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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9

분하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모를 마음이지만

나의 가치를 모르는 상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지난 나의 시간 속에 가치를 만들지 못한 나를 향한 것인지.

이틀 전쯤 멍치부근을 세게 맞고 그 멍이 남아 볼 때마다

고통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보고 싶은 일은

나를 입구에 서 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꺼려하는 일은

나를 입구에 서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지난 시간을 종이 위에 남길 때

단 한 줄도 채울 수 없는 나의 지난 시간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고민을 하면

그 고민에 서기전에 먼저 도망치고 있었다.

다행히 적당한 핑계가 생겼고, 나를 보는 사람은 동정까지도 할 수 있는

정당한 핑계로

나의 삶을 마주하기 전에 나는 늘 도망 다녔다.

그리고 이제는

더는 도망 다닐 수 없는 시간이 왔고,

마주하기엔 아무도 나를 그 앞에 세워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내가 드는 감정은

[분하다]

무엇이 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외면하는 시선으로 본다면 나의 진가도 모르고 셔류에서 탈락시키는 구인처를

향한 것인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제대로 써 놓을 이력서의 한 줄도 없는 나를

나이도 적지 않고 학교도 좋지 않은 나를 만들어놓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

씩씩 거리면 분노를 표하고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표한다.


그렇지만 이 분노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당하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분하다]라고 말하고

복수하겠어!!라고 다짐하기엔 그저

내가 필요 없는 곳이고,

나에게 안 맞는 곳이다.

분노하기보다 분발하고 분명 기회는 다시 올 테니

분명한 나를 분출할 수 있는 태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늘의 내가 할 일.

하지만

분하다며 나를 안 뽑은 것을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훗날 채워질 통장잔고를 위해서도 필요하긴 하다.

단 몇 줄만에

변덕이라니, 나에게 기회를 안주는 사람들이

지원자를 잘 알아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분노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자.

나는 그저 이 정도구나, 단념하지 말자.

분노하고 또 분노해서

나를 키우자.

실컷 열내고 나면, 단단할 것 같던 취업문도

활활 타서 쉽게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니.




#분하다_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나거나 될 듯한 일이 되지 않아 섭섭하고 아까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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