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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Oct 19. 2016

최후의 일격

Coup de grace

내  영 어  콧 대 를  세 워 주 는  오 늘 의  한  마 디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자, 잠시 중세시대를 떠올려보자. 전투에서 타고 달렸던 말이 적의 칼을 받았다.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그동안 나를 태우고 달렸던 말은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인다. 피를 흘리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가엾은 말. 기사는 눈물을 머금고 칼을 내리쳐서 말의 숨을 거둔다. 어차피 살아날 가망이 없기 때문에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려고 자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아니면 투우장을 떠올려보자. 발로 땅을 박차며 흔들리는 빨간 망토를 향해 돌격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등에 잔뜩 박힌 창들 뿐. 이제 가뿐 숨을 몰아쉬는 소에게 투우사가 다가가서 마지막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더 이상소를 농락하는 게 아니라 고통을 멈춰주기 위해서다. 


이렇듯 (마치 악어의 눈물처럼 가증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괴로워 하는 이의 고통을 멈춰주기 위해 가하는 ‘최후의 일격’, ‘자비의 일격’을 영어로는 coup de grace라고 한다. 요즘은 굳이 ‘자비’로운 마음이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가하는 ‘최후의 일격’을 뜻할 때 이 말을 사용한다. 이 단어를 사용할 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발음이다. 이건 불어에서 온 단어라서 발음이 조금 다르다. coup de grace라는 스펠링만 보면 ‘쿱 드 그레이스’라고 읽어야 할 것 같지만 [쿠 드 그라스]라고 발음한다.



책 에 서  사 용 된  예

And now, at another signal from the major domo, an old matadore, who had stood gravely in front of us throughout the entire performance, now advanced easily toward the bull, who made a staggering charge upon him. But he easily evaded the charge, gained the animal’s side, and drove in his thin sword to the hilt, right behind the shoulder-blade. This time it was the coup de grace. The bull stumbled forward, and then fell to the ground dead, while a thundering cheer greeted the successful matadore, who bowed carelessly, as if he was used to it, wiped his sword, and quietly resumed his former position.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이 모든 경기를 지켜보던 늙은 투우사는 우두머리 집사의 신호에 따라, 비틀거리며 그에게 돌진하려 하는 황소에게 손쉽게 다가갔다. 그는 달려드는 황소를 가볍게 피하고, 옆구리 쪽으로 돌아선 다음, 황소의 어깨 날갯죽지 뒤에 얇은 칼을 손잡이까지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것은 최후의 일격이었다. 황소는 앞으로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져 죽어 버렸고,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소리로 투우사의 성공을 환호했다. 투우사는 이 모든 게 다 익숙한 일인 듯 대충 머리를 조아리더니, 칼을 닦고 조용히 이전 자리로 돌아갔다. 

Barney Blake, TheBoy Privateer: The Cruise of the Queer Fish by Herrick Johnstone


단 어  활 용 의  적 절 한  예

나: 이번 주말에 대학 농구경기 결승전 있는데 같이 구경갈래?

친구: 아, 옆 학교랑 하는 거? 지난 번에 벌써 하지 않았니? 이겼다고 들은 거 같은데.

나: 5판 3선승제거든. 지금 두판 내리 이겼으니까, 마지막 한번만 더 이기면 끝이야.

친구: 오호~. 반격할 빌미를 주지 않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겠다 이거군.

나: 그렇지. Coup de grace!


밑 도  끝 도  없 이  잘 난  척  하 는  예

나: 이건 웬 바구니야?

친구: 남자친구가 나 배고플 때 먹으라고 바구니에 간식을 잔~뜩 담아서 선물했지 뭐니. 호호~

나: 초코파이, 꼬깔콘, 빼빼로, 쿠크다스. 이야~, 남자친구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냐?

친구: 아무렴 내가 혼자 먹겠니? 안그래도 남친이 너랑 같이 나눠 먹으라고 많이 담아줬어. 같이 먹자.

나: 쿠크다스 보니까 생각난 건데, 너 ‘쿠드 그라스(coup de grace)’가 ‘최후의 일격’이라는 뜻이라는 거 아니?

친구: (노려보며) 먹지 마!! 나 혼자 먹을 거얏!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간식을 나눠 먹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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