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고스톱으로 만난 남자
* 아래 이야기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김석우(가명·42)는 요즘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퇴근 후 문을 열면 반겨주는 사람은 없고, 거실에는 흩어진 과자 봉지와 밀린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다. 아이들은 자장면을 시켜 저녁을 때우고, 아내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컴퓨터만 붙잡고 있다. 그는 아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안다. 온라인 고스톱,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 빠져있다.
가정적인 사람이었던 아내가 게임에 빠진 건 몇 달 전부터였다. 처음에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단순한 놀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가정을 돌보는 일이 뒷전이 됐다. 문제는 단순한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아내는 온라인 도박을 했고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돈을 걸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외출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울고 있었다. 화장한 얼굴이 눈물로 지저분하게 얼룩졌다.
“여보, 나 어떻게 해?”
이야기를 들은 김석우는 어이가 없었다. 고스톱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몇 번 만났는데 그중에는 남자도 있었다. 늘 명품을 걸치고 다니고 예의가 발라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느 날 남자가 부동산 경매로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해 아내도 대출받아 3천만 원을 투자했다. 이후 남자는 잠적했고 연락도 끊어졌다.
남자를 만나 돈까지 사기당했다는 말에 김석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참았다.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한답시고 아내와 아이들을 방치한 내 잘못은 없을까?’
김석우는 울먹이는 아이들을 달래며 말했다.
“아빠, 엄마 아무 일도 없어. 우리 맛있는 거 사 먹으러 가자. 여보, 당신도 세수하고 준비해.”
사이버 세상에 빠지는 이유
아이들은 게임 중독, 어른들은 도박 중독, 사이버 세상에 빠지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외로움, 고립감을 피하기 위해서다. 게임 속에서는 잠시나마 현실 걱정을 잊을 수 있어 의존한다. 특히 고스톱은 도박적 요소가 강하고, 금방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점점 더 몰두하게 된다. 잃은 돈이나 패배를 만회하려는 욕심이 들면 헤어나기 힘들다.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삭막한 가족 관계라면 온라인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나 만남이 실제 인간관계보다 편하고 즐거울 수 있다. 배우자와의 갈등 등 문제가 있으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하려면
아내의 온라인 고스톱 중독을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행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당장 고스톱을 그만둬!"라고 화내기보다, 대화를 통해 아내가 무엇에 스트레스받고, 어떤 부분에서 위안을 얻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런 다음 아내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의미 있다고 느끼도록 운동, 여행, 등 취미를 함께 하거나 아내가 새로운 목표를 갖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독서 동아리 등 자기 계발 활동이나 요리사 자격증 등에 도전하도록 격려한다.
주부 글쓰기 교육을 한 후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한 적이 있다. 나 또한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주부의 어려움을 너무 몰랐다. 독박 육아, 경력 단절 등 쉽게 듣고 지나친 말에 많은 사연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을 딛고 회사를 세우거나 마을 교육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든 분도 있다. 한 분은 장애아를 키우면서도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따 노인 시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 빅터 프랭클은 로고세러피(의미치료)라는 심리치료법을 창시했다. 아우슈비츠에서는 가스실에서 살해당하는 사람만큼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자살하는 사람과 자살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를 연구했는데 자살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살아야 할 이유,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연구 후 그는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잘 살려면 의미를 찾아,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