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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중독 12화

뉴스는 당신에게 해롭다

by allwriting

* 아래 이야기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거실의 공기가 팽팽했다. 저녁 8시, TV 화면에서는 속보 자막이 계속 흘러나왔다. ‘[속보] 정치인 구속!’ 남편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움켜쥐었다. 화면 속 기자가 뉴스를 전할 때마다 남편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이게 말이 돼? 저 사람들 대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는 거야!" 남편이 소리쳤다.

식탁을 차리던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남편을 바라봤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인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TV 앞을 떠나지 않는 남편의 모습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뉴스 앱을 켜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TV를 틀어 놓으며, 퇴근 후에도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 영상을 돌려본다. 문제는 뉴스를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씩씩거리다 화를 내고 때로는 밤새 불안해하며 잠을 설칠 때도 있다.

남편과 외식하러 가던 길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남편이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걸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전광판에서 정치 뉴스 속보를 본 남편의 얼굴이 변했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뉴스를 검색하더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봤어? 엉망이야! 나라가 이래서 되겠어? “

우리는 길거리에서 부부싸움을 했고 외식도 하지 못했다.


뉴스 중독자는 각종 병에 걸릴 위험이 크고 뇌세포도 줄어든다


뉴스에 과도하게 몰입해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현상을 ‘뉴스 중독’이라 한다. 반복적으로 뉴스를 탐색해 보며 불안과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은 뉴스 중독자일 가능성이 크다.

TV나 신문에 더해 인터넷, SNS, 이메일 등 뉴스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졌고 많아졌다.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평균 뉴스 소비 시간은 약 60분에서 96분 사이로 60개 정도의 기사를 본다.

끊임없이 뉴스를 확인하는 중독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각종 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미국 텍사스공대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16.5%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뉴스를 소비하고 이들의 73.6%는 정신적 고통(mental ill-being)을 ‘상당히’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정신적 고통을 자주 겪었다고 보고한 비율은 8%에 그쳤다. 연구자인 브라이언 맥로플린 교수는 ‘나쁜 뉴스만 접하면 세상이 온통 위험하고 어두운 곳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뉴스만 자꾸 눈에 띄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나 유튜브는 구독자의 관심을 끄는 기사와 영상의 알고리즘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특정한 뉴스가 자주 보이는 이유다. 이런 뉴스는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뉴스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내기 전에 뉴스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뉴스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당신의 관심을 끌어내 광고나 후원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롤프 도벨리는 [뉴스 다이어트]라는 책에서 이런 세태를 풍자한 글을 썼다.

‘지난 열두 달 동안 당신은 대략 2만 개에 달하는 짧은 뉴스들을 먹어 치웠을 것이다. 그러면 적게 잡아도 하루 약 60개의 뉴스 보도를 삼킨 셈이다. 우리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 뉴스들 가운데 당신의 인생, 가족, 사업, 경력, 그리고 몸과 마음 건강에 보다 유익한 결정을 내리게 도와준 뉴스가 있다면 하나만 꼽아보자. 그 뉴스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릴 수 없었을,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이 하나라도 있었는가?’

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건강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느냐이다. 적절한 거리 두기와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면, 뉴스 보는 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더불어 운동, 독서 등 건전한 활동을 통해 뉴스 의존도를 줄인다. 그리고 뉴스를 많이 보는 이유가 불안이나 스트레스 때문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대부분의 중독은 심리적 문제를 외부 수단이나 물질을 통해 해소하려 할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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