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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앨리 Jun 27. 2021

말에 담긴 마음을 담기

엄마의 말

다른 딸들과 다르게 나는 유독 엄마와 친하지 않다. 그렇다고 어색하거나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혼자 알아서 일을 처리하였고 연애나 친구 문제로 감정이 힘들고 어려울 때조차 나는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혼자 삭히곤 했다. 그러다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엄마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문득문득 접하게 되는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반려자가 내게 살갑게 챙겨줄 때면 평생을 무뚝뚝한 경상도 아빠와 살면서 꽃다발 하나 받아보지 못했을 엄마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여전히 살갑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애교를 떨거나 친구 같은 딸이 되지는 못하고, 전화 통화라고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 알람을 설정해 놓고 노력하고 있는 딸이 바로 나다.



새해 안부 통화에서 엄마는 늘 그 해의 사주 이야기를 한다. 한 해 사주가 좋아도 운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더 잘하라 당부하시고 조심할 것에 대한 이야기라도 들으시면 통화할 때마다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로 마무리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운運이라는 한자까지 들먹거리며 운세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마음먹고 쓰기에 따라 움직이는 거라며 엄마에게 운세에 의지 말라며 길어질 것 같은 엄마의 말을 막곤 했다. 늘 자식 걱정하는 마음에 엄마가 가족들의 사주도 챙기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주말에 한번, 부모님 생일 때, 어버이날 때, 명절 때, 주고받는 엄마와의 통화는 약 챙겨 먹으라는 말과 함께 건강에 신경 쓰면서 좋은 것만 먹고 반려자와 운동도 같이 다니며 돈 아끼지 말고 몸과 건강을 챙기라며 신신당부를 하신다.


일요일 아침, 오늘도 평소 루틴처럼 안부 전화를 드렸다. 역시나, 엄마의 레퍼토리를 꺼내셨다. 여느 때처럼 알아서 잘하고 있으며,  걱정 말고 엄마 건강부터 스스로  챙기시라 거들 먹거리 려다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하실  있게 리액션도 하고, 엄마에게 고맙다고도 이야기하고, 엄마가   하나  사서, 나도 보내달라고 처음으로 어리광도 부려보았다. 엄마는 한껏 들떠서 바로 사서 보내겠며 웃으셨다.


그런데 엄마와 통화를 마친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동안 통화를 끝났을 때 기분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면서 조만간 엄마를 만날 때 건강하고 예뻐진 모습으로 엄마가 걱정 덜 하도록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반려자에게 산책을 나가자며 졸라도 본다. 나를 위해 해주는 말, 조언 그리고 피드백이 왔을 때 표현되는 말과 글보다는 그 말을 해주는 그들의 마음을 담는데 신경 써봐야겠다. 그리고 엄마에게 더 자주 전화를 걸어 엄마의 말을 마음으로 듣고 나누며 더 가까워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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