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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쓰기

- 단편소설 10편

by allwriting Mar 20. 2025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되는지 알지 못했다. 회사에 다니는 내 주위에는 회사원만 많았지 작가는 없었다. 고민하다, 출판사 보도자료 배송 사업을 하는 고등학교 선배에게 전화했다.

“형, 나 작가가 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작가가 돼?” 

전화기 저편에서 잠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듣고 있어... 그런데 왜 작가가 되려고 하니?”

“여기 와서 생각해 봤는데 임원이나, 사장은 내 꿈이 아니야.”   

  

나는 내가 모시던 임원을 떠올렸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임원도 계급이 있다. 이사 위에 상무, 상무 위에 전무, 전무 위에 사장. 나처럼 임원도 위로부터 치이고 깨지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사장이 될 가능성은 0에 가깝고 중간에 자의든 타의든 퇴사하게 될 테니 그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가가 되려고 하는 거야?”

“응.”

“그러면 기다려봐라. 나도 잘 모르니까 작가에게 물어보고 전화할게.”

같은 고등학교 출신으로 유명한 시인이 있었다. 선배는 그분에게 물어서 알려주겠다고 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저녁 무렵 전화가 왔다.

“단편소설 10편이나 장편소설 1편 정도 쓰면 작가가 된다고 하더라.”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나름 현명한 말이기도 했다. 일단, 분명한 목표를 주었으니까. 


전화를 끊고 단편 10편을 쓸지, 장편 1편을 쓸지 고민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내게 장편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날부터 회사 보고서를 쓰듯 단편소설을 써나갔다. 한 편 쓴 다음 바로 다음 편에 도전했다. 세 편까지 쓰자 소재가 떨어졌다.  

    

나는 완성된 세 편을 선배에게 보내고 전화했다.

“형, 이렇게 쓰면 되는 거야?”

“기다려봐. 내가 작가에게 보내서 물어볼게.”     

이번 답신은 오래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내 생각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천재 작가의 탄생’ ‘새로운 작가 발견’ 같은 찬사에서 '이것도 글이라고 썼냐?' ' 회사 일이나 열심히 해라' 같은 빈정거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6일 후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계속 쓰래. 계속 쓰는 데 이길 장사 없다고.”

“그게 다야?”

“응.”

“내가 쓴 소설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데.”

황당했지만 유명 작가가 해준 말이니 받아들이기로 했고, 이후 ’계속 써라 ‘는 나의 좌우명이 됐다. 

    

문제는 네 번째 소설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근처 와세다 대학에 갔다. 풋풋한 학생들을 보면 꿈과 걱정이 뒤섞여 방황하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그러다 게시판에서 ’ 와세다 대학 시민강좌‘라는 포스터를 봤다. 일문학, 영문학 강좌가 있었다.  

    

’ 그래. 이거다. 일단 문학 공부부터 하자.‘      


나는 한달음에 접수처로 달려갔다. 일문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정원이 다 차서 할 수 없이 영문학을 신청했다.      

첫 수업 때 40명이 모였는데 나만 외국인이었다. 자기소개하는데 외교관이나 주재원 부인이 많았다. 영어를 배울 겸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일문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정원이 차서 영문학을 신청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교재는 ’ 현대 영미 단편선‘이라는 책이었다. 교재는 영어, 설명은 일본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오늘 배운 소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레이몬드 카버라는 작가의 <뚱보, fat>란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신비한 체험을 했다. 읽고 나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세계에 도착한 것 같았다.   

  

’아, 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신주쿠에 있는 일본 최대 서점 키노쿠니야로 달려가 레이몬드 카버의 책을 모두 샀다.  

레이몬드 카버가 나의 첫 소설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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