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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시소설 01화

서울성당

- 1993년 1월

by allwriting

강력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촛불을, 외치던 소리까지 집어삼켰다. 하얗게 질린 얼굴들을 가로지르며 공포가 먹물처럼 번졌다.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1, 2, 3중대 돌격!”

오와 열을 맞춘 군인들이 기계처럼 전진했다. 철모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왼손에 든 방패로 몸을 보호하고, 오른손에 든 진압봉을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 곧추세운 채 일정한 속도로 밀려왔다. 일사불란하게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악! 오른발을 끌어올려 바닥을 차며 쿵! 소리를 냈다. 악! 잠시 후 쿵! 동시에 울리는 소리가 공포감을 증폭시켰다.

“흩어지지 마.”

누군가 외쳤지만 촛불을 든 손들이 박쥐에게 사냥당하는 반딧불이처럼 흔들렸다.

“모두 옆 사람 손을 잡으세요. 자, 우리 노래합시다.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노래는 소리를 이기지 못했다. 한 소절을 넘기지 못하고 앞에 선 사람들이 등을 보이며 달아나자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달아나는 사람들 등에 진압봉이 쏟아졌다. 노래가 물러선 자리를 끔찍한 비명으로 채우며 무자비한 사냥이 시작됐다.


서리하는 계단 위에서 군인들이 진압봉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다. 서치라이트 하얀빛 속에서 만화처럼 천천히 쓰러지는 사람들, 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떨어지는 모습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2열에 서 있던 군인들이 우르르 쓰러지는 사람들 팔, 다리, 머리를 닥치는 대로 잡아끌었다.

군인들은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중심을 돌파해 대열을 갈라놓고 흩어진 사람들을 그물에 갇힌 물고기를 몰 듯 양쪽 막다른 구석으로 몰아 체포했다. 간신히 도망친 학생들도 백골단이라 불리는 사복조가 붙잡아 철망 달린 버스에 집어넣었다.


군인과 백골단이 뒤섞여 지휘부가 있는 계단으로 몰려왔다. 그 서슬에 봄을 꿈꾸며 짚단 속에서 잠자던 장미가 군홧발에 짓밟혀 부러졌다. 서치라이트가 서리하를 비췄다.

“저놈 잡아. 저놈이 주동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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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영업교육센터장/ IGM 강사, 마케팅본부장/ 13권의 책 출간/회사 문서, 자서전 등 글쓰기 강의/ 세일즈, 마케팅, 협상 강의(문의: hohot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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