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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Dec 08. 2016

일은 안 하고 어디로 사라진 거야?

AWOL

내  영 어  콧 대 를  세 워 주 는  오 늘 의  한  마 디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이라면, 공부와 시험에 지친 학생이라면, 해도 해도 티가 안 나는 가사노동에 질린 주부라면, 누구나 일상탈출을 꿈꿀 것이다. 여름휴가는 벌써 다 써버렸고, 날도 춥고, 주부에게는 휴일도 없고. 에잇, 짜증 나. 그저 하루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훌쩍 떠나보면 어떨까? 회사에서는 난리가 나겠지? 집에서는 사고라도 났을까 걱정을 할 거야. 얘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어디를 갔을까? 하며 소동이 벌어지겠지. 핸드폰은 밀려드는 전화와 문자로 불이 날 테고. 그러거나 말거나 학교와 회사와 집을 떠나서 한낮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


조금은 위험한 이런 상상이 바로 오늘 잘난 척할 단어다. AWOL은 ‘무단결근, 무단이탈, 무단 외출’이라는 뜻이다. 원래 군사용어인데, 대문자로 쓰인 걸 보고 짐작을 했겠지만 긴 문장을 줄인 말이다. Absence Without (Official) Leave를 줄인 말로, 군인이 정식 휴가 절차를 밟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한 경우에 쓰는 말이다. 1920년대부터 사용된 말이라고 한다. 요새는 딱히 군대에만 한정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하는 직장인, 단체생활을 하는 운동선수들처럼 꼭 가야만 하는 곳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고 무단으로 자리를 뜨는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한 번은 학생이 학교를 안 가고 땡땡이를 칠 때도 이 표현을 쓰는 것을 봤다. 이때의 중요한 포인트는 ‘정식으로 허락을 받지 않고, 계획에 없이 갑자기 정해진 자리를 뜨는 것’이다. 


줄임말일 경우 발음이 헷갈릴 수 있는데, 이 단어는 스펠링 하나하나를 불러주는 게 아니라, [에이월]이라고 발음한다. 대개 앞에 go를 붙여서 go AWOL, He went AWOL이라고 말을 한다.


 누구나 go AWOL 하는 걸 꿈꾸겠지만, 이건 그냥 상상일 뿐이다. 실제로는 어림도 없는 얘기. 뒤따라올 온갖 경위서와 징계, 처벌, 비난을 생각한다면 가슴속 사표처럼 고이 접어 숨겨두는 수밖에. 그런데 그녀는 7시간 동안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



책 에 서  사 용 된  예


Our first flight engineer was a fellow from Brooklyn. When we were in the staging area to go overseas, from Camp Kilmer, New Jersey, we had a twenty-four-hour pass and he went AWOL, and never did come back. I don’t know what happened to him.

Clifford Brace was our second flight engineer, but we didn’t get him until we got to England. I think we were fortunate, because he was a better flight engineer than the guy who went AWOL. 

우리의 첫 번째 항공 기관사는 브루클린 출신이었다. 우리가 뉴저지 캠프 킬머에서 해외로 가려고 부대 집결지에 모였을 때, 우리는 24시간 통행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만 그 항공 기관사가 무단이탈을 해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영국에 도착한 후에야 두 번째 항공 기관사로 클리포드 브래이스가 정해졌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왜냐하면 그는 무단이탈했던 항공 기관사보다 더 잘했기 때문이다. 

- <They say there was a war> by Richard David Wissolik


단 어  활 용 의  적 절 한  예

나: 나 일주일 동안 제주도로 출장 가야 돼.

친구: 근데 왜 이렇게 울상이야? 출장 간 김에 제주도 바람도 쐬고 좋겠구먼.

나: 그런 게 아니니까 그렇지. 일정도 엄청 빡빡하고, 숨 돌릴 틈도 없어. 제주도가 아니라 하와이여도 놀 수가 없다니까. 게다가 회사엔 내 일을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출장에서 돌아오면 내가 할 일이 일주일 내내 밀려있을 거야.

친구: 그래? 왜 회사 일을 너 혼자만 다 하니? 같이 할 사람 없어?

나: 몰라~~. 출장 다녀오면 다시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해야 할지도 몰라. 나 그냥 제주 공항에서 AWOL 해버릴까? ㅠ.ㅠ

친구: 그랬다간 당장 잘릴 걸.


밑 도  끝 도  없 이  잘 난  척  하 는  예

친구: 아는 형이 공연 일을 하는데, 아이돌 갈라 콘서트 티켓을 두장 줬어. 같이 갈래? 걸그룹도 많이 나온데. 너 걸그룹 누구 좋아해?

나: 걸그룹은 여자 친구가 대세지.

친구: 무슨 소리야. 대세는 트와이스지. 그렇지만 씨스타도 좋아해. 에이핑크도 좋아하고. 

나: 에이핑크 얘기하니까 에이월이 생각나네.

친구: 에이월? 그런 걸그룹도 있었어?

나: 훗, 역시 모르는군. 에이월(AWOL)은 ‘무단이탈, 무단결근’이라는 뜻이야.

친구: (휙 돌아서며) 아무래도 공연은 나 혼자 가야겠어.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콘서트 공짜 티켓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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