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cradle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오늘 잘난 척할 단어는 cat’s cradle이다. Cat은 ‘고양이’라는 뜻이고, cradle은 ‘요람’이라는 뜻이니, cat’s cradle은 ‘고양이의 요람’이라는 말이다. ‘고양이의 요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무 침대일까, 털 침대일까? 생쥐 무늬가 있을까, 생선 무늬가 있을까? 가만, 그런데 고양이의 요람이 실타래로 만들어졌다고?
cat’s cradle은 우리말로 ‘실뜨기, 실뜨기 놀이, 실뜨기 모양’을 뜻한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바로 그 실뜨기 놀이 말이다. 기다란 실의 끝을 묶어 동그라미를 만든 다음, 그 실을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 이리저리 얽어 모양을 만든다. 그러면 다음 타자가 그 실을 다른 모양으로 얽어서 자기 손으로 가져온다. 이때 실의 모양을 망가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뜨기 각각의 모양은 저마다 이름이 있는데, 내가 기억하는 이름들은 ‘젓가락, 로켓, 요람’ 등이다. 지역마다 이름이 다를 것 같은데,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실뜨기 모양마다 이름이 있는데, cat’s cradle은 그 이름 중 하나이면서 '실뜨기 놀이'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실뜨기 놀이는 어릴 적 종종해봤던 놀이라서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놀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버젓이 영어 이름이 있어서 놀랐다. 그 사실을 알고나서 어디 잘난 척할 곳이 없나 두리번거렸는데, 이제야 잘난 척을 해본다.
(맨 위에 것이 Cat's cradle이고, 아래 왼쪽은 soldier's bed, 오른쪽은 candles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candles를 '젓가락'이라고 불렀다.)
There were two dogs and a cat on board. They might play with them, but they could not chase them. Mostly the children sat and talked with one another or told stories.
…
There were a few quiet games they liked to play.
…
Play cat’s cradle. All you need is string.
배에는 개 두 마리와 고양이가 있었다. 그 동물들하고 놀 수도 있었지만, 뒤를 쫓아다닐 수는 없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저 앉아서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옛날 얘기를 들려줬다.
...
아이들이 좋아하던 조용한 게임들도 있었다.
...
실뜨기 놀이. 그건 실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 Elaine Hansen Cleary의 <Mayflower> 중에서
친구: 핸드폰이 고장 나니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게임도 못하고 SNS도 못하고. 아, 심심해.
나: 우리 핸드폰이 없었을 땐 뭐하고 지냈나 몰라.
친구: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땐 별거 아닌 거 가지고도 몇 시간씩 놀았었는데. 너 실뜨기 놀이 알지? 실 한 가닥만 있어도 친구랑 한참을 놀았었거든.
나: 맞아, 그랬지. 나도 실뜨기 참 잘했는데. 너 실뜨기 놀이를 영어로 cat’s cradle이라고 하는 거 아니?
친구: 외국에서도 하는 놀이였어? 난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줄 알았어.
나: 저녁에 술 한잔 하자. 약속 없지?
친구: 안돼, 나 집에 일찍 들어가야 돼. 우리 냥이가 요새 내가 늦게 들어갔더니 삐졌어. 오늘은 일찍 가서 놀아줄 거야.
나: 고양이한테 참 지극정성이다. 친구보다 고양이가 더 좋다는 거야?
친구: 네가 몰라서 그래. 고양이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나: 고양이 얘기하니까 cat’s cradle이 떠오르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실뜨기 놀이라는 뜻이야.
친구: 게다가 고양이는 잘난 척하지도 않거든.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고양이보다 못하다고 무시당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sanfranannie/3421373829
저작권) Ann LarieValent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