 유] => [아 니쥬]
I found you. [아이 파운드 유] => [아 파운쥬]
3) s와 y가 만나 [슈]가 되는 경우 (이때의 [슈]는 그냥 'ㅅ(s)'이 아니라, she 발음할 때의 sh와 같다)
I guess you’re right. [아이 게스 유어 롸잇] => [아 게슈어 롸잍]
I miss you. [아이 미쓰 유] => [아 미슈]
I’ll kiss you. [아일 키쓰 유] => [알 키슈]
헥헥. 이 외에도 더 있지만,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자.
t나 d처럼 발음하기 어려운 것은 ‘ㄹ’로 바꿔서 발음하기도 한다. t가 ‘ㄹ’처럼 발음되는 경우는 알아도 d가 ‘ㄹ’로 발음되는 건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쉽게 단어를 예로 들면, letter는 [레터]라고 발음하기도 하지만 [레러]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사다리’라는 뜻의 ladder 역시 [래더]라고 발음하는 대신 [래러]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또한 t는 아예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자음 바로 뒤에 나온다거나(특히 n이나 ng 뒤) 단어 맨 끝에 올 경우는 발음이 생략되기도 한다.
I don’t know. [아이 돈트 노우] => [아론노우]
Hit it! [히트 이트]=> [히맅]
영어 단어에서 강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이미 전편에서 언급을 한 바 있다. 강세가 있는 부분은 크게 읽고, 강세가 없는 부분은 흘리듯 작게 발음한다. 그런데 똑같은 원칙이 문장에도 적용이 된다. 의미가 있고 중요한 부분은 크게 강조해서 읽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작게, 흘리듯 발음한다. 대개 전치사를 이렇게 흘리듯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I go to school. [아이 고 투 스쿨] => [아이 고루 스쿨]
I go to bed at 9. [아이 고 투 베드 앳 나인] => [아이 고루 벧 앳 나인]
자, 이쯤 되면 서서히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할 것이다. 도대체 이 많은 법칙과 예외들을 어떻게 다 외운단 말인가? 사실 여기에 적어 놓은 법칙들은 아주 적은 부분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연음 법칙과 발음 법칙들이 있다. 또한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각각의 법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시중에는 영어 발음과 듣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각 상황에 따른 연음 법칙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이런 책들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발음과 듣기에 대한 학원 강좌를 듣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혼자서 공부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혹은 책을 공부하고 학원 강좌를 듣고 나서도 더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면 나는 ‘받아쓰기’를 권하고 싶다. ‘받아쓰기’야 말로 영어 듣기 실력을 확실히 향상해 주는 방법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받아쓰기를 하면 우리의 귀가 영어 듣기에 단련이 되고, 그렇게 익숙해지게 되면 굳이 연음 법칙을 외우지 않아도 듣는 법을 몸으로(귀로) 체득하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받아쓰기를 하면서 아는 단어도 들리지 않는 충격과 경악을 경험하고 나면 그 단어와 관련된 발음 법칙은 절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다음 편에서는 ‘받아쓰기’로 듣기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