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8. 나의 소중한

by 로지

# 무의식의 승리


한 낯 뜨거운 열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한강 걷기에 열중해서인지 더위를 먹은 듯 잠깐의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심한 목감기로 이어지게 될 줄 몰랐다. 체력은 필수고 아직 본격 더위가 덤비기 전에는 이른 오후까지 걷는 건 무리가 없었다. 덥고 시원하고를 반복한 며칠 동안 면역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상당한 기침을 동반한 감기로 오랜만에 변한 목소리가 새삼스럽다.

이번 달 생신이 있는 관계로 앨리스의 중요한 요양원 행사도 결국 참석하지 못한 채 다른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주사와 독한 감기약을 먹고도 이상하게 눕고 싶지가 않다.

증상에 비해 컨디션이 나쁘지 않구나를 인지하려던 순간 오히려 반대라는 걸 깨달았다.

당장의 휴식이 필요한 지경인데도 계속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로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

오류가 생겼다. 내 몸에 관한 상태를 정상적으로 파악조차 못 하다니 이상한 일이다.

가벼운 여름 감기로만 무시하듯 넘길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무의식 속 난 아프면 안 되고 멈추면 안 된다는 의식의 지배가 강렬하거나 그동안 쌓아진 체력으로 동력이 생겨 버티기를 시전 하는 모양이다.

어떤 것이든 그저 낫기만을 기다린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2주, 안 먹어도 2주 란 이야기가 정답일 수 있듯이 시간에 기대서 무리하지 않으면 될 테니까. 늘 무리하는 삶을 추구하는 나로선 가끔씩 이런 건강 심의가 오는 건 감당해야 하지 않겠나.



#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선생님의 오랜 팬으로 선물 받은 책인 '단 한 번의 삶'을 펼치는 건 기쁨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부모님께 바치는 문장을 간결하게 적어놓으신 페이지부터 역시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다소 짧은 내용이 담긴 책이라서 천천히 아끼면서 읽게 된다.

문장에 힘이 있는 작가분들은 많지만 김영하 선생님의 작품들은 더 강렬한 주입이 있다.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한 문장마다 그대로 전달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해 가는 완성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수 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누구나 원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여건 들 속에서 나 혼자만을 위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기란 어렵기만 하다. 용기 있는 자들의 성취하는 삶은 늘 응원하게 되고 부럽기도 하다. 나도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삶을 살진 않지만 결혼을 한 후에는 제도권 안에서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룰이 많아져 혼자 일 때의 나 자신만을 위한 공부나 일을 할 때와는 상당한 괴리도 생기니까. 앨리스의 엄마가 되면서부턴 부모로서의 요건들이 엄격하게 작용하게 되어서 나 자신을 조금 더 모범적으로 갖추게 되는 게 당연하게 되고 그러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부모는 희생과 헌신이 전부가 될 만큼 너무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너무 이르거나 늦은 나이가 아닌 때에 결혼하여 앨리스의 엄마가 된 후의 나의 인생길은 그렇게 축복이자 감사가 전부다. 돌이켜봐도 앞으로를 보더라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를 응원하고 함께하는 나의 앨리스의 미래도 김영하 선생님처럼 멋진 지혜와 용기를 품은 작가분들의 영향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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