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다
고맙다. 라는 말이 더 좋다.
고맙다. 라는 말이 더 정감 있다.
고맙다. 라는 말이 더 가까운 사이 같다.
그래서
나는 보통 고맙다. 고맙습니다. 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 떠올릴 감정은 [감사하다.]
하루에 대한 표현은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감사한 하루"
나는 오늘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아끼는 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했고 걱정하는 마음만큼 자신의 하루를 알려주었고
눈이 날리던 퇴근길에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고 전해왔다.
그저 일상이 감사한 그런 하루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데, 왜 내가 감사한지 모르겠는 마음이다.
내가 감사하다고 달라질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감사하다고 따라서 그 사람이 감사할 것도 아니고
내가 감사한 하루였다고 전해줄 것도 아닌데,
하루를 정리하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는 말에 또 한 번 [감사하다.]라는 감정이 밀려왔다.
이토록 감사하는 것이 쉬운 것이라면
더 많이 하고 살 것을 이란 후회도 같이 든다.
십여 년 전쯤에는 내일이 안 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하루가 조용히 끝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감사할 것을 찾는 것은 5년 내내 한 번도 안 터지는 토토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약기운에 통증이 밀려난 정신이 들때쯤이면 그제서야
감사했던 것이 일상에 수많은 작은 것이라는 생각에
내 모습이 더욱 비참해졌다.
세수를 하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고, 단 10분이라도 안 깨고 잘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었고
심할 때는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음에 세상 무너질 듯 한숨을 쉬는 것이 감사한 일임을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을 때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상이라 생각도 못할 만큼 당연했던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 때, 나는 내 모습이 비참해졌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일상이 더욱 [감사하다.]
많은 고민과 걱정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 일찍 나왔다고 하지만
무거운 몸을 꺼내나온 이불속으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음을
감사하다.
내 삶도 그러하다.
종종종 걸어와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뒷다리를 긁는 우리집 막둥이 멍이를 보면서
내 삶도, 일상이라 불릴 수 있음에
오늘 밤도 [감사하다.]
#감사하다_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