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다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 모를 마음이지만
나의 가치를 모르는 상대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지난 나의 시간 속에 가치를 만들지 못한 나를 향한 것인지.
이틀 전쯤 멍치부근을 세게 맞고 그 멍이 남아 볼 때마다
고통이 밀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보고 싶은 일은
나를 입구에 서 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꺼려하는 일은
나를 입구에 서는 것을 두렵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지난 시간을 종이 위에 남길 때
단 한 줄도 채울 수 없는 나의 지난 시간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고민을 하면
그 고민에 서기전에 먼저 도망치고 있었다.
다행히 적당한 핑계가 생겼고, 나를 보는 사람은 동정까지도 할 수 있는
정당한 핑계로
나의 삶을 마주하기 전에 나는 늘 도망 다녔다.
그리고 이제는
더는 도망 다닐 수 없는 시간이 왔고,
마주하기엔 아무도 나를 그 앞에 세워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내가 드는 감정은
[분하다]
무엇이 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외면하는 시선으로 본다면 나의 진가도 모르고 셔류에서 탈락시키는 구인처를
향한 것인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면 제대로 써 놓을 이력서의 한 줄도 없는 나를
나이도 적지 않고 학교도 좋지 않은 나를 만들어놓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
씩씩 거리면 분노를 표하고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표한다.
그렇지만 이 분노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당하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분하다]라고 말하고
복수하겠어!!라고 다짐하기엔 그저
내가 필요 없는 곳이고,
나에게 안 맞는 곳이다.
분노하기보다 분발하고 분명 기회는 다시 올 테니
분명한 나를 분출할 수 있는 태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늘의 내가 할 일.
하지만
분하다며 나를 안 뽑은 것을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훗날 채워질 통장잔고를 위해서도 필요하긴 하다.
단 몇 줄만에
변덕이라니, 나에게 기회를 안주는 사람들이
지원자를 잘 알아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분노하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자.
나는 그저 이 정도구나, 단념하지 말자.
분노하고 또 분노해서
나를 키우자.
실컷 열내고 나면, 단단할 것 같던 취업문도
활활 타서 쉽게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니.
#분하다_억울한 일을 당하여 화나거나 될 듯한 일이 되지 않아 섭섭하고 아까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