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집념 26화

밤산책

by 로지

원래의 모습을 되찾듯 다시 노력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우진 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바빠지기도 하고 생각에 빠진 시간이다.

그는 자연스레 연락이 사라졌다.

그 여자도 이젠 더 나를 쫒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길을 잘 찾아 떠난 거라고 믿는다.

후회도 없이 남겨진 마음 없이 말이다.


어느새 바람이 찬 초겨울이 시작됐다.

혼자의 시간들을 보내는 게 꽤나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힘겨웠던 날들의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더할 나위 없이 편해졌다. 누군가와 행복해지려고 함께하는 게 분명한데 그러지 못한 것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언젠가는 힘들지 않은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다.

누구에게나 진정한 사랑은 있을 테니까.


늦은 밤의 산책은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함께 걷는 이웃들의 해맑은 강아지들 미소와 함께 마음이 동그랗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우진 씨와 그 여자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결국 그 둘은 함께할 인연이었나 보다.

역시 그들에게는 내가 잠시 끼어든 불청객처럼 남아있게 되는 것만 같다.

어쩌자고 그런 둘 사이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모를 만큼 내가 이해되지 않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둘 사이를 축복해 줄 수도 없지만 꽤나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의 신경이 덜 쓰였다.


새로 알게 된 취미는 없지만 가까운 곳들을 여행하는 일이 잦았다.

강원도도 예전보다 좋아졌고 제주도에 친구가 있는 덕분에 자주 다녀왔다.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맡다 보면 지난 일들은 금방 잊히게 된다.

커다란 의미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나이도 먹게 되고 새로운 인연을 언젠가 만나는 미래의 나를 떠올려본다.

성숙해진 나를 만나 더 행복해질 나를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지난 사랑의 씁쓸함을 간직한 채

계속해서 나 자신을 만들어가면 되는 거다.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꽤나 도움이 됐다.

다른 이들의 세상을 펼쳐보는 기회는 책에서 말곤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새로운 해를 만날 준비를 한다.

언젠가 함께할 누군가를 기대면서.

함께 웃고 마음을 나눌 따뜻한 나를 닮은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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