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다.
장정 6개월이 끝났다.
제대로 본 것이 맞다.
6년 아니고 6개월이다.
실업급여도 신청할 수 없는 6개월의 계약이 끝나고 다시 구직자가 되었다.
1월 1일 하루만 쉬고 바로 일을 하겠다는 열의는 밀어진 면접 날짜로 지금의 날씨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루를 쉬고 이틀을 쉬고 삼일을 늦잠을 자고 나니
밥 먹는 것도 [귀찮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불 밖은 춥고 위험하고 때로는 무서운 곳이지만
이불속은 맞벌이하시던 우리 엄마보다 더 포근하게 나를 감싸주고 있다.
'엄마, 미안..그 뜻은 아냐;;'
고작 나는 몇 개월짜리 사람인가 고민하던 시간도
또다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마주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도
이불속에서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리도 쉽게 모든 것이 귀찮아질 것이라면, 앞 날을 두려워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들기도 했다.
밥을 먹는 것도 귀찮은 하루를 보내고 씻고 화장실을 가는 일도 귀찮다고 미루고 있는 시간에
폭 빠져 살고 있다 보니 이 삶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저만치 물러나 있다.
"아웅, 귀찮아!!." 라는 한 단어로 해야 했던 일을 미루고만 있다.
미루는 것도 귀찮아질 때, 해야 할 일을 다시 하게 될까?
미루고 미루다 보면 미루는 것도 귀찮아질 때가 올 것 같다.
그럼 그때 미뤄둔 일을 하자.
그건 따지고 보면 미뤄두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아니고
할 수 없이 하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라는
귀찮음을 좀 더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변명을 생각도 해본다.
많은 것을 [귀찮다.]라는 말로 포기했다.
더욱 솔직해지면 나 자신이 더 부끄러울까 봐, 거긴 거리가 멀어서
대중교통이 없어서, 주유비와 식대를 빼면 다니는 게 더 손해야 라면서
별 시답잖은 변명으로 논리적인 척 현명한 척 스스로에게 말하며
귀찮다는 단어로 모든 변명의 끝을 마무리했다.
솔직하지 못했다.
하고 싶었던 것도, 궁금했던 것도 그 기회가 내게는 오지 않을까 봐
먼저 한 발 뒤로 빼로 당당하게 변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치졸하게 [귀찮다.]라는 말로 거들먹거렸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일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일, 나의 부족한 능력을 인정하는 일.
나의 모든 것을 스스로 솔직하게 바라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일이라 본다.
미루고 미루던 수많은 귀찮음이
그 끝까지 밀리고 밀려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될 때,
[귀찮다.] 말하는 자리에 [믿는다.] 같은 단어로 채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주말이니
내일까지만 귀찮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귀찮다_마음에 들지 아니하고 괴롭거나 성가신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