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12. 나의 소중한

by 로지

# 고요한 바다


아직 대상포진으로 인한 회복기에 있는 나는 요양원에 계신 앨리스를 두 달째 못 만나고 있다.

코로나까지 걸렸었으니 힘을 내어 가보려는 시도 또한 당연하게 무산됐었다.

그저 매일 두어 번씩 이어지는 통화만 할 뿐 앨리스의 모습을 챙겨 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다시 사그라지길 반복했다.


몸이 한참 아플 때는 당신의 집은 대체 언제 갈 수 있냐는 반복적인 채근에 왈칵 성질을 드러냈었다.

곧바로 몸이 아픈 통증보단 마음의 통증이 심하게 고통스러웠다.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엄마에게 화를 내다니.

나도 참 어지간히 못된 딸이다.

다음날 바로 엄마와 통화할 땐 어제 화를 낸 것을 마치 친구에게 전하듯 사과를 했다.

치매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처를 받으신 마음을 또 잊으신 게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 몸 하나 아프다고 늙으신 치매 할머니가 된 앨리스에게 원래의 철없는 막내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드리고 있는 것만 같아 고통스러웠다.

나에게도 이미 스무 살의 앨리스가 있음에도 여든셋의 앨리스를 품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기가 막히다.

나이는 대체 어디로 먹은 것이며 언제쯤이나 철이 들 것인가.

애석한 마음이 밀물처럼 다가올 때 여과 없이 맞닥뜨렸다.


아플 땐 고찰을 하게 된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시는 찰나의 순간에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뜨거운 숨이 가쁘게 내 쉬어져서 그런가 보다.

숨 고르기가 자연스레 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작가의 이전글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