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인재와 일하는 실무형 팀장
도쿄올림픽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경기를 보았다. 9년 만의 올림픽 4강이라는 결과도 대단하지만 배구 경기 속, 김연경 선수에 눈이 갔다. 배구는 팀 경기인만큼 한 사람의 스타플레이어만으로는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경험이나 실력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스타플레이어, 세계 배구계에서 메시와 같은 선수라 불리는 김연경 선수가 있는 배구 대표팀은 확실히 달랐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실력과 함께, 솔직하게 조언이 필요할 때는 정확한 조언과 독려를 하고, 다독여야 할 때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면서 확실히 다독이는 리더십까지 있는 그녀는 팀 선수는 물론이고 리더인 감독에게도 든든한 지원군일 것이다.
대한민국 배구 대표팀의 핵심, A급 인재인 그녀를 보면서, 올해 새롭게 팀이 꾸려지며 함께 일하게 된 후배 H 가 떠올랐다. H 후배는 누가 봐도 탐나는 A급 인재다. 직장 생활을 20년째 하다 보니 전화받고 메일 쓰는 것을 보아도 대략 이 친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느껴진다. H 후배는 일에 대한 재능은 물론이고 맡은 업무에 애정과 관심까지 가진 정말 보기 드문 A급 인재와 함께 일을 하면서 오래간만에 신나고 이 친구와는 뭐든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고민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피드백을 해야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까? ‘
‘내가 뭘 도와주면 H 후배가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까?’
‘나와 함께 팀으로 일하는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느낄까?’
후배가 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후배가 일하는 모습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말도 더 귀담아듣기 위해 집중하게 되면서 한동안 찾아보지 않던 리더십 책도 찾아보고, 올바른 피드백을 위해 세미나 참여하며 배우고, 강점을 끌어낸 성과관리 워크숍도 찾아다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후배에게 인사이트와 도움이 되는 선배일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공부하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즐기고 있는 요즘이다.
더 나은 업무 환경을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도 다시 체크해보고 개선할 점은 없는지 생각하게 되고, 후배에게 업무 프로세스나, 의사 결정에서 힘든 점은 없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묻게 된다. 후배의 아이디어가 좋으면 실행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았다. 가끔은 그 후배를 따로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비슷한 연차의 팀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보니 나의 이런 모습이 누군가는 H 후배를 시기 또는 질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팀의 분위기나 문화를 변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팀원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 칭찬이라는 문장을 접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게만 느끼던 내가 효과적으로 잘 칭찬하는 방법을 찾고 칭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작은 조직의 실무형 팀장으로 일하며, 늘 직접 해야 할 업무가 많다는 핑계로 등한시되었던 팀 관리 역량이 늘고 있는 요즘이다.
이게 실무형 팀장도 성숙시키는 A급 인재 효과일까?
명확한 칭찬의 기준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공식적으로 자주 칭찬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H 후배와 다른 후배들이 더 신나고 재미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물어봐야겠다.