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지난주 며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알바라고 하기엔 전산 입력이 필요해서 단기 입사라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는
그런 일을 며칠하고 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다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고, 저 역시도 계속 일을 구하는 중이어서
한 달 치 보험료라도 벌면 좋겠다 싶어서 알았다고 하고 시작했습니다.
일은 정말 단순한 일이지만
운전을 동반해야 하는 일이고
대부분 산 길과 골목길이었고 더군다나 폭설이 찾아온 날도 있어서
운전하는 내내 긴장을 하고 있었더니 어렵지도 않은 일이
생각보다 많은 피로감을 몰고 와서 일주일 내내 다른 일은 못 했습니다.
월, 화, 수, 목
생각했던 날보다는 하루 짧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받아서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던 4일.
1년여 만에 만난 분들은 저를 기억 못 하셨지만
저는 기억이 나서 [반갑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크게 변한 것도 없고 크게 나빠진 것도 없이 마치 지난달의 찾아뵌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1년 전이나 1년 후나 저는 1월 2월을 무겁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더욱 무거움이 현실로 느껴져서
문을 나설 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이 걸을 수 있는 다리도
자꾸 넘어뜨렸습니다.
1년이 지난 올해도 여전히 무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봄이 오고 있는 것이 [반갑다]는 마음입니다.
그곳에서 일한 것은 딱 한 달 남짓이었습니다.
양쪽의 상황으로 제게는 길었던 한 달로 마감해야 했고
이후 단 한 번도 사무실을 찾아간 적은 없었습니다.
그곳을 나오고도 가만있어도 땀이 흐르는 한 여름이 돼서야
남은 24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전까지 저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25년도, 올 해도 여전히 무겁게 보내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렇습니다.
간간히 지원하는 곳에서는 얼굴도 안 보려 하고
더군다나 살포시 스스로를 속여 포장하는 자기소개서를 내 보일 곳도
눈을 낮추고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빌고 빌어도
찾기가 힘듭니다.
일자리가 없기도 하지만 바싹 접은 제 무릎에도
제가 쓸 수 있는 곳이 없을 만큼 무스펙을 자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갑습니다.
봄이 오는 것이 반갑습니다.
무거운 시간은 성실한 헬스마니아처럼 그 무게를 늘려갈 테지만
왠지 찡그린 인상과 새어 나오는 신음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근본 없는 자신감이 들어서 반갑습니다.
작년에 일했던 곳에서 저에게 돈은 많이 안 주셨지만
1년이 지나 이자로 자존감을 듬뿍 올려주셨나 봅니다.
자존감의 이자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원금보다 이자가 더욱 쌓이게 되면
그 어떤 무게도 저를 누를 수 없겠죠.
여전합니다.
달라진 것은 없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반가운 봄은 오늘도 한발 더 다가오고 있습니다.
#반갑다_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원하는 일이 이루어져서 마음이 즐겁고 기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