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오늘을 "표정없는 마음"으로 보낸 하루라고 말을 했다.
투정을 부리며 울상을 할 수도 없었고,
걱정을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인상을 쓸 수도 없었다.
하루 종일
읽지도 보지도 않는 톡은
내가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야 할지 고민조차 들 수 없게
힘을 빼놓고 있었다.
먹고 싸고 자는 중에도
마음은 빼놓을 수 있을 만큼 빼놓아서
어떤 표정으로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하루 같아 보이는 지독하리만큼 남아있는 하루.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은
자주 아무런 생각도 없이
빨간불에는 서고 파란불에는 가고
사람있으면 서고 차가 가면 가고
흘러나오는 노래도 따라 부를 생각도 없이
그저 손을 움직이고 발을 움직이는 것이
시계안 시곗바늘같이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만 있는 일처럼
운전을 해서 집으로 올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 같았다랄까.
무엇을 해야지
무엇을 했구나
아무런 기억도 없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보내고 있는 하루.
표정없는 하루에
표정없는 마음에
무엇이 들었나 보니
[속상하다]라는 것도 들어있다.
무엇이 속상한 것일까
표정을 가지고 생각해 보면
속상할 것도 없어서 그게 더 속상하다.
연락이 안 될 수도 있고, 연락을 안 할 수도 있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것도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는 것도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에서 나온 것이어서
전해받은 것이 하나 없는데,
내 마음이 속상하다고 말하는 것이
생각해 보니
맞는 구석이 없어 보여서 또 [속상하다]
차분히 밀려들어서 넘실거리는 나의 우울함을
너라는 핑계로
속상하다고 "나는 힘들다고." 투정 부리려는 것은 아닌지
꼬여진 마음에 되새겨본다.
하나도 너의 책임은 없는데, 네 탓으로 미루고
표정도 하루도 잃고 오늘을 보낸다.
언젠가 걱정이 된다는 말에,
연락이 잘 안돼서 걱정이 된다는 말에,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말에,
나를 위한 뻔뻔함이어서
당황을 했다.
오늘의 속상함도 마찬가지.
너를 위한 다고 말하면서
나를 위하는 감정에 넘어가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자.
[속상하다]는 말로 나를 봐달라고 하지 말자.
보고싶다는 말로 너를 바라볼 수 있도록 살자.
내일이 다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이만 끝내자.
상한 속내는 자는 내내 새로 돋아날 것이라 믿으며.
#속상하다_화가 나거나 걱정이 되는 일로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